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세에 창업해 억만장자…혁신 좇는 '70세 청년' 캐시 우드 [비하인드 인물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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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전 세계에 기술주 투자 열풍을 불러온 사람이 있습니다. 국내 투자자들에게 일명 '돈나무 언니'로 잘 알려진 캐시 우드(Cathie Wood)인데요. '돈나무'는 돈을 뜻하는 '캐쉬(Cash)', 나무를 뜻하는 '우드(Wood)'와 발음이 비슷해 붙은 별명입니다. (실제로 그녀가 설립한 자산운용사 아크 인베스트(Ark Invest)는 코로나19 당시 돈이 열리는 나무를 키운다고 해도 믿을 만큼 엄청난 수익률을 올렸으니 틀린 말은 아니네요)
비하인드 인물열전 '캐시 우드' 편에선 이미 잘 알려진 돈나무 언니의 투자 전략이나 투자처 같은 닳고 닳은 이야기는 줄이고, 대신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 70세를 바라보는 나이에도 왜 여전히 혁신과 기술을 좇는지, 또 아크 인베스트의 탄생 배경은 무엇인지 등에 대해 다뤄보려 합니다.
▲ 경제학도에서 월가 간판 스타가 되기까지
캐시 우드는 1955년 11월 26일(얼마 전인 지난주 일요일이 그녀의 68번째 생일이었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태어났습니다. 1981년 서던 캘리포니아 대학교에서 금융 및 경제학 학사 학위를 수석(summa cum laude·최우수 등급)으로 졸업한 그녀는 학부 시절 '래퍼 곡선 이론'(세율과 정부가 징수하는 세입액 간 관계를 보여주는 경제 이론)을 만든 경제학자인 아서 래퍼(Arthur Laffer)에게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아서 래퍼는 미국 40대 대통령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 시절 경제정책 업무를 맡을 정도로 '경제학의 대가'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아서 래퍼 밑에서 금융업에 눈을 뜬 캐시 우드는 1980년 미국 자산운용사 제니슨 어소시에이츠에 입사했고, 대학 졸업 후에는 곧바로 뉴욕으로 넘어가 본격적으로 '월가 라이프'를 시작했습니다. 그녀는 제니슨 어소시에이츠에서 18년 간 몸담으며 수석 이코노미스트, 수석 애널리스트, 포트폴리오 매니저를 거쳐 전무 이사까지 역임했습니다. 이때 제니슨 어소시에이츠에서 이사 겸 부사장이었던 루루 C. 왕(Lulu C. Wang)을 만났는데, 두 사람은 1998년 제니슨 어소시에이츠를 떠나 헤지펀드 회사 '투펠로 캐피탈 매니지먼트(Tupelo Capital Management)'를 설립하게 됩니다. 캐시 우드는 새로운 회사를 만들고, 헤지펀드라는 새로운 분야에서 일했던 이 시기가 훗날 아크 인베스트를 설립하는데 좋은 밑거름이 됐다고 회상했습니다.
2001년 투펠로 캐피탈을 떠난 캐시 우드는 미국 유명 자산운용사 얼라이언스번스타인(AllianceBernstein)에 새로운 보금자리를 틀었습니다. 그녀는 번스타인에서 투자 책임자로 12년 간 일하며 풍부한 경험을 쌓게 됩니다. 마침내 모든 준비를 마쳤다고 생각한 캐시 우드는 얼라이언스번스타인을 떠나 2014년 그 유명한 '아크 인베스트(Ark invest)'를 차렸습니다. CEO(최고경영자)와 CIO(최고투자책임자)를 맡은 그녀는 35년 간 축적한 투자 전략을 바탕으로 직접 펀드를 운용하며 월가에 '아크 인베스트'라는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아크 인베스트는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전례 없던 대위기를 기회로 바꿔 큰 수익률을 올렸는데, 이때 캐시 우드는 월가에서 '스타 매니저'로 불리게 됐습니다.
