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사기가 극성을 부렸던 서울 강서구의 피해자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 세 명 중 두 명이 우선매수권 등을 행사해 피해주택을 떠안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세피해대책총괄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는 강서구(구청장 진교훈)는 이 같은 설문조사 결과를 4일 발표했다. 설문은 지난달 20~24일 온라인 및 전화상담 방식으로 이뤄졌다. 국토교통부에서 심의가 완료된 피해자 489명과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한 61명 등 550명에게 연락했고, 이 중 355명이 설문에 응했다.

강서구에 따르면 피해자 중 71.9%는 20~30대였다. 특히 30대 피해자(56.3%)가 많았다. 피해액은 2억원 이상 3억원 미만이 58.1%로 가장 비율이 높았다.

향후 주거계획에 대한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64.1%가 피해주택을 구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특히 168명(47.3%)은 이미 피해주택에 대한 우선매수권을 행사했거나 곧 행사 예정이라고 답했다.

우선매수권을 행사하는 것은 ‘선택의 여지가 없어서’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돈을 완전히 날리지 않으려다 보니 경매에서 낙찰받는 쪽을 택하는 것이다. 그러나 억지로 떠안는 것이기 때문에 피해자 중 다수가 낙찰 후 취득세 납부·전세대출 상환 부담 등의 경제적 어려움을 우려했다.

임대인이 없기 때문에 건물 유지보수가 제대로 되지 않는 데 따른 어려움을 호소하는 이도 상당수(70.3%)였다. 아직 많은 피해자가 건물 누수나 임대인이 내야 할 돈을 내지 않아 발생한 단전·단수가 벌어져도 뾰족한 수를 내지 못하고 해당 건물에서 살고 있다.

피해자의 절반 이상은 법률상담 지원을 받았지만 상담 품질이 미흡했다고 답했다. 심리지원 서비스는 대부분의 피해자가 이용하지 않았다고 응답했다. 특히 피해자 대부분인 89%가 수면장애, 위장장애, 신경쇠약 등 건강 악화를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자들은 제도 개선 및 지원 방안에 대한 요구사항으로 악성 임대인과 공인중개사 처벌 강화, 특별법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 마련, 선 구제 후 회수, 피해자 소득 기준 완화, 정부의 피해주택 매입 등의 의견을 제시했다.

박진우/이상은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