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진단 완화·용적률 500%…'재건축 하이패스법'에 분당·일산 들썩
최근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노후계획도시 특별법)'이 국회 소위를 통과하면서 부동산 업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경기 분당, 일산, 중동, 산본, 평촌 등 수도권 1기 신도시를 포함해 전국 노후 택지지구 51곳에 이 법이 적용된다. 안전진단 면제(완화), 추가용적률 상향 등의 혜택 보따리가 풀리면서 얼어붙은 부동산 경기가 다시 살아날 것이란 기대를 모은다.

'1기 신도시 특별법'의 변신…"수혜 지역 많아졌네"

1기 신도시 특별법은 대선 당시 윤석열 대통령의 주요 공약 중 하나였다. 1기 신도시 표심을 잡기 위해 정비사업을 위한 특별법을 제정해 용적률 상향, 안전진단 간소화 등 재건축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수도권 1기 신도시는 노태우 정부가 주택난을 해결하기 위해 1990년대에 개발한 지역이다. 경기도엔 성남 분당, 고양 일산, 군포 산본, 부천 중동, 안양 평촌 등 5곳이 있다. 1990년대에 입주가 진행돼 대부분 택지조성사업이 완료된 지 30년가량 됐다.
최근 ‘노후계획도시 특별법’이 국회 소위를 통과하면서 수도권 1기 신도시와 서울 노원구 상계지구 등 노후 단지의 재건축 기대가 커지고 있다. 분당 시범단지 모습.  /한경DB
최근 ‘노후계획도시 특별법’이 국회 소위를 통과하면서 수도권 1기 신도시와 서울 노원구 상계지구 등 노후 단지의 재건축 기대가 커지고 있다. 분당 시범단지 모습. /한경DB
하지만 특별법이 1기 신도시만을 대상으로 하는 '특혜 시비'가 불거지자 국토교통부는 지난 2월 노후계획도시 특별법을 발의했다. 특별법 대상을 기존 1기 신도시에서 '택지조성사업을 완료한 지 20년 이상 지난 면적 100만㎡ 이상 택지'로 확대한 것이다. 실제로 특별법이 적용되는 지역이 크게 늘었다. 기존 1기 신도시를 포함해 전국 51곳, 주택 103만가구가 특별법의 혜택을 받게 됐다. 주요 지역으로는 서울 상계·중계·목동·개포지구와 경기 고양 화정, 수원 영통, 인천 연수, 부산 해운대 등이 있다.

안전진단 완화·용적률 상향…높은 관심

노후계획도시 특별법이 특별한 이유는 안전진단 완화와 용적률(대지면적 대비 건축물 총면적 비율) 상향이라는 두 가지 혜택 때문이다. 재건축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두 가지 걸림돌을 모두 완화해줌으로써 재건축 과정은 쉬워지고 사업 수익성은 배로 높여준 셈이다.

안전진단은 재건축 사업의 첫 단추로 꼽힌다. 통상 아파트 재건축은 준공된 지 30년이 넘은 노후 아파트 위주로 진행된다. 하지만 준공 30년 이상 된 아파트라고 무조건 재건축을 진행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건물이 계속 사용하지 못할 정도로 노후화됐고 안전하지 못하다는 걸 검증하는 안전진단을 통과해야 한다. 이번에 발의된 법안에서는 공공성이 확보되는 경우에는 안전진단을 면제해주는 안이 포함됐다. 준공 연수도 기존 30년에서 20년으로 완화했다. 재건축 사업을 시작하기 훨씬 쉬워진 것이다.
안전진단 완화·용적률 500%…'재건축 하이패스법'에 분당·일산 들썩
용적률 상향은 수익성과 관계가 깊다. 용적률은 건물을 더 많이 지을 수 있는 면적으로 층수와도 관련이 있다. 기존에 지어진 아파트 용적률에 여유가 있어야 재건축을 통해 더 높고 더 많은 아파트를 지을 수 있다. 늘어난 가구를 일반 분양해 재건축 분담금을 줄이고 수익성을 개선하는 구조다. 층수가 낮고 용적률 높은 지역이 재건축 투자지로 선호되는 이유다.