▲ 60세에 창업해 억만장자가 된 캐시 우드
2023년 11월 기준 캐시 우드의 재산은 2억5천만 달러, 우리 돈 3,263억7,500만 원으로, 전년 대비 1억 달러 불어난 것으로 추정됩니다. 캐시 우드의 재산은 아크 인베스트 펀드 성과와 크게 연관되어 있습니다. 경제 전문 매체 포브스에 따르면, 캐시 우드의 순자산은 지난 2021년 4억 달러(5,222억 원)까지 불어났다가 지난해 고금리 여파로 아크 인베스트의 수익률이 곤두박질 치면서 1억4천만 달러(1,827억7,000만 원)로 급감했지만, 올해 초 AI 열풍에 따른 기술주 반등으로 운용 펀드 수익률이 급등하면서 가파르게 회복되고 있습니다. 아크 인베스트 성과가 캐시 우드의 수익으로 직결되는 만큼, 아크 인베스트의 수익 구조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아크 인베스트는 여타 운용사와 마찬가지로 자사가 운용하는 펀드를 관리하면서 투자자들에게 받는 보수(운용 수수료)로 수익을 창출합니다. 주력으로 운용하는 'ARKK(ARK Innovation ETF)'의 경우 연간 보수가 0.75%에 달하는데, 이는 전체 ETF(상장지수펀드) 평균 보수의 2배 수준입니다. 예를 들어 한 투자자가 ARKK에 10억 달러를 투자했다면 ARK에 연간 750만 달러, 우리 돈 100억 원에 가까운 보수를 낸다는 뜻입니다. 투자 전문 매체 배런스는 캐시 우드의 ARK 지분이 50~75% 사이로 추정된다며, 이 지분 구조에 운용자산 10억 달러 기준 0.75%를 적용한 750만 달러의 보수 중 세전 375만~563만 달러(49억~74억 원) 사이를 가져간다고 공개한 바 있습니다. (다만 일각에선 지난해 아크 인베스트 펀드 수익률이 폭락하는 와중에도 언론을 통해 기약 없는 우상향을 주장하는 한편 수 천억 원에 달하는 보수를 챙겼다며 책임감이 없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습니다.)
▲ 혁신바라기 외길 인생
한국 나이로 올해 69세, 고희를 바라보는 캐시 우드. 외모만 보면 친절한 이웃집 할머니와 같은 모습이지만, 그녀의 마음과 열정은 여느 20대 못지않게 젊습니다. 캐시 우드가 아크 인베스트를 만든지 10년도 채 되지 않아 억만장자가 될 수 있었던 것은 그녀의 한결같은 투자 철학 때문입니다. 캐시 우드는 AI와 디지털 헬스, 로봇 공학, 청정에너지, 가상화폐에 이르기까지 '혁신' 관련 중소형주에 소위 '몰빵' 투자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캐시 우드는 '파괴적인 혁신'에 대한 투자가 사람들의 삶을 개선할 수 있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습니다. 그녀가 말하는 '파괴적인 혁신'은 1995년도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 교수진이 발행한 월간지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간행물'에 처음 사용된 단어로, "한 산업이 흔들리고 기존에 큰 성공을 거둔 기업이 위태로운 상황"을 설명할 때 등장했습니다. 전기차를 개발해 전통 자동차 산업에 도전장을 내민 테슬라가 '파괴적인 혁신'의 대표 사례입니다. 테슬라는 '전기차'라는 최신식 무기로 2010년대 후반부터 내연기관 차량 생산에 주력하던 포드나 GM 같은 전통 자동차 제조업체 시장 점유율을 빼앗아 왔습니다.
▲ 캐시 우드가 혁신에 푹 빠진 이유
캐시 우드가 투자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것이 바로 '성장성'인데, 이것이 그녀를 '혁신바라기'로 만들었습니다. 그녀는 단기적으로 수익성이 높지 않더라도 기업의 성장 여력에 초점을 두고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 주식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이는 아크 인베스트가 운용하는 펀드에 그대로 적용되어 있습니다. 아크 인베스트의 모토 중 하나가 "기술 발전 기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자"인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캐시 우드는 특정 기업에 투자하기보다 장기적으로 발전할 것으로 예상되는 트렌드에 한 발 앞서 투자하는 이른바 '주제별 투자법'을 핵심 전략으로 사용했습니다. 실제로 그녀는 한 인터뷰에서 기술주를 좋아하는데 왜 'FAANG(페이스북(현 메타 플랫폼스), 아마존, 애플, 넷플릭스, 구글)' 주식에 투자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내게 빅테크는 안전자산이나 다름없다"고 대답하기도 했습니다. 훗날 '주제별 투자법'은 그녀가 설립한 ARK 인베스트의 '투자 철학'으로 자리매김하게 됩니다.
