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에게 땅 줬더니 효도 안해"…도로 내놔라 소송했지만 패소한 이유
아들 명의로 소유권 이전등기를 한 땅을 아버지가 계속 관리했다고 해도 이미 증여한 것으로 봐야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아버지는 등기권리증 보유 사실과 명의 이전 이후에도 해당 토지에 관한 세금과 공과금을 낸 사실을 내세워 “명의신탁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증여 후 세금공과금 냈어도 소유권 인정 안돼”

전주지방법원 민사7단독 김경선 부장판사는 A씨가 아들 B씨를 상대로 제기한 소유권 말소등기 청구소송에서 지난 10월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A씨는 2016년 2월 전북 진안군 소재 토지 8필지를 B씨에게 증여하고 B씨 명의로 소유권을 이전하는 등기까지 마쳤다. A씨는 명의 이전 이후에도 등기권리증을 보유하면서 해당 토지에 관한 증여세와 각종 공과금을 납부해왔다. 그러다 아들과 불화가 생기자 토지를 되찾겠다면서 지난해 소송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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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재판과정에서 “토지를 증여한 것이 아니라 명의신탁했다”면서 “현행법상 명의신탁 약정은 무효이기 때문에 내게 토지 소유권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소송에 앞서 다른 아들인 C씨가 A씨와 B씨를 상대로 낸 사해행위 취소소송에서도 B씨에게 토지를 명의신탁했다고 진술한 사실도 근거로 제기했다.

B씨는 “이미 증여가 끝났다”고 맞섰다. 그는 “다른 소송에서도 증여를 받았다고 주장했다”면서 “2016년 1월 해당 토지에 농업경영체 등록을 하고 느티나무 등을 재배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법원은 B씨 손을 들어줬다. 김 판사는 “A씨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부동산을 명의신탁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A씨의 청구는 이유가 없어 기각한다”고 밝혔다.

“싹 넘겨줬다”는 과거 발언, 증여 인정 증거로

이번 재판에선 부모가 자녀에게 재산의 명의를 이전한 후 해당 재산에 관한 관리권과 처분권을 지속적으로 행사했더라도 증여가 아니라고 볼 수 없다는 법원의 기조가 다시 한 번 확인됐다는 평가다. 이 같은 상황을 두고 대법원은 2010년 말 “증여가 아닌 명의신탁으로 단정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놓았다.

김 판사 역시 이 판례를 중요한 판단 근거로 고려했다. 김 판사는 “부모가 자신이 일군 재산을 생전에 자녀에게 물려준 뒤에도 자녀의 협조나 승낙을 통해 해당 재산을 관리하거나 처분할 권리를 행사하는 경우가 흔히 있을 수 있다”면서 “권리를 계속 행사했다고 해서 증여가 아니라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A씨가 과거에 증여를 인정하는 발언을 한 것도 판결에 영향을 미쳤다. 그는 2020년 9월 배우자와 자녀와 이야기하던 중 “그 밭과 논은 내가 B에게 싹 넘겨줬다”면서 “땅까지도 다 자기한테 해줬는데 부모 고마운 생각 한 번 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법적인) 허락을 받고 다시 뺏어오고 싶다”고 말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