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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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내구재 가격이 5개월 연속 하락하면서 미국 중앙은행(Fed)의 물가상승률 목표인 2%대 진입이 예상보다 이른 시점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상무부가 최근 공개한 10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 보고서 분석 결과 내구재 가격이 전년 대비 5개월 연속 하락했다고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세부 항목별로 보면 10월 자동차와 부품 가격이 전년 대비 1.5% 하락했고, 가전제품 및 생활용품 가격은 2.2% 떨어졌다. 개인용 컴퓨터 등 오락 용품의 가격은 4.3%나 하락했다.

WSJ은 "역사적인 인플레이션 이후 미국인들은 이제 3년 동안 보지 못했던 디플레이션을 경험하기 시작했다"며 "디플레이션은 일부 상품에 국한되어 있어 경제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진 않다"고 전했다. 경제 전반적인 디플레이션은 경기 침체 신호로 간주하는데 현재는 일부에서만 나타나고 있다는 얘기다.

일부 상품의 가격이 하락한 것은 문제가 됐던 공급망이 정상화됐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연은) 소속 경제학자 애덤 샤피로의 연구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2년까지 상승한 미국 물가의 절반가량은 코로나19 기간 각 분야의 공장 가동 중단과 물류 대란 등 공급망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실제 자동차 자격은 지난해 1분기 반도체 수급 문제로 생산량이 줄어들면서 13%나 급등했으나 최근 공급망이 회복하면서 올해 3월 이후 사실상 변동이 없는 상태다. 미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는 공급망 개선이 2022년 이후 인플레이션 하락의 약 80%를 차지할 것으로 추정하기도 했다.

스위스의 투자은행 UBS 소속 경제학자인 앨런 데트마이스터는 "물가를 끌어올린 이유가 공급 문제였다면, 이 문제를 해결하면 물가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자동차 가격은 내년에도 상당 기간 미국의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금융 기관들은 내년 하반기에는 미국이 2%대 인플레이션 목표를 달성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Fed는 2026년에서야 인플레이션이 2%대로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는데 이보다 훨씬 이른 것이다.

미국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는 "공급망 개선과 수요 약화로 인해 내년 중반까지 변동성이 큰 에너지 및 식료품 가격을 제외한 근원 상품의 디플레이션이 가속화될 것"이라며 "그 결과 내년 9월 PCE 가격 지수는 Fed의 목표치보다 낮은 1.8%로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모건스탠리는 미국의 경기 침체를 예측하지 않았다.

스위스 투자은행인 UBS는 내년 4분기에 미국 물가 상승률이 1.7%까지 낮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