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없는 노동시장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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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CHO Insight
MERCER와 함께하는 'HR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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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 곧 사라질지 모른다. 우리나라 인구는 2028년 정점으로, 40년간 25% 가량 줄어들어 1982년 수준으로 돌아간다. 25세부터 59세만 떼어놓고 보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앞으로 10년 간 부산시민에 육박하는 노동인구가 사라진다. 이러한 추세는 2050년까지 지속되리라는 게 통계청 예측이다.
인구감소는 노동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바라보는 바는, 근로자 연령 제약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급격한 인구감소로 노동시장이 정상적으로 유지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이는 곧 정년연장 이슈로 이어진다. 정년이란 개념이 아예 사라질지 모른다.
실제 정부는 현행 정년 60세를 넘어 계속고용하는 방안을 활발히 논의 중이다. 한국노총 역시 법정 정년을 65세까지 늘리자는 국민청원을 올렸다. 정년연장 또는 계속고용이 시대적 당면과제로 떠오른 것이다. 그런데 급격한 인구감소 추세를 감안하면, 정년연장만으로 노동인력 감소를 오롯이 메우기는 부족해 보인다. 이에 따라 기업간 인재전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기업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업무 생산성이 충분치 않은 고령인력을 무조건 계속 고용하려 할까? 기업이 원하는 근로자는 60세가 넘더라도 업무성과가 유지되는 직원, 미래 업무환경에서 전문성을 발휘하는 직원일 터이다. 이런 인재는 여러 기업에서 경쟁적으로 고용하려 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은 회사를 떠나거나 질 낮은 일자리로 이동할 것이 자명하다. 나이와 관계없이 고용의 지속가능성(Employability)을 유지하는 게 근로자의 미래 생존전략이라 하겠다.
Employability는 ‘고용하다(Employ)’와 ‘능력(ability)’의 합성어다. 계속 고용될 정도로 매력적인 근로자 능력으로 정의할 수 있다. 근로자가 지닌 고용 경쟁력을 의미한다. 기업 입장에서 보면, 근로자가 고용할 가치가 있는 전문성이 있음을 의미한다. 정년연장 또는 계속고용이 예견된 현 상황에서 고용가치를 지속하는 Employability는 선택이 아닌 필수인 시대다.
미래의 일터에서 직장인은 어떤 경력성장을 추구해야 할까? 직장에서 성장을 말할 때 흔히 수직적 성장, 즉 승진을 떠올린다. 사원에서 대리, 과장, 차장, 부장으로, 더 나아가 관리자와 임원의 길을 생각한다. 그런데 승진 사다리 꼭대기까지 올라간 다음에는 무엇이 기다릴까?
교육학자 로렌스 피터의 ‘피터의 법칙’이란 게 있다. 우수한 업무 능력을 보이는 직원은 다음 직급 단계로 올라간다. 승진한 직급에서 다시 능력을 발휘하면 또 승진 기회가 생긴다. 이렇게 한 단계씩 올라가다 보면, 결국 무능이 드러나는 단계까지 승진한다는 게 이 법칙의 요지다.
피터의 법칙에 따르면, 가장 마지막 경력성장은 유능한 단계에서 무능한 단계로 이동하는 걸 의미한다. 이런 승진이 반복되면 결국 조직에는 무능한 사람들로 채워진다고 말한다. 그런데 이건 어디까지나 피터의 법칙이 등장한 1960년대 후반 얘기다. 오늘날 현실은 그렇지 않다. 맡은 직급을 수행할 능력이 부족하다면 바로 퇴출 수순이다.
한때 직장생활의 꽃은 승진이라 했다. 승진은 경력성장 목표, 그 자체였다. 그러나 세월이 변했다. 승진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은 예전만 못하다. ‘회사에서 임원까지 승진하고 싶은가’라는 잡코리아 질문에 ‘그렇다’고 응답한 MZ세대는 45%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임원까지 승진할 생각이 없다.
승진을 통한 성장에는 끝이 있다. 정점이 있고, 정점에 도달하면 빠르게 쇠퇴한다. 여기엔 숨겨진 전제가 하나 있다. 나이가 들면 업무 능력이 정체, 퇴보한다는 가정이다. 고용의 지속가능성 유지는 곧 이 가정을 무너뜨리는 도전이다.
