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의 위기가 지속되는 가운데 개인 채무자들의 디폴트(채무불이행)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가뜩이나 소비가 되살아나지 않고 있는 중국 경제에 또 다른 악재가 될 전망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 성인(18~59세) 854만 명이 은행에서 빌린 돈을 갚지 않아서 중국 금융권의 ‘블랙리스트’에 올랐다고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854만 명의 블랙리스트 규모는 전체 중국 노동자의 1%에 해당한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이 발생한 2020년의 570만 명을 훌쩍 뛰어넘는 사상 최대 규모다.

금융권의 블랙리스트에 오른 채무 불이행자는 알리페이·위챗페이 등 모바일 앱을 통해 결제할 수 없다. 이 밖에도 비행기 티켓 구매를 포함한 다양한 경제 활동이 차단된다. 854만 명의 소비자가 경제활동을 일절 할 수 없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부문 침체와 소비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중국 경제가 채무불이행 증가로 악순환에 빠져들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는 청년실업률이 20%를 초과하는 등 젊은 층의 구직 활동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영향이 크다. 코로나19 위기를 겪으면서 개인들이 은행권에서 돈을 많이 빌렸지만, 실업자가 증가하면서 빌린 돈을 제때 갚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개인 파산법이 제대로 정비돼 있지 않아 채무 불이행자가 개인 회생을 받을 방도가 마땅치 않다. FT는 개인 채무불이행 급증이 중국의 소비 여력을 더 둔화시켜 중국의 경기 침체를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베이징=이지훈 특파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