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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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치료제 개발 경쟁에 뒤늦게 합류한 화이자가 돌연 임상시험 중단을 선언했다. 중간 임상 단계에서 실험 참여자들에게 위장 통증 등 부작용이 나타나서다. 경구용 신약으로 역전을 노리던 화이자의 전망이 암울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1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화이자는 경구용 비만치료제 '다누글리폰'에 대한 3상 임상시험을 시행하지 않을 예정이며, 이에 대한 개발도 중단한다고 밝혔다. 2상 임상시험을 치르면서 부작용을 호소하는 참가자들이 늘어나서다. 다누글리폰은 하루 2회 복용하는 경구용 비만치료제다.

화이자 관계자는 CNBC에 "현재로선 다누글리폰 3상 임상시험을 계속 진행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화이자는 제2형 당뇨병 병력이 없는 성인 약 600여명을 대상으로 다누글리폰 2상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이 시험에서는 40~200㎎ 등 복용량을 조절하며 26~32주간 임상 시험을 시행했다. 앞서 화이자가 공개한 다누글리폰의 중간단계 실험에서는 12주간 200㎎을 복용한 당뇨병 환자가 체중 5.8%를 감량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누글리폰은 체중 감소에 대한 효능을 입증했다. 모든 용량을 테스트한 결과 '유의미한 체중 감소'가 나타났다. 시험 26주째에 실험자들의 체중이 이전보다 4.8~9.4% 줄었고, 32주째에는 6.9~11.7% 감소했다. 일반적으로 10% 안팎의 체중 감소가 이뤄져야 비만 치료제의 효과가 있다고 판단한다.

다만 신약에 대한 부작용도 컸다. 시험 참여자 중 73%는 메스꺼움을 호소했고, 47%는 구토증을 겪었다. 25%는 시험 기간 동안 설사병을 앓았다. 위장 장애 등 부작용이 나타나면서 시험자 대다수가 약물 복용을 중단했다. 시험 참가자가 증가하게 되자 화이자는 임상 시험을 돌연 중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누글리폰 개발이 일시 중단되자 화이자는 신약 개발 경로를 바꿀 예정이다. 1일 1회 복용하는 신약 개발에 속도를 올리겠다는 입장이다. 내년 중순께 1일 1회 복용하는 신약에 대한 2상 임상시험을 진행할 계획이다. 다만 화이자는 지난 6월 1일 1회 복용하는 실험 약을 개발했지만, 실험자들의 간 효소 수치가 높아져 폐기한 바 있다.

화이자의 비만치료제 개발이 난항을 겪자 경쟁에서 뒤처질 것이란 우려가 커졌다. 당초 앨버트 볼라 화이자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월 장내 호르몬을 모방해 식욕을 억제하는 비만·당뇨 치료제인 GLP-1 시장이 900억 달러(약 119조원)로 성장할 수 있다고 전망하면서 "경구용 치료제를 개발해 이 부문에서 100억 달러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임상이 실패하며 비관론만 확산하는 모습이다.

CNBC는 "제약업계에선 이미 일라이릴리의 경구용 비만 치료제가 화이자 신약보다 부작용이 덜하다고 평가하고 있다"며 "1일 1회 복용하는 신약의 2상 임상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화이자의 입지는 위태로울 것"이라고 평가했다.

비만치료제 선두 주자인 일라이 릴리와 노보노디스크는 경구용 비만치료제 개발 속도를 올리고 있다. 일라이릴리는 지난 6월 미만 또는 과체중 환자가 비만치료제 오르포글리프론을 36주 간 하루에 한 번 45㎎ 복용한 결과 14.7%의 체중 감량 효과를 거뒀다는 2상 임상실험 결과를 공개했다. 같은달 노보노디스크 역시 먹는 비만치료제 세마글루타이드의 3상 실험 결과를 공개했다. 과체중 또는 비만 환자가 하루에 한 번 50㎎을 복용한 결과 68주 후 15.1%의 체중을 감량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