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잠실 일대 아파트 단지들. 사진=한경DB
서울 송파구 잠실 일대 아파트 단지들. 사진=한경DB
잠실주공 가락주공 등이 재건축된 서울 송파구에는 유독 대단지가 많다. 부동산 경기 흐름에 따라 아파트 거래와 가격 변화가 빨라 시세 파악의 ‘바로미터’로 평가받는 이유다. 최근 송파구 주요 단지의 거래가 크게 줄고, 가격도 하락하기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이후 ‘숨고르기’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3일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호갱노노에 따르면 잠실동 잠실엘스 전용면적 84㎡의 지난 10월 평균 매매가격은 22억8000만원이었다. 9월(24억1000만원)보다 1억원 이상 내렸다. 5월부터 이어진 상승세에 제동이 걸린 것이다. 거래량은 가격 상승기인 8월에 13건으로 정점을 찍은 뒤 9월 6건, 10월엔 4건에 그쳤다. 지난달 실거래가는 아직 한 건도 신고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엘·리·트’(잠실엘스·리센츠·트리지움) 중 하나인 리센츠도 비슷한 상황이다. 리센츠 전용 84㎡의 평균 거래가격은 9월 25억4000만원에서 10월 24억6000만원으로 상승세가 꺾였다. 이 기간 거래량은 각각 3건, 2건에 불과했다. 트리지움은 전용 84㎡ 평균 매매가가 22억8000만원에서 22억6000만원으로 떨어졌다. 거래량은 7건에서 3건으로 줄었다.

잠실동에 있는 주요 단지 전용 84㎡는 거래량이 많아 아파트 시세 파악의 주요 지표로 활용된다. 전용 84㎡가 잠실엘스만 4042가구에 달한다. 리센츠와 트리지움도 각각 3590가구, 2402가구로 웬만한 대단지와 맞먹는다. 2021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하락장을 가장 먼저 깨고 올 상반기 반등에 나선 것도 이들 단지였다.

전체 가구가 9510가구에 달하는 가락동 헬리오시티에서도 거래 급감과 가격 정체가 나타나고 있다. 전용 84㎡(3252가구)의 평균 매매가격은 9월부터 지난달까지 20억8000만원 선에 머물고 있다. 거래량은 8월 18건으로 정점을 찍은 뒤 10월 2건, 지난달 1건으로 거래 가뭄을 겪고 있다.

고금리와 가계대출 관리 강화 등의 영향으로 수요자가 일단 관망으로 돌아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잠실동 주요 단지는 1월부터 거래량이 늘어나며 가격을 회복했다”며 “최근 중저가 단지의 가격 회복세가 더뎌지면서 선도지역 아파트의 가격 상승세도 숨고르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지난달 마지막주 전국 아파트 시세(한국부동산원 기준)가 하락으로 전환하면서 관망세가 확산하는 분위기다. 고금리 국면에서 무리하게 매입에 나서기보다 가격 향방을 지켜본 뒤 매입 시기를 저울질하는 게 낫·다는 판단에서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