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 간담회 때 구성원의 의견에 불편한 기색 한 번 보이지 않은 부회장님의 모습과 긍정적인 마인드는 제 인생의 길라잡이가 됐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의 사내 게시판에는 권영수 부회장의 ‘소통 리더십’을 엿볼 수 있는 게시글이 다수 올라와 있다. LG그룹의 한 직원은 “권 부회장의 ‘44년 LG맨’ 여정은 끝이 났지만 수많은 최고경영자(CEO) 중 소통의 리더십이 단연 돋보이는 그를 그리워하는 이가 적잖다”고 말했다. 직원들은 재임 시절 권 부회장을 ‘갓영수’라고 불렀을 정도다.

권 부회장은 LG에너지솔루션 대표 재임 기간에 무엇보다 구성원과의 소통에 신경 썼다. 그는 사내에서 부회장 또는 대표라는 직책보다는 ‘권영수님’으로 불리길 원했다. 구성원과 허심탄회하게 소통하기 위해선 호칭에서부터 권위를 내려놔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권 부회장의 노력은 LG에너지솔루션 내부에서 ‘~님’ 호칭 문화가 정착하는 계기가 됐다.

그는 LG에너지솔루션이 입주한 서울 여의도 파크원타워1의 63층 전체를 직원을 위한 공간으로 탈바꿈시키기도 했다. 일반적인 회사처럼 최상층을 CEO를 위한 공간으로 사용하는 대신 직원 휴게공간으로 내주겠다는 권 부회장의 결단이었다. 임직원은 이곳에서 요가 수업과 심신 케어, 스크린골프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다. 권 부회장은 한 달에 한 번 10여 명의 직원과 점심을 먹는 행사도 꾸준히 이어왔다.

LG에너지솔루션이 최근 임직원 간 감사와 칭찬을 주고받는 플랫폼을 확대 개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임직원이 동료에게 고마움을 담은 메시지와 함께 ‘에너지’를 보내면 회사가 이를 받은 사람에게 1에너지에 1만원을 지급하는 시스템이다. 권 부회장은 이 플랫폼을 통해 칭찬 글을 많이 보냈다.

한 직원은 “1년에 얼굴 한번 보기 힘든 보통 회사 CEO와 달리 권 부회장은 매주 현장을 찾아 직원들과 대화를 나눴다”며 “조직문화가 매일 좋아지는 게 느껴질 정도였다”고 했다.

배성수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