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은아 "곪아 터진 남녀 갈등…저결혼·저출산으로"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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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은아 국민의힘 의원 인터뷰
"'게임 질병 아냐' 말했던 입장서 롤드컵 우승 기뻐"
"양당, 강성 지지층만 보고 정치…정치 수준 하락"
"성별 갈등 심각…갈등 조장은 공론 장서 퇴출해야"
"청년 문제, 민주당식 돈 살포로 축소하면 안 돼"
"'게임 질병 아냐' 말했던 입장서 롤드컵 우승 기뻐"
"양당, 강성 지지층만 보고 정치…정치 수준 하락"
"성별 갈등 심각…갈등 조장은 공론 장서 퇴출해야"
"청년 문제, 민주당식 돈 살포로 축소하면 안 돼"
최근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은 생각이 복잡미묘하다. 한국 e스포츠 리그오브레전드(LOL) 팀이 올해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금메달, 롤 월드 챔피언십(롤드컵)에서 우승하는 모습을 보고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그간 만 16세 미만 청소년의 심야 게임 접속을 차단하는 게임 셧다운제 폐지에 앞장서 온 허 의원이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의 노인·청년·여성 비하 발언과 최근 한 게임사의 '집게손가락' 이슈 등으로 남성 혐오 논란이 일어나면서 성별 갈등이 유발된 것을 보노라면 씁쓸해진다. 정치권은 강성 지지층을 보고 정치하면서 정치의 수준이 떨어지고 있는 가운데, 우리 사회의 갈등은 더 커지고 있다는 안타까움에서다.
최근 여러 이슈에 대해 그간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높여온 허 의원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Q. 셧다운제 폐지 법안에 앞장서 온 만큼 최근 롤 한국팀의 선전이 남다를 것 같다.
제가 예전에 게임 업체 컨설팅하면서 게임에 관심이 많았다. 셧다운제 폐지가 이분들의 승리에 영향을 미쳤는지 안 미쳤는지는 알 수 없지만, '게임은 질병이 아니다'라는 걸 지속적으로 주장해왔던 사람 입장에서 매우 기쁘다. 원래 셧다운제 폐지는 보수 쪽에서 욕을 많이 먹는 법이었다. 우리 당에서 셧다운제를 추진했었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아이들이 공부를 안 할 수 있다는 걱정에 국민분들께서 전화를 의원실로 굉장히 많이 주시기도 했다. 이제는 한국 e스포츠 선수 하면 글로벌 스타다.
개인적으로 페이커를 정말 좋아한다. 예전에 직접 만나고 나서 존경하게 됐다.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리더십이 있는 사람이었다. 자신이 고생해왔던 것을 얘기하면서 자기 후배들은 그런 길을 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하더라. 그런 사람이 잘 되는 모습을 보니 더 기쁘다. 아쉬운 것은 아시안게임이나 이번 롤드컵에 직접 현장에 가서 보는 것이었는데 못 했다. 표 구하기가 어렵더라.
Q. 최근 PC방 업황이 좋아졌다는 통계가 나온다. 셧다운제 폐지가 자영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21대 국회가 끝나 가는데 셧다운제 폐지와 같이 보람을 느낀 의정 활동이 있다면.
정무적으로 자신을 띄우기 위해 법안을 내는 사람도 많지만, 저는 좀 현실적인 법안을 내고 싶었다. 국민들이 당장 먹고사는 데 도움이 되거나, 체감되는 것들 말이다.
제가 자칭 '자유의 허신상'이다. 규제와 검열보다는 국가로부터의 자유, 각 개인의 표현의 자유를 확장하는 정치를 하고 싶었다.
예전에는 이상한 영상이 있으면 우리나라에서는 내릴 수 있었지만 외국 것은 안 됐다. 이에 지난 2020년 방심위 직문에 '정보통신의 올바른 이용환경 조성을 위한 국제협력'을 명시하는 내용의 방송통신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일명 n번방 대응 국제협력강화법)을 대표 발의해 통과시켰고, 후속 조치로 '국제협력단'을 출범시켰다.
