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이등병의 편지 40년
북한군 초소에서 인민군 중사 오경필(송강호)은 전쟁이 나면 남북 모두 3분 만에 전멸한다는 얘길 하다가 국군 병장 이수혁(이병헌)이 튼 카세트테이프 노래 가사에 말을 멈춘다. “부모님께 큰절하고 대문 밖을 나설 때…….”

“아~ 오마니 생각나는구만. 근데 광석이는 왜 그렇게 일찍 죽었대니? 야 우리 광석이를 위해서 딱 한잔만 하자~” 한국 영화사에 길이 남을 OST의 하나인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 중 김광석이 부른 ‘이등병의 편지’가 흘러나오는 장면이다. 국군 일병 남성식(김태우)과 인민군 전사 정우진(신하균)까지, 네 명의 남북 병사들에게 이 노래는 ‘적’으로 만났지만 ‘정’을 나누는 매개가 된다.

이등병의 편지가 만들어진 지 40년째다. ‘가을 우체국 앞에서’ 등의 히트곡을 지은 싱어송라이터 김현성이 스물한 살 때인 1983년, 불광동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입대하는 친구를 배웅해주고 귀가하는 버스 안에서 작사·작곡했다고 한다. 김현성은 40주년을 기념해 전국을 돌며 공연한 데 이어 이달에는 토크 콘서트도 준비 중이다.

이 노래가 음반에 처음 실린 것은 1990년 김민기가 프로듀서를 맡은 <겨레의 노래> 1집이었는데, 당시 노래를 부른 사람은 김광석이 아니라 들국화 멤버 전인권이었다. 그러나 전인권이 전국 순회공연을 펑크 내면서 대타로 기용된 김광석의 대표곡이자, 후일 대한민국에서 군 입대와 관련된 상징적인 노래가 됐다.

김광석은 자신이 ‘평생 이등병’이라 이 노래에 더 애착이 간다고 했다. 1980년 그의 큰 형이 육군 대위로 복무 중 불의로 사고로 유명을 달리하는 바람에 당시 병역법에 따라 6개월 방위병으로 병역의무를 다한 연유다.

군에 갔다 온 한국 남성이라면 언제 들어도 마음 한구석이 짠해진다. 신병 입소가 있는 한 영원히 불릴 노래이기도 하다. 구슬픈 멜로디에 하모니카 소리, 호소력 짙은 창법이 심금을 울린다. 이 노래의 오랜 생명력에는 긍정과 희망의 마지막 소절을 빼놓을 수 없다. “이제 다시 시작이다 젊은 날의 생이여/이제 다시 시작이다 젊은 날의 꿈이여.”

윤성민 논설위원 sm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