* 주제별 투자법(Thematic investing) : 장기적으로 시장보다 높은 수익을 창출할 것으로 예상되는 특정 영역에 관련된 회사만 추려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투자하는 전략
▲ 혁신의 방주? 능동적 연구 지식?
캐시 우드가 설립한 아크 인베스트에서 아크(Ark)라는 단어는 두 가지 뜻을 담고 있습니다. 회사 설립을 결심했지만 아직 사명을 정하지 못했던 캐시 우드. 그녀는 성경을 읽다 눈에 들어온 '계약의 궤(Ark of the Covenant)'에서 아크라는 단어를 따왔다고 합니다. '계약의 궤'는 구약성서에 나오는 장막 또는 솔로몬 성전의 지성소에 안치되어 있던 거룩한 상자를 말하는데, 이 거룩한 상자가 캐시 우드 투자 철학의 핵심인 '혁신'을 대변한다는 겁니다. 또 하나는 아크 인베스트 웹사이트에 명시돼 있는 것으로 'Ark'가 '능동적 연구 지식(Active Research Knowledge)'의 약자라는 겁니다. '능동적 연구 지식'은 혁신이 만들어내는 빠른 변화를 활용하기 위한 능동적인 경영·기술의 융합을 포착하기 위한 것으로, 아크 인베스트가 새로운 기술 트렌드와 산업 동향을 연구하고 이를 기반으로 투자 결정을 내리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는 것을 설명합니다.
▲ 대위기를 대기회로 바꾼 주역, 아크의 현주소
아크 인베스트는 상장 기업의 주식을 매입하는 액티브 펀드 운용사이며, 총 8개의 ETF(상장지수펀드)를 운용하고 있습니다. 2023년 11월 20일 기준 총 AUM(운용자산)은 131억3,600만 달러(17조1,136억 원)에 달합니다. 주력 펀드는 82억6,310만 달러 규모의 Ark Innovation ETF(ARKK)로 지난 달에만 31% 급등하며 부활의 신호탄을 쏘기도 했습니다.
앞서 코로나19 사태로 기술, 성장주가 큰 성장을 거뒀을 때 아크 인베스트의 AUM은 600억 달러를 돌파하기도 했습니다.
△ 아크 인베스트 주력 펀드 순자산 (2023년 12월 1일 기준)
- ARK Innovation ETF (ARKK) : 82억6,310만 달러 (10조7,875억 원)
- ARK Genomic Revolution ETF (ARKG) : 17억7,710만 달러 (2조3,200억 원)
- ARK Next Generation Internet ETF (ARKW) : 15억1,150만 달러 (1조9,732억 원)
- ARK Autonomous Tech. & Robotics ETF (ARKQ) : 9억7,600만 달러 (1조2,740억 원)
- ARK Fintech Innovation ETF (ARKF) : 9억7,440만 달러 (1조2,720억 원)
- ARK Space Exploration & Innovation ETF (ARKX) : 2억5,920만 달러 (3,383억 원)
▲ 캐시 우드, 가치 투자는 안 할까? 캐시 우드가 기술주와 성장주에 투자하는 것으로 유명세를 떨쳤지만 사실 가치 투자를 완전히 버린 것은 아닙니다. 지난해 하반기 증시가 소위 대하락장을 겪으면서 침체기에 빠졌을 때 아크 인베스트는 이제 가치주로 분류되는 테슬라 같은 기존 보유 종목의 실적이 저평가되어 있다고 판단해 보유 비중을 늘렸습니다.