여성가족부 폐지나 https 차단 문제도 적극 나섰다. 또 떠오르는 건 광주 모 여고에서 허위 미투를 당해서 고초를 겪으신 선생님이 계셨는데, 법정 소송까지 가서 다 승소했는데 보상 문제를 광주교육청에서 끝까지 해결 안 했다. 결국 몇 번의 기자회견을 하고 광주교육청 압박해서 해결했다. 해당 선생님께서 정말 몇 년간의 한을 푸셨다고 했다. 그런 일을 한번 하면, '아, 국회의원 하기 잘했다' 이런 생각이 정말 많이 든다. 단순히 '보람' 정도를 넘어서는 희열이 있는 것 같다. Q. 국회 상임위가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다. 과방위 활동 중 기억에 남는 활동은.
상임위 활동하면서 이걸 더 해볼 걸 이랬던 것은 없다. 후회는 없다. 이동통신사 품질 지적에 대해 꾸준히 이의 제기를 해왔다. 국민들이 통신비 부담이 큰데 품질이 이렇게 낮아서 되겠냐는 것이다.
최근에는 삼성전자가 국내 시장에서는 자체 인증 중고폰 판매를 하지 않다는 점을 이번 국정감사에서 강하게 지적했고, 그 결과 조만간 '리뉴드폰'을 국내에도 출시하게 됐다. 국민 가계에 기여했다는 자부심이 크다.
국민 안전과 직결되는 일본 후쿠시마 인근 수입금지 농산물과 가공식품을 해외 직구로 살 수 있는 문제도 이번 국감을 통해 강하게 지적해서 해결한 것도 조심스럽게 자랑해 본다.
국회의원이 작지만 중요한 문제, 국민 삶에 직결된 문제를 안 하면서 거대 담론만 이야기하면 요란한 빈 수레가 된다. 국민 신뢰만 잃고 더 큰 의제에서 지지도 못 받는다. '국회가 맨날 싸우기만 하고 소는 누가 키우냐'고 물었을 때, "허은아가 키웠다!" 이렇게 답할 수 있는 4년이었으면 좋겠다.
Q. 남편과 2003년생 딸은 본인의 국회의원 활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딸은 아주 날카로운 비판적 지지자다. '엄마 이건 아닌 것 같아' 이렇게 아주 분명하게 말한다. 반대로 밖에서 이런저런 비난을 받을 때는 저를 누구보다 위로해준다. 그래서 가장 저의 든든한 레드팀이 아닐까 싶다.
남편은 저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다. 제가 어떤 선택을 해도 지지해 준다. 물론 이렇게 되기까지 엄청난 전투가 있었다. 그 수십 년의 결과, 이제 서로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존중할 수 있게 된 것. 아마 지금 300명 국회의원 중에 가족이 화목한 정도로 순서를 매기면 제가 10등 안에는 들 거라고 자신한다.
Q. 최근 최강욱 전 민주당 의원 '암컷 발언'을 포함해 정치권에서 허 의원 딸 같은 청년들에게 보여주기 다소 민망한 일들이 많다. 민주당에서 노인·청년·여성 비하 발언 등이 잇달아 나와 논란이 일었다.
꼭 민주당에 한정해서 말할 것도 없다고 본다. 우리 정치의 수준이 전반적으로 하락하고 있다는 위기감이 있다. 양당 모두 본질적으로 강성 지지층만 보면서 정치한다는 점은 비슷한 것 같다. 강성지지층의 존재 그 자체는 문제가 아니라, 그분들을 부추기고 자기 정치적 이득으로 활용하려고 하는 정치인들이 문제다. 이건 지지층을 동원의 대상, '페북에서 좋아요 눌러주는 사람' 이런 식으로 격하시키는 방식이다. 주권자가 되어야 할 지지층 국민을 관객석의 응원단 수준으로 내려버리는 건데, 그러니 계속 정치인들이 질 낮은 매운맛 주장만 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그게 가장 말초적으로 분노를 조직하니까.
Q. 최근 한 언론사에서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당근칼' 유행의 위험성을 보도하면서 인터뷰에서 한 초등학생이 "여자애들도 다 해요"라고 말한 내용을 "여자애들 패요"라는 자막으로 내보내 논란이 일다 결국 사과했다. 또 한 게임에서는 이른바 '집게손가락' 논란이 일었다. 이런 논란들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데.