지금까지는 정년이라는 전제 아래, 근로자는 S자 성장곡선을 거쳤다. 경력준비기와 발전기에는 완만히 성장한다. 이후 전문성을 본격적으로 발휘하는 시점부터 성장커브가 급격히 상승한다. 경력의 황금기라 하겠다. 그러나 아쉽게도 정점을 거치고 난 뒤에는 은퇴기로 빠르게 접어든다. 1모작 경력의 전형적 모습이다. 정년이 사라지는 미래 일터에서 ‘학습-고용-은퇴’의 1모작 경력은 부족해 보인다. 고용과 퇴직 사이에 ‘업·리스킬’을 끼워 넣어보자. ‘학습-고용-업·리스킬’ 이후 고용지속, 직무이동, 또 다른 고용으로 이어가는 멀티 경력곡선을 만드는 것이다.
구성원의 자발적 업·리스킬은 어떻게 뒷받침할 수 있을까? 생존을 위해 비즈니스 혁신을 모색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이들이 비즈니스 혁신을 위해 인사 차원에서 주목하는 것이 있다. 바로 ‘미래 스킬’이다. 미래 스킬 확보·육성이 비즈니스 성패를 좌우한다고 바라본다. 이에 구성원을 미래 스킬로 어떻게 인도할지에 집중하고 있다.
비즈니스 혁신은 조직에 필요한 미래 스킬이 무엇인지 규명하는 데서 출발한다. 가보지 않은 길 속에서 경력기회 참고점을 제시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구성원 스스로 미래 스킬에 다가가기 위해 어떤 학습과 일을 해야 하는지 알려준다. 업·리스킬을 도와주는 플랫폼을 제공하는데, 플랫폼에서 구성원은 자신의 스킬수준을 진단한다. 플랫폼에 장착된 인공지능은 구성원의 스킬수준을 감안한 최적 학습과정과 업무기회를 추천한다. 조직 내에 공석이 발생하면, 적정 스킬을 보유한 구성원에게 알맞은 포지션을 제안한다. 이러한 사람-일 매칭 방식을 ‘탤런트 마켓플레이스(Talent Marketplace)’라 부른다. 스킬에 대한 수요-공급을 고려하여, 인재가 일에 최적으로 흘러 들어가게 유도한다.
고용의 지속가능성을 얼마나 준비하느냐에 따라 정해진 미래를 즐길 수도, 아니면 도태될 수도 있다. 은퇴가 없는 시대를 앞둔 지금, 고용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인재전략을 고민해 보자.
김주수 MERCER Korea 부사장/HR컨설팅 서비스 리더
인구감소는 노동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바라보는 바는, 근로자 연령 제약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급격한 인구감소로 노동시장이 정상적으로 유지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이는 곧 정년연장 이슈로 이어진다. 정년이란 개념이 아예 사라질지 모른다.
실제 정부는 현행 정년 60세를 넘어 계속고용하는 방안을 활발히 논의 중이다. 한국노총 역시 법정 정년을 65세까지 늘리자는 국민청원을 올렸다. 정년연장 또는 계속고용이 시대적 당면과제로 떠오른 것이다. 그런데 급격한 인구감소 추세를 감안하면, 정년연장만으로 노동인력 감소를 오롯이 메우기는 부족해 보인다. 이에 따라 기업간 인재전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기업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업무 생산성이 충분치 않은 고령인력을 무조건 계속 고용하려 할까? 기업이 원하는 근로자는 60세가 넘더라도 업무성과가 유지되는 직원, 미래 업무환경에서 전문성을 발휘하는 직원일 터이다. 이런 인재는 여러 기업에서 경쟁적으로 고용하려 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은 회사를 떠나거나 질 낮은 일자리로 이동할 것이 자명하다. 나이와 관계없이 고용의 지속가능성(Employability)을 유지하는 게 근로자의 미래 생존전략이라 하겠다.
Employability는 ‘고용하다(Employ)’와 ‘능력(ability)’의 합성어다. 계속 고용될 정도로 매력적인 근로자 능력으로 정의할 수 있다. 근로자가 지닌 고용 경쟁력을 의미한다. 기업 입장에서 보면, 근로자가 고용할 가치가 있는 전문성이 있음을 의미한다. 정년연장 또는 계속고용이 예견된 현 상황에서 고용가치를 지속하는 Employability는 선택이 아닌 필수인 시대다.