현재 1기 신도시의 평균 용적률은 법정 용적률 상한선을 거의 다 채웠다. 1기 신도시 용적률은 분당 184%, 일산 169%, 평촌 204%, 산본 205%, 중동 226%다. 용적률이 높여주지 않으면 안전진단을 통과하더라도 더 높고 많은 아파트를 지을 수 없기 때문에 사업이 진행되지 않을 확률이 높다.

특별법이 적용되면 용도지역을 변경하는 '종 상향'을 통해 용적률이 최대 500%까지 높아진다. 2종 주거지역을 3종 주거지역으로, 3종 주거지역은 준주거지역이나 상업지역으로 변경한다. 3종 주거지역은 최대 용적률이 300%인데, 이를 준주거지역으로 변경하면 용적률을 최대 500%까지 높일 수 있다. 20층 정도의 아파트를 30층으로 높일 수 있는 정도다.

속도전…빨리 움직이는 단지 어디?

특별법 적용 대상은 51곳이지만 재건축 속도는 제각각일 확률이 높다. 1기 신도시와 같이 대규모 택지지구는 이주 문제와 얽혀있기 때문에 한꺼번에 사업을 추진할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지역별로 처음 재건축을 시작하는 단지와 늦게 합류하는 단지 간 시차가 10~20년가량 걸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노원구 상계와 중계택지개발지구는 준공 30년이 넘은 노후 단지만 42개, 총 6만5000여 가구에 이른다. 상계주공6단지 모습.  /한경DB
노원구 상계와 중계택지개발지구는 준공 30년이 넘은 노후 단지만 42개, 총 6만5000여 가구에 이른다. 상계주공6단지 모습. /한경DB
이미 재건축 추진위원회를 설립한 단지들이 '첫 타자'로 자리매김하기에 유리할 것이란 관측이다. 주요 단지는 선도지구로 선정되기 위해 잰걸음질하고 있다. 분당구 정자동 한솔 1·2·3단지(청구·LG·한일) 통합 재건축 추진준비위원회는 사전 동의율을 기존 74%에서 90%대로 끌어올린 후 특별법 적용을 위한 선도지구로 지정받겠다는 계획이다. 이매동 풍림·선경·효성, 시범단지(삼성한신·우성·한양·현대)도 선도지구 지정을 겨냥하고 있다.

사업성이 좋은 서울에서 첫 수혜 대상이 나올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예컨대 노원구 상계와 중계택지개발지구는 준공 30년이 넘은 노후 단지만 42개, 총 6만5000여 가구에 이른다. 안전진단 단계의 초기 재건축 단지들이 많다.

발 빠르게 움직이는 국회…반대 목소리도

연내 통과를 위해 국회는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노후계획도시 특별법은 지난달 29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토법안소위원회를 통과했고 30일에는 국토위 전체 회의를 통과했다. 이제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 통과만 남겨놓고 있다. 이달 중 법안이 만들어지면 본회의를 통과할 것이란 전망이다. 법안 공포 후 4개월 뒤인 내년 4월께부터 법이 시행될 예정이다.

반대 목소리도 적지 않다. 1기 신도시와의 소규모 재건축 추진 단지의 형평성 문제가 대표적이다. 대상 지역을 확대하긴 했지만, 이곳에 포함되지 않은 지역이 재건축 특혜를 지속해서 요구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기존 도시기반시설이 재건축으로 늘어날 인구를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재건축을 통해 용적률을 상향할 경우 가구 수는 배로 증가하는데 도시기반시설은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도시기반시설을 확충할 방안을 마련하지 않으면 재건축 이후 큰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총선을 위한 졸속 법안이라는 비판에서 벗어나려면 세부 방침을 꼼꼼히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황동진/심은지 기자 radh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