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식 이승만 파운딩 파더스로 대우해야…건국지사 예우 정파없어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이 서울 용산구 서울지방보훈청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지난 70년 간 역사의 음지에서 패륜아로 방지돼 왔던 이승만 전 대통령을 살릴 때다.”

지난 10월 박민식 국가보훈처 장관은 장관의 어머니, 군 복무 중인 아들과 함께 이승만 전 대통령 기념관 건립 기금으로 1000만원을 이승만대통령기념재단에 기부했다. 3대(代)가 건립기금을 위해 사비를 모을 만큼 박 장관에게 이승만 기념관의 건립 의미는 각별하다. 박 장관은
“이 전 대통령도 우리 정부 건국공로훈장 1급을 받은 건국지사”라며 “일방적인 비판에 가려 대한민국의 토대를 만들기 위해 기여했던 이 전 대통령의 많은 업적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초대 보훈부 장관으로서 가장 뿌듯했던 일도 국민들이 이 전 대통령에 대해 재평가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한 데 있었다고 한다. 박 장관은 “(이승만 기념관 건립은) 지난해 저의 개인적 소신으로 출발했지만 현재는 우리 정부와 민간에서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며 “최근 미국에서 추진 중인 이 전 대통령 동상 건립에 미국에 거주하는 6·25참전용사께서 20만달러를 기부할 정도”라고 말했다. 박 장관을 지난 1일 용산 서울지방보훈청 사무실에서 만났다.

▷지난 6월 국가보훈처가 보훈부로 승격하면서 초대 보훈부 장관이 되셨습니다. 장관으로서 어떤 부분이 많이 바뀌었다고 체감하시나요.

“원래 보훈부는 국민에게 예전 명칭인 ‘원호처’으로 인식돼 있고, 국립묘지에서 묵념하는 부서란 생각 외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보훈부로 승격되면서 존재감이 커졌고, ‘영웅을 기억하는 나라’를 위한 부서란 점이 널리 인식됐습니다. 승격된 보훈부는 부처 국무위원 의전서열 9위를 곧바로 차지할 만큼 우리 부서의 위상도 달라졌습니다.”

▷보훈부가 단숨에 높은 의전 서열을 받을 수 있었던 비결이 있나요.

“신생 부서의 의전서열은 선착순으로 하면 대략 20위입니다. 제가 국회에 가서 보훈부 서열을 올려 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보훈부는 국가유공자를 제대로 예우하자는 목표가 있기 때문에 속된 표현으로 ‘가오’가 중요합니다. 유공자 대우를 대폭 높이겠다고 하면서 부서 의전서열이 가장 낮으면 안된다고 의원들을 설득했고 다행히 좋은 결과를 얻었죠.”

▷보훈 사업은 국가와 사회의 미래와 관련이 있습니까.

“저는 부훈부 공무원들에게 ‘보훈부는 중요한(important) 부서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번영을 위한 필수적인(vital) 부서’라고 말합니다. 보훈은 ‘공훈에 대해 보답한다’는 뜻이 있는데, 역사적으로 보면 보훈이 잘못되면 큰 변란이 일어났습니다. 조선시대를 보면 중종반정의 공신 중 훈구파 대신들의 공을 박탈했던 ‘위훈삭제’가 ‘기묘사화’로 이어진 게 대표적입니다.”

▷올해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아 보훈부는 ‘한미 참전용사 10대 영웅’ 캠페인을 진행했습니다. 선정된 10대 영웅을 타임스퀘어 전광판에 송출하는 등 대대적인 활동을 하셨는데요.

“한미동맹은 우리 보훈사업의 핵심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현재 한국의 ‘기적의 발전’ 뒤에는 한미상호방위조약에 근거한 한미동맹이 근간에 있습니다. 제가 이승만 기념사업에 적극적인 점도 이 전 대통령이 한미동맹을 만든 분이기 때문입니다. 미국이 6·25전쟁 휴전협상 중 한미동맹을 원하지 않았지만, 이 전 대통령은 ‘한미상호방위조약으로 우리 후손들은 누대에 걸쳐 수혜를 볼 것’이라며 끝내 관철시키셨습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의 재평가는 어느정도 이뤄져야 합니까.

“이 전 대통령은 한국의 ‘건국의 아버지(Founding Fathers)’로 평가받아야 합니다. 한국의 건국지사는 여러 분이 계실 수 있는데 이 전 대통령은 제일 첫 손에 꼽혀야 할 분입니다. 미국을 보면 조지 워싱턴, 토머스 제퍼슨과 같이 국부로 모시는 파운딩 파더스가 있습니다.”

▷이승만 전 대통령 관련 사업이 사회 갈등을 일으키지는 않을까요.

“세계 주요국 중에서 건국의 아버지가 없는 나라는 없습니다. 대한민국도 건국의 아버지들을 존경하는 문화를 갖춰야 하는데, 그런 시도를 깎아내리려는 일부 세력이 있는 점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건국지사를 예우하는 것은 정파적 문제도 아닙니다. 예를 들어 건국훈장이 추서된 신익희 선생은 현재 더불어민주당의 뿌리가 되신 분입니다. 얼마든지 건국의 아버지가 될 자격이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이 최근 정무위원회 예산결산소위원회에서 순직군경 자녀 지원사업(히어로즈패밀리) 예산 6억원을 삭감하자 “순직군인 자녀가 눈엣가시냐”며 반박했는데요.

“참담한 심정입니다. 이 사업은 영웅의 아이들을 돌보기 위해 국가의 최소한의 책무를 규정한 것입니다. 야당에서 예산 사용에 대해 오해한 부분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차후 예결위를 거치면서 예산이 회복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광주광역시에서 실시하는 ‘정율성 기념사업’에 제동을 거셨는데요.

“국민에게 총부리를 겨눈 공산주의자를 위해 우리 세금을 쓰는 것은 헌법가치를 훼손하기 때문입니다. 광주시는 광주 시민도 잘 모르는 사업을 진행했습니다. 정율성을 단순히 ‘음악가’로 포장해 시민들에게 홍보한 것이죠. 호남은 독립지사를 2600명이나 배출한 호국 정신이 강한 고장입니다. 그런 곳에서 고작 정율성을 기념하는 것은 말이 안되요. 다행히 호남에 가 보니 기념사업을 적극 추진하는 분위기가 아닌 것 같습니다. 시정권고를 한 뒤 인내심을 갖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장관님은 18·19대 국회의원을 지낸 정치인이기도 한데요, 내년 충선을 앞두고 도전할 것이란 의견이 있습니다.

“저는 정치인 출신으로서 윤석열 정부가 성공하는 것이 우리 대한민국의 성공이 될 것이란 신념이 있습니다. 여당이 현재 상당히 절박한 상황이기 때문에 그에 대한 책무감 역시 갖고 있습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

박민식 "이승만 '파운딩 파더스'로 대우해야…건국지사 예우 정파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