바이오시밀러 소송은 '휴미라'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전략은? [남정민의 붐바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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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지널 의약품 개발사들은 더 치열하게 싸우고 있습니다. 더 많은 특허를 들고 나오고, 소송까지 갑니다. 더 많은 로펌, 더 많은 변호사를 고용하고 있습니다.
They're fighting hard. They're bringing lots of patents. They're going to trial. They're adding lots of lawfirms.
-미국 로펌 제너앤드블락의 션 밴혼 파트너 변호사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1세대 소송’이 가고, 이제 2세대가 오고 있습니다. 1세대와 2세대의 가장 큰 차이점은 오리지널 개발사와 바이오시밀러 기업이 끝까지 싸우고 있다는 겁니다. 이는 오리지널 개발사가 특허전략에 돈을 엄청나게 투자했다는 뜻입니다.
-이승목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법무법인 율촌은 파트너 로펌 제너앤드블락과 함께 ‘차세대 생물학적제제 대 바이오시밀러 소송 및 관련 전략’이라는 제목의 세미나를 지난 1일 열었습니다.
이날 세미나에선 크게 2015~2021년까지의 특허 싸움(battle)을 1세대, 그 이후를 2세대로 구분지었습니다. 대표적인 1세대 특허 싸움은 애브비의 세계 매출 1위 의약품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소송이 있습니니다. 2세대 소송의 대표주자는 암젠의 프롤리아, 리제레논의 아일리아, 얀센의 스텔라라 등입니다.
법률 전문가들은 1세대와 비교했을 때 앞으로 벌어질 2세대 싸움은 더 치열해질 것이며, 이전과는 다른 관점으로 소송에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퍼플북을 100% 믿지 마라"
미국에는 생물학적 제제 약가 경쟁 및 혁신법(BPCIA)이 있습니다. 해당법에 따르면 바이오시밀러 기업은 오리지널 개발사에게 바이오시밀러를 출시하기 180일 전 사실 고지 의무가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정보교환 절차(patent dance)를 거치게 되는데, 여기서 특허 소송들이 제기되곤 합니다.통상 업계에서 1차 파도란 정보교환 절차 이후 1차적으로 제기되는 소송을, 2차 파도란 180일 기간 내 추가적으로 제기하는 소송을 의미합니다. 지난 11월 리제레논이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상대로 낸 아일리아 특허 침해 소송도 이 정보교환 절차에서 나왔습니다.
루이스 포젤 제너앤드블락 파트너 변호사와 이승목 율촌 변호사는 여기서 ‘퍼플북’을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습니다. 퍼플북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특허 등재목록인 오렌지북과는 또다른 개념입니다.
미국 현행법에 따르면 오리지널 개발사는 처음 자기 의약품을 개발할 때 관련 특허를 오렌지북에 올려야 해요. 반대로 말하면 오렌지북에 올리지 않은 특허는 나중에 사용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퍼플북은 나중에 소송, 즉 정보교환 절차 등이 진행될 때 관련 특허를 정리한 목록입니다. 모든 특허가 퍼플북에 올라오는 것이 아닙니다. 정보교환 절차 맨 첫단에, 오리지널 개발사가 바이오시밀러 기업들과 처음 협상할 때 ‘이런 특허들이 있다’고 할 때 퍼플북에 올라갑니다. 계속 바뀔 수도 있기 때문에 퍼플북만 믿으면 안 된다는 뜻이에요.
-루이스 포젤 변호사, 이승목 변호사
상호교환성 인증은 '신중히'
상호교환성 인증도 무조건 좋은 것만은 아니라고 제너앤드블락과 율촌은 전했습니다. 상호교환성 인증을 받으면 의사 개입 없이도 약국에서 오리지널 의약품 대신 처방받을 수 있기 때문에 바이오시밀러 기업이 시장 침투력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하지만 특허 측면에서는 오히려 소송을 어렵게 끌고가는 지점이 될 수 있다고 법률 전문가들은 설명했습니다.
상호교환성은 (소송 측면에서는) 힘들어요. 상호교환성을 인정받을수록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기가 힘들어요. 왜냐? 상호교환성은 ‘난 오리지널과 유사하다’고 강하게 주장하고 있는 것과 같아요. 대체 처방이 가능하니까 ‘이 제품과 관련된 특허는 내가 침해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하는 것과 같아요. 그 지점을 잘 판단해서 전략을 짜야 합니다.
-이승목 변호사
치열해지는 법정싸움, IPR도 전략적으로
2세대 소송에서는 오리지널 개발사가 침해당했다고 주장하는 특허 개수도 늘어나고, 소송 자체도 쉽사리 끝나지 않는 만큼 더 힘든 싸움이 될 것이라고 변호사들은 설명했습니다.2세대 소송은 올해만 두 건이 진행 중입니다. 산도즈와 암젠이 이제 막 시작한 프롤리아(데노수맙) 소송의 경우 총 21개의 특허가 재판대상에 올라있습니다. 리제네론과 마일란의 아일리아(애플리버셉트) 소송은 지금 심리를 마치고 판결을 기다리는 중인데 처음 대상에 올랐던 특허는 24개였습니다. 현재는 3개로 줄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1세대에서는 평균적으로 10~15개 특허만 (소송을) 제기하곤 했습니다. 2세대에서는 많게는 30~40개까지도 늘어납니다. 더 많은 특허가 소송대상에 올라올수록 사건(case)은 계속해서 진행될 수 밖에 없습니다.
협상도 쉽지만은 않습니다. 그 제품이 벌어들이는 매출이 많으면 많을수록 더 그렇습니다. 예컨대 리제레논의 경우 대부분의 매출을 아일리아 한 제품에서 벌어들이고 있습니다. 그 브랜드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첫 번째 바이오시밀러 회사와는 합의한다 하더라도, 두 번째 세 번째와는 굳이 협상할 이유가 없습니다.
(중략)
최근 리제네론은 두 대형 로펌에서 20명이 넘는 변호사를 고용했습니다. 적어도 대외적으로는 합의 의지가 없다는 뜻을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 8년간 소송과 대비했을 때 더 치열한 법률싸움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특허 소송을 이어감과 동시에 특허무효심판(IPR)도 훨씬 많이 진행 중입니다. 당연히 셀트리온, 삼성바이오에피스도 예외는 아닙니다.
타이밍 싸움도 될 수 있죠. 특허청으로부터 IPR 결과가 나올때까지 기다릴 것인가, 혹은 IPR 진행 과정이 사법부가 진행 중인 특허소송에 결과를 미칠까 혹은 미치지 않을까 등을 다각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션 밴혼 변호사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