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칼럼] 국가핵심기술과 다시 읽는 '유출'의 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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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법원, 첨단기술 유출해도
미수 그치면 '솜방망이' 처벌
서울고법 3나노 반도체 사건처럼
회사 서버서만 빼내도 엄벌해야
경제안보시대 국가생존 달려
김진원 IT과학부 기자
미수 그치면 '솜방망이' 처벌
서울고법 3나노 반도체 사건처럼
회사 서버서만 빼내도 엄벌해야
경제안보시대 국가생존 달려
김진원 IT과학부 기자
![[토요칼럼] 국가핵심기술과 다시 읽는 '유출'의 정의](https://img.hankyung.com/photo/202312/07.33460230.1.jpg)
한국은 세계 LNG 운반선 발주량의 70%를 수주하는 조선 강국이다. 그러나 화물창 설계기술은 GTT라는 프랑스 회사가 갖고 있었다. 한국 조선사들은 화물창 설계기술료로 LNG 운반선 한 척당 선박 건조 비용의 5%를 GTT에 지급했다. 그렇게 프랑스에 지급한 돈이 3조원을 넘었다. 이에 한국 정부는 기업과 힘을 합쳤다. 화물창 설계기술을 10여 년 만에 개발해 2020년 12월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했다.
![[토요칼럼] 국가핵심기술과 다시 읽는 '유출'의 정의](https://img.hankyung.com/photo/202312/AA.35219086.1.jpg)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은 ‘유출’에 대해 ‘귀중한 물품이나 정보 따위가 불법적으로 나라나 조직의 밖으로 나가 버림. 또는 그것을 내보냄’이라고 정의한다. 소중한 정보가 불법적으로 원래 소유권이 있는 조직의 밖으로 나가기만 해도 유출에 해당한다. 해당 정보가 다른 국가 혹은 회사의 손아귀에 들어갔는지 여부는 기술 유출 범죄 행위 자체의 성립을 판단하는 핵심 요인이 아니며, 설령 기술이 넘어가지 않았다 하더라도 양형에서 유의미하게 반영할 사안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하지만 항소심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판사 이규홍 이지영 김슬기)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을 인용한 뒤 “‘유출’은 영업비밀을 그 비밀 보유자가 지정하거나 이동을 승인한 장소 밖으로 내보내는 행위를 의미”한다고 정의했다. 주요 자료가 회사 서버나 PC에서 나가기만 해도 기술 유출이며 엄벌이 필요하다는 해석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 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1년6월의 실형을 지난 7월 선고했다. 대법원도 두 달 뒤 서울고법의 판단이 법리에 맞는다며 실형을 확정했다.
25조원. 최근 5년 동안 기술 유출로 한국 기업이 본 피해 규모다. 이는 단순히 국부가 빠져나가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기정학(技政學)의 시대에 첨단과학기술은 개별 기업은 물론 국가의 생존까지 좌우하기 때문이다. 기술 유출의 정의를 명확히 되새겨봐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