성별 갈등이 아주 심각하다. 어떤 여론조사에서는 20대가 꼽은 가장 큰 사회갈등으로 꼽혔다. 진영 갈등이나 지역 갈등, 이런 전통적인 갈등 양상을 모두 눌렀다. 청년들이 결혼 안 하는 문제, 저출산 문제와 다 연결돼 있다고 본다. 저는 간단하다. 공정하지 않으면 공정하지 않다고 말한다. 우리 사회의 자유, 특히 표현의 자유를 저해하는 것에는 반드시 할 말 할 것이다.
최근에 스튜디오 뿌리 사태도 곪아 터진 성별 갈등의 양상이다. 그동안 우리 사회가 '페미니즘'이라는 말만 들어가면 모든 반사회적 행태를 다 용인해줬던 것 아닌가. 이건 공정하지 않다. 우리 사회의 자유를 심각하게 제약해오기도 했다. 저는 레디컬과 온건을 나누는 건 별 의미가 없다고 보지만, 우리 사회가 지금 확실하게 합의하고 있는 것은 저러한 방식의 처참한 갈등 조장은 공론의 장에서 예외 없이 퇴출해야 한다는 점이다. Q. 일각에서는 성별 이슈 지적에 대해서 부정적인 시선도 나온다. 특히 같은 여성들 사이에서 그런 시선이 있다.
저는 실제로 여성분들 사이에서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다수일 거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여성할당제에 대해서는 수많은 여론조사에서 여성들도 다수가 반대한다는 결과가 있다. 한 예로 문재인 정부 시절에 대기업 여성 임원들 모시고 간담회를 열었더니 오히려 그분들이 여성 할당제에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하셨다. 저도 똑같은 마음이다.
저도 중소기업 20년 했지만 무언가를 성취했을 때 여자라서 특혜받았다는 소리 결코 듣고 싶지 않았다. 저는 여성들이 구색 맞추기식으로 권력을 얻기를 원하지 않는다. 그건 한시적 권력이고 실존적이지 않다. 여성들도 거기에 부화뇌동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시혜의 대상이 아니라 주체적인 존재로 인정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Q. 청년 이슈에 대해 관심이 많은 것 같다. 과거 인터뷰 등에서 딸의 친구들인 미래세대가 살아갈 대한민국을 위한 정치적 역할에 대해 고민에서 정치권에 입문했다고 밝혔다.
청년 정책의 나아가야 할 방향은 간단하다. 청년들한테 복지적 지원금을 늘리는 게 아니라 우리 정치가 청년들이 뜨겁게 반응하는 의제를 다루고 실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가 삶의 주기에서 청년 시기나 노년 시기나 각각의 취약성이 있을 수 있다. 그럼 그걸 해결하는 대안은 복지정책의 영역이다. 그런데 이걸 자꾸 정치권이 청년 코스프레 하려고 따로 분리하다 보니까 청년들도 시큰둥한 것. 이를테면 기초노령연금을 올리는 일은 청년과 무관할까?
청년들은 노인의 빈곤한 삶에서 자신들의 미래를 본다. 노인 지원 늘린다고 청년들이 반대하지 않는다. 그게 우리 사회 전체를 놓고 봤을 때 적정한 수준인가를 토론하고 싶어 할 것이다. 성별 갈등 문제도 우리 사회 전체의 공정의 문제이고 자유 문제이지 비단 청년 의제가 아니지 않는가. 청년을 민주당식 돈 살포 정책의 한 대상으로 축소하지 않는 것이 바로 우리 청년정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Q. 자유한국당에서 '이미지 전략가'로 영입됐다. 최근 보수 이미지 전략이 크게 성공하고 있다는 생각은 안 든다.