미래의 일터에서 직장인은 어떤 경력성장을 추구해야 할까? 직장에서 성장을 말할 때 흔히 수직적 성장, 즉 승진을 떠올린다. 사원에서 대리, 과장, 차장, 부장으로, 더 나아가 관리자와 임원의 길을 생각한다. 그런데 승진 사다리 꼭대기까지 올라간 다음에는 무엇이 기다릴까?
교육학자 로렌스 피터의 ‘피터의 법칙’이란 게 있다. 우수한 업무 능력을 보이는 직원은 다음 직급 단계로 올라간다. 승진한 직급에서 다시 능력을 발휘하면 또 승진 기회가 생긴다. 이렇게 한 단계씩 올라가다 보면, 결국 무능이 드러나는 단계까지 승진한다는 게 이 법칙의 요지다.
피터의 법칙에 따르면, 가장 마지막 경력성장은 유능한 단계에서 무능한 단계로 이동하는 걸 의미한다. 이런 승진이 반복되면 결국 조직에는 무능한 사람들로 채워진다고 말한다. 그런데 이건 어디까지나 피터의 법칙이 등장한 1960년대 후반 얘기다. 오늘날 현실은 그렇지 않다. 맡은 직급을 수행할 능력이 부족하다면 바로 퇴출 수순이다.
한때 직장생활의 꽃은 승진이라 했다. 승진은 경력성장 목표, 그 자체였다. 그러나 세월이 변했다. 승진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은 예전만 못하다. ‘회사에서 임원까지 승진하고 싶은가’라는 잡코리아 질문에 ‘그렇다’고 응답한 MZ세대는 45%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임원까지 승진할 생각이 없다.
승진을 통한 성장에는 끝이 있다. 정점이 있고, 정점에 도달하면 빠르게 쇠퇴한다. 여기엔 숨겨진 전제가 하나 있다. 나이가 들면 업무 능력이 정체, 퇴보한다는 가정이다. 고용의 지속가능성 유지는 곧 이 가정을 무너뜨리는 도전이다.
지금까지는 정년이라는 전제 아래, 근로자는 S자 성장곡선을 거쳤다. 경력준비기와 발전기에는 완만히 성장한다. 이후 전문성을 본격적으로 발휘하는 시점부터 성장커브가 급격히 상승한다. 경력의 황금기라 하겠다. 그러나 아쉽게도 정점을 거치고 난 뒤에는 은퇴기로 빠르게 접어든다. 1모작 경력의 전형적 모습이다. 정년이 사라지는 미래 일터에서 ‘학습-고용-은퇴’의 1모작 경력은 부족해 보인다. 고용과 퇴직 사이에 ‘업·리스킬’을 끼워 넣어보자. ‘학습-고용-업·리스킬’ 이후 고용지속, 직무이동, 또 다른 고용으로 이어가는 멀티 경력곡선을 만드는 것이다.
구성원의 자발적 업·리스킬은 어떻게 뒷받침할 수 있을까? 생존을 위해 비즈니스 혁신을 모색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이들이 비즈니스 혁신을 위해 인사 차원에서 주목하는 것이 있다. 바로 ‘미래 스킬’이다. 미래 스킬 확보·육성이 비즈니스 성패를 좌우한다고 바라본다. 이에 구성원을 미래 스킬로 어떻게 인도할지에 집중하고 있다.
비즈니스 혁신은 조직에 필요한 미래 스킬이 무엇인지 규명하는 데서 출발한다. 가보지 않은 길 속에서 경력기회 참고점을 제시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구성원 스스로 미래 스킬에 다가가기 위해 어떤 학습과 일을 해야 하는지 알려준다. 업·리스킬을 도와주는 플랫폼을 제공하는데, 플랫폼에서 구성원은 자신의 스킬수준을 진단한다. 플랫폼에 장착된 인공지능은 구성원의 스킬수준을 감안한 최적 학습과정과 업무기회를 추천한다. 조직 내에 공석이 발생하면, 적정 스킬을 보유한 구성원에게 알맞은 포지션을 제안한다. 이러한 사람-일 매칭 방식을 ‘탤런트 마켓플레이스(Talent Marketplace)’라 부른다. 스킬에 대한 수요-공급을 고려하여, 인재가 일에 최적으로 흘러 들어가게 유도한다.
고용의 지속가능성을 얼마나 준비하느냐에 따라 정해진 미래를 즐길 수도, 아니면 도태될 수도 있다. 은퇴가 없는 시대를 앞둔 지금, 고용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인재전략을 고민해 보자.
김주수 MERCER Korea 부사장/HR컨설팅 서비스 리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