또한 캐시 우드는 증시가 급락했던 2022년 말에도 '주제별 투자'에 대한 신념을 관철하면서도 동시에 GM 같은 전통 가치주에도 투자했습니다. 그녀는 GM에 투자할 때 GM이 전기차 생산 같은 새로운 기술 회사로 변모할 것이라는 데 베팅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박찬휘기자 pch8477@wowtv.co.kr
비하인드 인물열전 '캐시 우드' 편에선 이미 잘 알려진 돈나무 언니의 투자 전략이나 투자처 같은 닳고 닳은 이야기는 줄이고, 대신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 70세를 바라보는 나이에도 왜 여전히 혁신과 기술을 좇는지, 또 아크 인베스트의 탄생 배경은 무엇인지 등에 대해 다뤄보려 합니다.
▲ 경제학도에서 월가 간판 스타가 되기까지
캐시 우드는 1955년 11월 26일(얼마 전인 지난주 일요일이 그녀의 68번째 생일이었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태어났습니다. 1981년 서던 캘리포니아 대학교에서 금융 및 경제학 학사 학위를 수석(summa cum laude·최우수 등급)으로 졸업한 그녀는 학부 시절 '래퍼 곡선 이론'(세율과 정부가 징수하는 세입액 간 관계를 보여주는 경제 이론)을 만든 경제학자인 아서 래퍼(Arthur Laffer)에게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아서 래퍼는 미국 40대 대통령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 시절 경제정책 업무를 맡을 정도로 '경제학의 대가'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아서 래퍼 밑에서 금융업에 눈을 뜬 캐시 우드는 1980년 미국 자산운용사 제니슨 어소시에이츠에 입사했고, 대학 졸업 후에는 곧바로 뉴욕으로 넘어가 본격적으로 '월가 라이프'를 시작했습니다. 그녀는 제니슨 어소시에이츠에서 18년 간 몸담으며 수석 이코노미스트, 수석 애널리스트, 포트폴리오 매니저를 거쳐 전무 이사까지 역임했습니다. 이때 제니슨 어소시에이츠에서 이사 겸 부사장이었던 루루 C. 왕(Lulu C. Wang)을 만났는데, 두 사람은 1998년 제니슨 어소시에이츠를 떠나 헤지펀드 회사 '투펠로 캐피탈 매니지먼트(Tupelo Capital Management)'를 설립하게 됩니다. 캐시 우드는 새로운 회사를 만들고, 헤지펀드라는 새로운 분야에서 일했던 이 시기가 훗날 아크 인베스트를 설립하는데 좋은 밑거름이 됐다고 회상했습니다.
2001년 투펠로 캐피탈을 떠난 캐시 우드는 미국 유명 자산운용사 얼라이언스번스타인(AllianceBernstein)에 새로운 보금자리를 틀었습니다. 그녀는 번스타인에서 투자 책임자로 12년 간 일하며 풍부한 경험을 쌓게 됩니다. 마침내 모든 준비를 마쳤다고 생각한 캐시 우드는 얼라이언스번스타인을 떠나 2014년 그 유명한 '아크 인베스트(Ark invest)'를 차렸습니다. CEO(최고경영자)와 CIO(최고투자책임자)를 맡은 그녀는 35년 간 축적한 투자 전략을 바탕으로 직접 펀드를 운용하며 월가에 '아크 인베스트'라는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아크 인베스트는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전례 없던 대위기를 기회로 바꿔 큰 수익률을 올렸는데, 이때 캐시 우드는 월가에서 '스타 매니저'로 불리게 됐습니다.