여야 모두 멋은 없다. 이미지 관리(PI)는 있는 것을 발굴하는 작업이지, 없는 걸 있게 만드는 일이 아니다. 그건 윤색이다. 돌아보면 이준석 대표 시절 국민의힘 브랜드 파워는 아주 강했다고 본다. 그랬으니 선거에도 계속 이겼을 것이다. 젊음과 혁신 이미지를 다 가져갔기 때문이다. 여기에 그동안 다루지 않았던 의제들을 끌어올려서 다수파 공식을 만들었던 것.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이미지는 '용기'라고 생각한다. 권력 앞에 줄 서지 않고, 성역 앞에 망설이지 않는 것부터 해야 한다. 그 비겁하지 않은 최소조건이 충족되어야 무슨 정책을 내든 국민들이 듣는 척이라도 해주실 것이다. 그전까지는 자격 미달이 돼버려서 다 불발탄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건 비단 우리 국민의힘만의 문제도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
Q. 내년 총선에 대해선…
어떤 길을 가든, 국민 앞에 비겁하지 않겠다. 건조하지만 뜨겁게, 반드시 세상을 바꾸고 싶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의 노인·청년·여성 비하 발언과 최근 한 게임사의 '집게손가락' 이슈 등으로 남성 혐오 논란이 일어나면서 성별 갈등이 유발된 것을 보노라면 씁쓸해진다. 정치권은 강성 지지층을 보고 정치하면서 정치의 수준이 떨어지고 있는 가운데, 우리 사회의 갈등은 더 커지고 있다는 안타까움에서다.
최근 여러 이슈에 대해 그간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높여온 허 의원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Q. 셧다운제 폐지 법안에 앞장서 온 만큼 최근 롤 한국팀의 선전이 남다를 것 같다.
제가 예전에 게임 업체 컨설팅하면서 게임에 관심이 많았다. 셧다운제 폐지가 이분들의 승리에 영향을 미쳤는지 안 미쳤는지는 알 수 없지만, '게임은 질병이 아니다'라는 걸 지속적으로 주장해왔던 사람 입장에서 매우 기쁘다. 원래 셧다운제 폐지는 보수 쪽에서 욕을 많이 먹는 법이었다. 우리 당에서 셧다운제를 추진했었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아이들이 공부를 안 할 수 있다는 걱정에 국민분들께서 전화를 의원실로 굉장히 많이 주시기도 했다. 이제는 한국 e스포츠 선수 하면 글로벌 스타다.
개인적으로 페이커를 정말 좋아한다. 예전에 직접 만나고 나서 존경하게 됐다.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리더십이 있는 사람이었다. 자신이 고생해왔던 것을 얘기하면서 자기 후배들은 그런 길을 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하더라. 그런 사람이 잘 되는 모습을 보니 더 기쁘다. 아쉬운 것은 아시안게임이나 이번 롤드컵에 직접 현장에 가서 보는 것이었는데 못 했다. 표 구하기가 어렵더라.
Q. 최근 PC방 업황이 좋아졌다는 통계가 나온다. 셧다운제 폐지가 자영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21대 국회가 끝나 가는데 셧다운제 폐지와 같이 보람을 느낀 의정 활동이 있다면.
정무적으로 자신을 띄우기 위해 법안을 내는 사람도 많지만, 저는 좀 현실적인 법안을 내고 싶었다. 국민들이 당장 먹고사는 데 도움이 되거나, 체감되는 것들 말이다.
제가 자칭 '자유의 허신상'이다. 규제와 검열보다는 국가로부터의 자유, 각 개인의 표현의 자유를 확장하는 정치를 하고 싶었다.
예전에는 이상한 영상이 있으면 우리나라에서는 내릴 수 있었지만 외국 것은 안 됐다. 이에 지난 2020년 방심위 직문에 '정보통신의 올바른 이용환경 조성을 위한 국제협력'을 명시하는 내용의 방송통신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일명 n번방 대응 국제협력강화법)을 대표 발의해 통과시켰고, 후속 조치로 '국제협력단'을 출범시켰다.
여성가족부 폐지나 https 차단 문제도 적극 나섰다. 또 떠오르는 건 광주 모 여고에서 허위 미투를 당해서 고초를 겪으신 선생님이 계셨는데, 법정 소송까지 가서 다 승소했는데 보상 문제를 광주교육청에서 끝까지 해결 안 했다. 결국 몇 번의 기자회견을 하고 광주교육청 압박해서 해결했다. 해당 선생님께서 정말 몇 년간의 한을 푸셨다고 했다. 그런 일을 한번 하면, '아, 국회의원 하기 잘했다' 이런 생각이 정말 많이 든다. 단순히 '보람' 정도를 넘어서는 희열이 있는 것 같다. Q. 국회 상임위가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다. 과방위 활동 중 기억에 남는 활동은.
