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짓'이 공사장 공용어…하자·사고 늘었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외국인 250만 시대
(9) 한국말 못하는 비숙련공 급증
의사소통 안되고 체류기간 짧아
안 보면 공정 빼먹고 일도 대충
철근 덜 묶고 거푸집 고정 않는 등
두번 일하는 경우 늘자 생산성 뚝
"인증 숙련근로자 도입 확대해야"
(9) 한국말 못하는 비숙련공 급증
의사소통 안되고 체류기간 짧아
안 보면 공정 빼먹고 일도 대충
철근 덜 묶고 거푸집 고정 않는 등
두번 일하는 경우 늘자 생산성 뚝
"인증 숙련근로자 도입 확대해야"
1일 경기 고양시의 1200가구 규모 아파트 신축 공사 현장에선 영어 중국어 태국어 베트남어 몽골어 등 다양한 언어가 들려왔다. 중국 동포 작업반장은 팀원들에게 손짓과 몸짓으로 철근 매듭짓는 법 등을 설명했다. 전체 근로자 800여 명 중 외국인 근로자가 절반을 차지했다. 현장 관계자는 “공정마다 팀원 간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공사 기간이 길어지고 마감도 정교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한숨을 지었다.
이날 중소기업중앙회가 발표한 기업 1000곳 대상 ‘외국인력 활용 관련 종합애로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같은 연차의 외국인 직원은 내국인 대비 생산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3개월 미만 외국인 직원의 생산성은 내국인의 53.8% 수준에 머물렀다. 중소기업 대표들이 꼽은 개선 과제 1순위는 ‘불성실 외국인력 제재 장치 마련’이었다.
이날 찾은 건설현장에서도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불만이 적지 않았다. 현장 관계자는 “오늘도 아파트 골조를 세우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철근을 헐겁게 묶고 일을 끝내려 해 다시 지시했다”고 말했다.
콘크리트 안 철근을 도면에 맞게 정확히 고정하려면 결속기를 이용해 철사로 철근을 단단히 묶어야 하는데 외국인 근로자는 세심함이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개당 1t의 하중을 견디는 매듭은 아파트 내구성과 직결된다.
부실 공사 우려도 적지 않다. 요즘 건설현장에선 아파트 벽면 등을 다듬는 석공 인원이 단지당 5명에서 20명으로 크게 늘었다. 벽면이 울퉁불퉁하게 마무리되는 부실시공이 급증한 탓이다. 건설현장 관계자는 “외국인 형틀목수들은 귀찮다는 이유로 거푸집을 연결하는 고정핀을 절반만 사용하는 사례가 많다”며 “이런 경우 시멘트를 부었을 때 거푸집이 터질 확률이 높아지고 벽면이 울퉁불퉁해진다”고 했다.
건설 인력을 모으는 과정도 주먹구구식이다. 현장 작업반장은 매일 새벽 서울지하철 7호선 남구로역과 경기 시흥 정왕동의 새벽 인력시장에서 정식 비자가 없는 불법체류 동남아시아인을 신분증 확인도 없이 모아온다. 이들은 불법체류자를 전문 기능공으로 이름을 올려 미숙련공 일당(19만원)보다 더 높은 일당(25만원)을 받게 한 뒤 차액 6만원을 작업반장과 현장 소장 등이 나눠 가진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미숙련 외국인이 계속 느는 추세에서 부실 공사와 업무 효율이 낮아지는 문제는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며 “인증받은 숙련 근로자들이 현장에 투입될 수 있도록 인력 수입을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제조업 분야 상황도 마찬가지다. 외국인 근로자 채용이 많은 경기 시흥의 반도체 장비용 부품 제조업체 D사 관계자는 “똑같이 석 달을 가르쳐도 배우는 속도는 두 배 이상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몽골인이 급격히 늘고 있는 이삿짐업계도 여러 어려움이 있다. 서울 강동구의 이삿짐센터 대표는 “채용한 외국인 근로자 모두가 불법체류자이기 때문에 이들은 영업용 차량 면허증을 딸 수 없고 범죄 우려도 있다”며 “내국인보다 몇 배의 관심과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강호/최해련 기자 callme@hankyung.com
○불법체류자 채용해 수수료 빼돌려
한국 주요 산업 현장에 외국인 근로자가 급격히 늘면서 이로 인한 부작용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미숙련 불법체류자가 주로 일하는 건설현장 등에선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공기가 늘어나고 부실 공사 우려도 나오고 있다. 제조업 역시 낮은 생산성 탓에 웃돈을 주고 내국인을 고용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이날 중소기업중앙회가 발표한 기업 1000곳 대상 ‘외국인력 활용 관련 종합애로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같은 연차의 외국인 직원은 내국인 대비 생산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3개월 미만 외국인 직원의 생산성은 내국인의 53.8% 수준에 머물렀다. 중소기업 대표들이 꼽은 개선 과제 1순위는 ‘불성실 외국인력 제재 장치 마련’이었다.