▲ 60세에 창업해 억만장자가 된 캐시 우드
2023년 11월 기준 캐시 우드의 재산은 2억5천만 달러, 우리 돈 3,263억7,500만 원으로, 전년 대비 1억 달러 불어난 것으로 추정됩니다. 캐시 우드의 재산은 아크 인베스트 펀드 성과와 크게 연관되어 있습니다. 경제 전문 매체 포브스에 따르면, 캐시 우드의 순자산은 지난 2021년 4억 달러(5,222억 원)까지 불어났다가 지난해 고금리 여파로 아크 인베스트의 수익률이 곤두박질 치면서 1억4천만 달러(1,827억7,000만 원)로 급감했지만, 올해 초 AI 열풍에 따른 기술주 반등으로 운용 펀드 수익률이 급등하면서 가파르게 회복되고 있습니다. 아크 인베스트 성과가 캐시 우드의 수익으로 직결되는 만큼, 아크 인베스트의 수익 구조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아크 인베스트는 여타 운용사와 마찬가지로 자사가 운용하는 펀드를 관리하면서 투자자들에게 받는 보수(운용 수수료)로 수익을 창출합니다. 주력으로 운용하는 'ARKK(ARK Innovation ETF)'의 경우 연간 보수가 0.75%에 달하는데, 이는 전체 ETF(상장지수펀드) 평균 보수의 2배 수준입니다. 예를 들어 한 투자자가 ARKK에 10억 달러를 투자했다면 ARK에 연간 750만 달러, 우리 돈 100억 원에 가까운 보수를 낸다는 뜻입니다. 투자 전문 매체 배런스는 캐시 우드의 ARK 지분이 50~75% 사이로 추정된다며, 이 지분 구조에 운용자산 10억 달러 기준 0.75%를 적용한 750만 달러의 보수 중 세전 375만~563만 달러(49억~74억 원) 사이를 가져간다고 공개한 바 있습니다. (다만 일각에선 지난해 아크 인베스트 펀드 수익률이 폭락하는 와중에도 언론을 통해 기약 없는 우상향을 주장하는 한편 수 천억 원에 달하는 보수를 챙겼다며 책임감이 없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습니다.)
▲ 혁신바라기 외길 인생
한국 나이로 올해 69세, 고희를 바라보는 캐시 우드. 외모만 보면 친절한 이웃집 할머니와 같은 모습이지만, 그녀의 마음과 열정은 여느 20대 못지않게 젊습니다. 캐시 우드가 아크 인베스트를 만든지 10년도 채 되지 않아 억만장자가 될 수 있었던 것은 그녀의 한결같은 투자 철학 때문입니다. 캐시 우드는 AI와 디지털 헬스, 로봇 공학, 청정에너지, 가상화폐에 이르기까지 '혁신' 관련 중소형주에 소위 '몰빵' 투자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캐시 우드는 '파괴적인 혁신'에 대한 투자가 사람들의 삶을 개선할 수 있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습니다. 그녀가 말하는 '파괴적인 혁신'은 1995년도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 교수진이 발행한 월간지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간행물'에 처음 사용된 단어로, "한 산업이 흔들리고 기존에 큰 성공을 거둔 기업이 위태로운 상황"을 설명할 때 등장했습니다. 전기차를 개발해 전통 자동차 산업에 도전장을 내민 테슬라가 '파괴적인 혁신'의 대표 사례입니다. 테슬라는 '전기차'라는 최신식 무기로 2010년대 후반부터 내연기관 차량 생산에 주력하던 포드나 GM 같은 전통 자동차 제조업체 시장 점유율을 빼앗아 왔습니다.
▲ 캐시 우드가 혁신에 푹 빠진 이유
캐시 우드가 투자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것이 바로 '성장성'인데, 이것이 그녀를 '혁신바라기'로 만들었습니다. 그녀는 단기적으로 수익성이 높지 않더라도 기업의 성장 여력에 초점을 두고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 주식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이는 아크 인베스트가 운용하는 펀드에 그대로 적용되어 있습니다. 아크 인베스트의 모토 중 하나가 "기술 발전 기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자"인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캐시 우드는 특정 기업에 투자하기보다 장기적으로 발전할 것으로 예상되는 트렌드에 한 발 앞서 투자하는 이른바 '주제별 투자법'을 핵심 전략으로 사용했습니다. 실제로 그녀는 한 인터뷰에서 기술주를 좋아하는데 왜 'FAANG(페이스북(현 메타 플랫폼스), 아마존, 애플, 넷플릭스, 구글)' 주식에 투자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내게 빅테크는 안전자산이나 다름없다"고 대답하기도 했습니다. 훗날 '주제별 투자법'은 그녀가 설립한 ARK 인베스트의 '투자 철학'으로 자리매김하게 됩니다.