상임위 활동하면서 이걸 더 해볼 걸 이랬던 것은 없다. 후회는 없다. 이동통신사 품질 지적에 대해 꾸준히 이의 제기를 해왔다. 국민들이 통신비 부담이 큰데 품질이 이렇게 낮아서 되겠냐는 것이다.
최근에는 삼성전자가 국내 시장에서는 자체 인증 중고폰 판매를 하지 않다는 점을 이번 국정감사에서 강하게 지적했고, 그 결과 조만간 '리뉴드폰'을 국내에도 출시하게 됐다. 국민 가계에 기여했다는 자부심이 크다.
국민 안전과 직결되는 일본 후쿠시마 인근 수입금지 농산물과 가공식품을 해외 직구로 살 수 있는 문제도 이번 국감을 통해 강하게 지적해서 해결한 것도 조심스럽게 자랑해 본다.
국회의원이 작지만 중요한 문제, 국민 삶에 직결된 문제를 안 하면서 거대 담론만 이야기하면 요란한 빈 수레가 된다. 국민 신뢰만 잃고 더 큰 의제에서 지지도 못 받는다. '국회가 맨날 싸우기만 하고 소는 누가 키우냐'고 물었을 때, "허은아가 키웠다!" 이렇게 답할 수 있는 4년이었으면 좋겠다.
Q. 남편과 2003년생 딸은 본인의 국회의원 활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딸은 아주 날카로운 비판적 지지자다. '엄마 이건 아닌 것 같아' 이렇게 아주 분명하게 말한다. 반대로 밖에서 이런저런 비난을 받을 때는 저를 누구보다 위로해준다. 그래서 가장 저의 든든한 레드팀이 아닐까 싶다.
남편은 저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다. 제가 어떤 선택을 해도 지지해 준다. 물론 이렇게 되기까지 엄청난 전투가 있었다. 그 수십 년의 결과, 이제 서로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존중할 수 있게 된 것. 아마 지금 300명 국회의원 중에 가족이 화목한 정도로 순서를 매기면 제가 10등 안에는 들 거라고 자신한다.
Q. 최근 최강욱 전 민주당 의원 '암컷 발언'을 포함해 정치권에서 허 의원 딸 같은 청년들에게 보여주기 다소 민망한 일들이 많다. 민주당에서 노인·청년·여성 비하 발언 등이 잇달아 나와 논란이 일었다.
꼭 민주당에 한정해서 말할 것도 없다고 본다. 우리 정치의 수준이 전반적으로 하락하고 있다는 위기감이 있다. 양당 모두 본질적으로 강성 지지층만 보면서 정치한다는 점은 비슷한 것 같다. 강성지지층의 존재 그 자체는 문제가 아니라, 그분들을 부추기고 자기 정치적 이득으로 활용하려고 하는 정치인들이 문제다. 이건 지지층을 동원의 대상, '페북에서 좋아요 눌러주는 사람' 이런 식으로 격하시키는 방식이다. 주권자가 되어야 할 지지층 국민을 관객석의 응원단 수준으로 내려버리는 건데, 그러니 계속 정치인들이 질 낮은 매운맛 주장만 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그게 가장 말초적으로 분노를 조직하니까.
Q. 최근 한 언론사에서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당근칼' 유행의 위험성을 보도하면서 인터뷰에서 한 초등학생이 "여자애들도 다 해요"라고 말한 내용을 "여자애들 패요"라는 자막으로 내보내 논란이 일다 결국 사과했다. 또 한 게임에서는 이른바 '집게손가락' 논란이 일었다. 이런 논란들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데.
성별 갈등이 아주 심각하다. 어떤 여론조사에서는 20대가 꼽은 가장 큰 사회갈등으로 꼽혔다. 진영 갈등이나 지역 갈등, 이런 전통적인 갈등 양상을 모두 눌렀다. 청년들이 결혼 안 하는 문제, 저출산 문제와 다 연결돼 있다고 본다. 저는 간단하다. 공정하지 않으면 공정하지 않다고 말한다. 우리 사회의 자유, 특히 표현의 자유를 저해하는 것에는 반드시 할 말 할 것이다.
