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PRO] "공모가 이렇게 높인다"…새내기주 밸류에이션 높이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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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가 높이기 위한 새내기주의 작업

팩토링 통해 매출액 높이고, 현금흐름 개선
공모가 할인율 높여 밸류에이션 낮춰보이는 효과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기업공개(IPO)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새내기주의 밸류에이션(Valueation) 산정이다. 나타날 수 있는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 기업가치를 주당 가격으로 환산하는 작업인데, 기업 입장에선 밸류에이션이 어떻게 평가되느냐에 따라 취득하는 공모자금이 천차만별이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조(兆) 단위 기업가치를 자랑하며 코스닥시장에 입성한 파두가 지난 2분기 매출액이 5900만원에 불과하자 '뻥튀기 상장' 논란이 불거졌다. 지난 9월 장중 4만7100원까지 치솟았던 주가는 현재 1만9080원에 거래되고 있다. 고평가된 밸류에이션은 공모주 투자자들의 손실로 이어진다.

밸류에이션은 데이터가 많을수록 정확도가 올라간다. 유추할 수 있는 사건과 변동성들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밸류에이션 산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숫자'다. 매출액이나 현금흐름 등을 개선해 높은 기업가치를 받는 것이 새내기주들의 궁극적인 목적이다.

팩토링 통해 매출채권 유동화

제조업 기반의 비상장사들은 금융기관이 매출채권을 매입하고 이를 바탕으로 돈을 빌려주는 '팩토링(Factoring)' 기법을 자주 활용한다. 당장 금융비용이나 일정 부분의 수수료가 지출되겠으나 현금흐름은 크게 개선된다.

통상 수출기업은 화물(제품)을 배에 싣고 수입국으로 보내 구매기업에 넘긴 뒤 대금을 받는다. 주요 대기업 기준 대략 40~50일이 걸린다. 원재료 판매사나 각종 소재 물품의 대금지급 기간은 보통 보름 안팎으로 상대적으로 짧은 편이다.

일반적으로 매출채권회전일수와 매입채무회전일수 간에 벌어진 간극은 현금회전을 압박하는 요인이 된다. 받을 돈은 한두 달이 지나야 들어오는데 나갈 돈은 보름마다 돌아오니 유동성 문제가 생길 수 있다. IPO 기업가치 평가에선 매출채권 회수 기간과 현금흐름은 중요한 평가 항목이다. 투자설명서에서도 매출채권 회수 부분을 따로 명시하고 있다.

매출채권 유동화로 자금을 조달하면 회계상 차입 거래로 분류돼 차입금이 늘어나는 것으로 보인다. 일부 새내기주들은 매출채권을 그대로 보유하고 있는 것보다 유동화를 통해 재투자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해 유동화 방식을 택하고 있다. 특히 초기 투자비용이 큰 것에 비해 회수는 장기적으로 이뤄지는데 렌탈사업을 영위하는 기업들은 팩토링 기법을 자주 활용한다. 이들 기업은 팩토링을 통해 밸류에이션 평가에서 최대한 높은 점수를 끌어낸다. 단기차입금 등 부채비율을 높이는 대신, 매출액 최대한으로 높이는 것이다.

하지만 성장세가 꺾이면 이같은 매출채권 기반의 자금 유동화는 급격하게 감소할 수 있다. 통상 IPO를 추진할 때 기업들의 재무제표상 성장성은 상당히 높은 편이다. 문제는 당장의 높은 성장성을 기반으로 먼 미래의 기업 가치까지 끌어 쓴다는 점이다. 성장성이 꺾이는 순간 해당 기업의 밸류에이션은 예상보다 낮아질 수밖에 없다.

공모가 밴드, 높은 할인율 적용하기도

기업가치 책정 과정에서 비교적 높은 할인율을 적용하면서 마치 싼 값에 공모에 나서는 것처럼 보이는 기법도 있다. 공모가 고평가 논란에 휘말린 파두의 경우 24.20~36.40%의 할인율을 적용해 희망 공모밴드를 산출했다. 당시 최대 40%에 가까운 할인율을 적용할 정도로 공격적인 프라이싱을 단행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통상적으로 IPO 기업은 수익, 자산 등 다양한 방식을 활용해 적정가치를 산출하고 여기다 할인율을 적용해 희망공모가밴드를 산출한다. 어떤 방식으로 기업가치를 산출하는지, 또 어느 정도의 할인율을 적용하는지에 따라 희망공모가밴드가 정해진다.

이 과정에서 높은 할인율을 적용한 희망공모가밴드는 투자자에게 싼 가격에 공모주를 살 수 있다는 인식을 줄 수 있다. 특히 과도한 기업가치를 책정하고 높은 할인율을 적용하는 방식은 투자자의 판단을 흐리는 행위란 지적이다.

실제로 공모가 고평가 논란이 휘말렸던 전자책 플랫폼 업체 '밀리의서재'는 코스닥 공모 평균(25~35%)보다 다소 높게 할인율 46.23~38.16%를 적용해 공모가를 산출했다. 기업가치를 높게 평가한 뒤 높은 할인율을 적용해 공모가 밴드를 낮췄다. 당시 밀리의서재 공모가는 희망 밴드 최상단이 2만3000원에 결정됐으나 현재 1만8320원에 거래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IPO 과정에서 과도한 기업가치를 산정한 뒤 높은 할인율을 적용해 마치 많이 싼 가격으로 공모가밴드를 산출했다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사례가 있다"면서 "특히 상장 앞둔 일부 비상장 기업은 회계 계정 조정 등을 통해 재무제표 등을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는데, 현실과는 큰 괴리율을 보인다"고 말했다.

류은혁 기자 ehr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