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이 되는 부동산 법률] 상가 임차인의 무단 점유사용
임대차가 종료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임차인이 임대차목적물인 상가점포를 적법한 이유없이 계속 점유사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지만 상호간 생각하는 차임에 큰 차이가 있다는 점이 중요한 이유가 된다. 이런 상황에서 임대인은 건물명도와 더불어 임대차종료시점 이후 실제 명도시까지 기존차임이 아니라 주변시세에 따른 상향된 차임 상당 부당이득금을 청구하고 이를 입증하는 차원에서 차임 상당 부당이득금에 대해 시가감정을 신청하게 된다. 감정결과, 기존 약정 차임 이상으로 시가가 정해지면 그 금액을 임차인에게 부당이득으로 인정해오던 것이 일반적인 재판실무였다.

그런데, 이런 실무와 다른 임차인의 부당이득반환책임을 부정하는 대법원 판결이 최근 선고되었다.

★ 대법원 2023. 11. 9. 선고 2023다257600(반소) 임대차보증금반환
☞ 본소는 취하되고 임대차보증금청구라는 반소에 대한 판단만 이루어져서 본소 형태를 정확히 알수는 없지만, 통상적인 경우처럼 임대인이 임차인을 상대로 한 건물명도청구가 본소일 것으로 추정

1. 상가건물 임대차에서 기간만료나 당사자의 합의 등으로 임대차가 종료된 경우에도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이하 ‘상가임대차법’이라고 한다) 제9조 제2항에 의하여 임차인은 보증금을 반환받을 때까지 임대차관계가 존속하는 것으로 의제된다. 이는 임대차기간이 끝난 후에도 상가건물의 임차인이 보증금을 반환받을 때까지는 임차인의 목적물에 대한 점유를 임대차기간이 끝나기 전과 마찬가지 정도로 강하게 보호함으로써 임차인의 보증금반환채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대법원 2020. 7. 9. 선고 2016다244224, 244231 판결 참조). 따라서 상가임대차법이 적용되는 상가건물의 임차인이 임대차 종료 이후에 보증금을 반환받기 전에 임차 목적물을 점유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임차인에게 차임 상당의 부당이득이 성립한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11. 7. 14. 선고 2010다82745 판결 참조).
위와 같은 상가임대차법 제9조 제2항의 입법취지, 상가건물 임대차 종료 후 의제되는 임대차관계의 법적 성격 등을 종합하면, 상가임대차법이 적용되는 임대차가 기간만료나 당사자의 합의, 해지 등으로 종료된 경우 보증금을 반환받을 때까지 임차목적물을 계속 점유하면서 사용․수익한 임차인은 종전 임대차계약에서 정한 차임을 지급할 의무를 부담할 뿐이고, 시가에 따른 차임에 상응하는 부당이득금을 지급할 의무를 부담하는 것은 아니다.
2. 그럼에도 원심은 이 사건 임대차가 기간만료로 종료된 이후 임차인인 반소원고가 반소피고에게 이 사건 부동산을 인도한 2022. 2. 28.까지 임대차보증금 4,200만 원을 반환받지 못하였음에도 이 사건 부동산의 사용․수익에 따른 부당이득금을 반환할 의무가 있고, 그 기간 동안의 시가에 따른 차임인 월 13,061,000원이 약정 차임인 월 420만 원과 현격한 차이가 있다는 이유로 부당이득금의 액수는 전자를 적용하여 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상가임대차법 제9조 제2항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9조(임대차기간 등) ① 기간을 정하지 아니하거나 기간을 1년 미만으로 정한 임대차는 그 기간을 1년으로 본다. 다만, 임차인은 1년 미만으로 정한 기간이 유효함을 주장할 수 있다.
② 임대차가 종료한 경우에도 임차인이 보증금을 돌려받을 때까지는 임대차 관계는 존속하는 것으로 본다.

상임법 제9조 제2항 등을 근거로 임대차종료 이후 실제 사용수익이 있더라도 보증금반환이 이루어지지 못했다면 부당이득은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기존의 재판실무는, 임대차종료 이후 사용수익없이 무단점유만 한 경우 부당이득이 인정되지 않았지만, 사용수익까지 한 경우에는 거의 대부분 부당이득반환책임을 인정해왔는데, 이런 실무관행을 깨는 판결인 셈이다.

★대법원 1998. 5. 29. 선고 98다6497 판결[보증금반환]
법률상의 원인 없이 이득하였음을 이유로 한 부당이득의 반환에 있어 이득이라 함은 실질적인 이익을 의미하므로, 임차인이 임대차계약관계가 소멸된 이후에도 임차목적물을 계속 점유하기는 하였으나 이를 본래의 임대차계약상의 목적에 따라 사용·수익하지 아니하여 실질적인 이득을 얻은 바 없는 경우에는 그로 인하여 임대인에게 손해가 발생하였다 하더라도 임차인의 부당이득반환의무는 성립되지 않는다.

한편, “보증금을 반환받을 때”라는 설시가 정확치는 않지만, 판시내용으로 볼 때 단순한 이행제공이 아니라 공탁 등의 방법으로 실제 반환하는 경우를 의미한다고 해석되는데, 그렇다면 임대인 입장에서는 임차인에게 기존 약정차임 이상의 시가 상당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하기 위해서는 임차인 명도 전이라도 보증금을 선지급해야한다는 부담과 불공평함이 생길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 있는 임대인 입장에서는 금전청구의 청구원인을 “부당이득반환”에 국한하지 않고,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책임”으로 다변화하고 이를 위한 이행제공에 더욱 신경쓸 필요가 있다.

★대법원 1998. 5. 29. 선고 98다6497 판결[보증금반환]
임대차계약의 종료에 의하여 발생된 임차인의 목적물반환의무와 임대인의 연체차임을 공제한 나머지 보증금의 반환의무는 동시이행의 관계에 있으므로, 임대차계약 종료 후에도 임차인이 동시이행의 항변권을 행사하여 임차건물을 계속 점유하여 온 것이라면,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보증금반환의무를 이행하였다거나 현실적인 이행의 제공을 하여 임차인의 건물명도의무가 지체에 빠지는 등의 사유로 동시이행의 항변권을 상실하지 않는 이상, 임차인의 건물에 대한 점유는 불법점유라고 할 수 없으며, 따라서 임차인으로서는 이에 대한 손해배상의무도 없다.

물론, 근본적으로는 임대차계약서를 통해 ‘임대차종료 이후에도 임차인이 무단점유, 사용할 경우 기존 차임의 몇배를 위약금(내지 위약벌)조로 지급한다’는 취지로 약정하여, 임차인의 자진 명도를 유도하고 위에서 본 바와 같은 기존 차임 이상의 시가 상당 금액을 청구하기 위한 복잡하고 번거로운 절차를 생략할 수 있을 것이다.

<한경닷컴 The Lifeist> 최광석 로티스 최광석 법률사무소 변호사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