최근에 스튜디오 뿌리 사태도 곪아 터진 성별 갈등의 양상이다. 그동안 우리 사회가 '페미니즘'이라는 말만 들어가면 모든 반사회적 행태를 다 용인해줬던 것 아닌가. 이건 공정하지 않다. 우리 사회의 자유를 심각하게 제약해오기도 했다. 저는 레디컬과 온건을 나누는 건 별 의미가 없다고 보지만, 우리 사회가 지금 확실하게 합의하고 있는 것은 저러한 방식의 처참한 갈등 조장은 공론의 장에서 예외 없이 퇴출해야 한다는 점이다. Q. 일각에서는 성별 이슈 지적에 대해서 부정적인 시선도 나온다. 특히 같은 여성들 사이에서 그런 시선이 있다.
저는 실제로 여성분들 사이에서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다수일 거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여성할당제에 대해서는 수많은 여론조사에서 여성들도 다수가 반대한다는 결과가 있다. 한 예로 문재인 정부 시절에 대기업 여성 임원들 모시고 간담회를 열었더니 오히려 그분들이 여성 할당제에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하셨다. 저도 똑같은 마음이다.
저도 중소기업 20년 했지만 무언가를 성취했을 때 여자라서 특혜받았다는 소리 결코 듣고 싶지 않았다. 저는 여성들이 구색 맞추기식으로 권력을 얻기를 원하지 않는다. 그건 한시적 권력이고 실존적이지 않다. 여성들도 거기에 부화뇌동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시혜의 대상이 아니라 주체적인 존재로 인정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Q. 청년 이슈에 대해 관심이 많은 것 같다. 과거 인터뷰 등에서 딸의 친구들인 미래세대가 살아갈 대한민국을 위한 정치적 역할에 대해 고민에서 정치권에 입문했다고 밝혔다.
청년 정책의 나아가야 할 방향은 간단하다. 청년들한테 복지적 지원금을 늘리는 게 아니라 우리 정치가 청년들이 뜨겁게 반응하는 의제를 다루고 실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가 삶의 주기에서 청년 시기나 노년 시기나 각각의 취약성이 있을 수 있다. 그럼 그걸 해결하는 대안은 복지정책의 영역이다. 그런데 이걸 자꾸 정치권이 청년 코스프레 하려고 따로 분리하다 보니까 청년들도 시큰둥한 것. 이를테면 기초노령연금을 올리는 일은 청년과 무관할까?
청년들은 노인의 빈곤한 삶에서 자신들의 미래를 본다. 노인 지원 늘린다고 청년들이 반대하지 않는다. 그게 우리 사회 전체를 놓고 봤을 때 적정한 수준인가를 토론하고 싶어 할 것이다. 성별 갈등 문제도 우리 사회 전체의 공정의 문제이고 자유 문제이지 비단 청년 의제가 아니지 않는가. 청년을 민주당식 돈 살포 정책의 한 대상으로 축소하지 않는 것이 바로 우리 청년정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Q. 자유한국당에서 '이미지 전략가'로 영입됐다. 최근 보수 이미지 전략이 크게 성공하고 있다는 생각은 안 든다.
여야 모두 멋은 없다. 이미지 관리(PI)는 있는 것을 발굴하는 작업이지, 없는 걸 있게 만드는 일이 아니다. 그건 윤색이다. 돌아보면 이준석 대표 시절 국민의힘 브랜드 파워는 아주 강했다고 본다. 그랬으니 선거에도 계속 이겼을 것이다. 젊음과 혁신 이미지를 다 가져갔기 때문이다. 여기에 그동안 다루지 않았던 의제들을 끌어올려서 다수파 공식을 만들었던 것.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이미지는 '용기'라고 생각한다. 권력 앞에 줄 서지 않고, 성역 앞에 망설이지 않는 것부터 해야 한다. 그 비겁하지 않은 최소조건이 충족되어야 무슨 정책을 내든 국민들이 듣는 척이라도 해주실 것이다. 그전까지는 자격 미달이 돼버려서 다 불발탄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건 비단 우리 국민의힘만의 문제도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
Q. 내년 총선에 대해선…
어떤 길을 가든, 국민 앞에 비겁하지 않겠다. 건조하지만 뜨겁게, 반드시 세상을 바꾸고 싶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