* 주제별 투자법(Thematic investing) : 장기적으로 시장보다 높은 수익을 창출할 것으로 예상되는 특정 영역에 관련된 회사만 추려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투자하는 전략
▲ 혁신의 방주? 능동적 연구 지식?
캐시 우드가 설립한 아크 인베스트에서 아크(Ark)라는 단어는 두 가지 뜻을 담고 있습니다. 회사 설립을 결심했지만 아직 사명을 정하지 못했던 캐시 우드. 그녀는 성경을 읽다 눈에 들어온 '계약의 궤(Ark of the Covenant)'에서 아크라는 단어를 따왔다고 합니다. '계약의 궤'는 구약성서에 나오는 장막 또는 솔로몬 성전의 지성소에 안치되어 있던 거룩한 상자를 말하는데, 이 거룩한 상자가 캐시 우드 투자 철학의 핵심인 '혁신'을 대변한다는 겁니다. 또 하나는 아크 인베스트 웹사이트에 명시돼 있는 것으로 'Ark'가 '능동적 연구 지식(Active Research Knowledge)'의 약자라는 겁니다. '능동적 연구 지식'은 혁신이 만들어내는 빠른 변화를 활용하기 위한 능동적인 경영·기술의 융합을 포착하기 위한 것으로, 아크 인베스트가 새로운 기술 트렌드와 산업 동향을 연구하고 이를 기반으로 투자 결정을 내리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는 것을 설명합니다.
▲ 대위기를 대기회로 바꾼 주역, 아크의 현주소
아크 인베스트는 상장 기업의 주식을 매입하는 액티브 펀드 운용사이며, 총 8개의 ETF(상장지수펀드)를 운용하고 있습니다. 2023년 11월 20일 기준 총 AUM(운용자산)은 131억3,600만 달러(17조1,136억 원)에 달합니다. 주력 펀드는 82억6,310만 달러 규모의 Ark Innovation ETF(ARKK)로 지난 달에만 31% 급등하며 부활의 신호탄을 쏘기도 했습니다.
앞서 코로나19 사태로 기술, 성장주가 큰 성장을 거뒀을 때 아크 인베스트의 AUM은 600억 달러를 돌파하기도 했습니다.
△ 아크 인베스트 주력 펀드 순자산 (2023년 12월 1일 기준)
- ARK Innovation ETF (ARKK) : 82억6,310만 달러 (10조7,875억 원)
- ARK Genomic Revolution ETF (ARKG) : 17억7,710만 달러 (2조3,200억 원)
- ARK Next Generation Internet ETF (ARKW) : 15억1,150만 달러 (1조9,732억 원)
- ARK Autonomous Tech. & Robotics ETF (ARKQ) : 9억7,600만 달러 (1조2,740억 원)
- ARK Fintech Innovation ETF (ARKF) : 9억7,440만 달러 (1조2,720억 원)
- ARK Space Exploration & Innovation ETF (ARKX) : 2억5,920만 달러 (3,383억 원)
▲ 캐시 우드, 가치 투자는 안 할까? 캐시 우드가 기술주와 성장주에 투자하는 것으로 유명세를 떨쳤지만 사실 가치 투자를 완전히 버린 것은 아닙니다. 지난해 하반기 증시가 소위 대하락장을 겪으면서 침체기에 빠졌을 때 아크 인베스트는 이제 가치주로 분류되는 테슬라 같은 기존 보유 종목의 실적이 저평가되어 있다고 판단해 보유 비중을 늘렸습니다.
또한 캐시 우드는 증시가 급락했던 2022년 말에도 '주제별 투자'에 대한 신념을 관철하면서도 동시에 GM 같은 전통 가치주에도 투자했습니다. 그녀는 GM에 투자할 때 GM이 전기차 생산 같은 새로운 기술 회사로 변모할 것이라는 데 베팅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박찬휘기자 pch8477@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