이날 찾은 건설현장에서도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불만이 적지 않았다. 현장 관계자는 “오늘도 아파트 골조를 세우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철근을 헐겁게 묶고 일을 끝내려 해 다시 지시했다”고 말했다.
콘크리트 안 철근을 도면에 맞게 정확히 고정하려면 결속기를 이용해 철사로 철근을 단단히 묶어야 하는데 외국인 근로자는 세심함이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개당 1t의 하중을 견디는 매듭은 아파트 내구성과 직결된다.
부실 공사 우려도 적지 않다. 요즘 건설현장에선 아파트 벽면 등을 다듬는 석공 인원이 단지당 5명에서 20명으로 크게 늘었다. 벽면이 울퉁불퉁하게 마무리되는 부실시공이 급증한 탓이다. 건설현장 관계자는 “외국인 형틀목수들은 귀찮다는 이유로 거푸집을 연결하는 고정핀을 절반만 사용하는 사례가 많다”며 “이런 경우 시멘트를 부었을 때 거푸집이 터질 확률이 높아지고 벽면이 울퉁불퉁해진다”고 했다.
○제조업서도 불만 이어져
이 같은 문제의 근본 원인은 만성적 인력 부족이다. 현장에선 전문성보단 저렴한 인건비에 사람 수만 맞추면 된다는 인식이 퍼지며 외국인 채용이 급격히 늘었다.건설 인력을 모으는 과정도 주먹구구식이다. 현장 작업반장은 매일 새벽 서울지하철 7호선 남구로역과 경기 시흥 정왕동의 새벽 인력시장에서 정식 비자가 없는 불법체류 동남아시아인을 신분증 확인도 없이 모아온다. 이들은 불법체류자를 전문 기능공으로 이름을 올려 미숙련공 일당(19만원)보다 더 높은 일당(25만원)을 받게 한 뒤 차액 6만원을 작업반장과 현장 소장 등이 나눠 가진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미숙련 외국인이 계속 느는 추세에서 부실 공사와 업무 효율이 낮아지는 문제는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며 “인증받은 숙련 근로자들이 현장에 투입될 수 있도록 인력 수입을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제조업 분야 상황도 마찬가지다. 외국인 근로자 채용이 많은 경기 시흥의 반도체 장비용 부품 제조업체 D사 관계자는 “똑같이 석 달을 가르쳐도 배우는 속도는 두 배 이상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몽골인이 급격히 늘고 있는 이삿짐업계도 여러 어려움이 있다. 서울 강동구의 이삿짐센터 대표는 “채용한 외국인 근로자 모두가 불법체류자이기 때문에 이들은 영업용 차량 면허증을 딸 수 없고 범죄 우려도 있다”며 “내국인보다 몇 배의 관심과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강호/최해련 기자 callm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