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감각 뒤흔드는 몰입형 전시의 정수, '수퍼블루 마이애미'[마이애미 아트위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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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기반 세계적 갤러리 페이스
2021년 문 연 첫 몰입형 전시장
아트위크 기간 맞아 JR크로니클스와 작업
벽면 전체에 1048명의 주민과 셀럽 얼굴
디자인 디스트릭트에도 확장 전시
제임스 터렐, 에스 데블린, 팀랩 등 작품 이어져
환경 문제 경각심과 신기술 적용한 아트워크
갤러리 큐레이션과 네트워크를 활용한 몰입형 예술
2021년 문 연 첫 몰입형 전시장
아트위크 기간 맞아 JR크로니클스와 작업
벽면 전체에 1048명의 주민과 셀럽 얼굴
디자인 디스트릭트에도 확장 전시
제임스 터렐, 에스 데블린, 팀랩 등 작품 이어져
환경 문제 경각심과 신기술 적용한 아트워크
갤러리 큐레이션과 네트워크를 활용한 몰입형 예술
마이애미 공항에서 차로 15분 떨어진 노스웨스트 23번가. 주택가와 그래피티로 가득 채워진 골목을 지나면 세계 최고 현대미술 컬렉션을 갖고 있는, 마이애미의 수퍼 컬렉터이자 자선사업가 루벨 부부의 미술관이 나온다.
2021년 5월, 이 미술관 건너편에 또 하나의 랜드마크가 들어섰다. 63년 역사를 자랑하는 뉴욕 기반의 세계적인 갤러리 페이스가 세운 첫 몰입형 전시장 '수퍼블루'다. 5만㎡(약 1만5000평)의 옛 공장부지를 개조한 이곳은 페이스갤러리가 세계 최고의 몰입형 전시 기획사인 일본 창작집단 '팀랩'에 투자하면서 더욱 화제가 됐다.
사람들은 질문했다. 넓고 탄탄한 아티스트 네트워크를 가진 힘 있는 갤러리가 (이제는 너무 흔해진) 몰입형 전시장을 만든 이유가 뭐냐고. 지난 4일(현지시간) 찾아간 수퍼블루는 첫인상부터 강렬했다. 외벽 전체를 JR크로니클스의 '마이애미 벽화'로 뒤덮었기 때문이다. JR은 얼마 전 서울 롯데뮤지엄에서 아시아 첫 개인전을 열었던 프랑스 출신 튀니지계 아티스트다. 그래피티 작가로 시작해 도시 곳곳마다 대형 사진을 벽화로 거는 사진가이자 행위예술가다. 이달 초 시작된 '2023 마이애미 아트위크' 기간을 맞아 수퍼블루는 JR이 마이애미에서 몇 달간 촬영한 주민 1048명의 모습으로 외벽을 채웠다. 그는 이 작품을 위해 지난해 '사진관 트럭'을 몰고 마이애미 곳곳을 훑었다. 어린 아이부터 노인까지 다양한 직업과 계층의 사람들을 카메라에 담았다.
JR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곳 중 하나인 마이애미를 지키는 사람들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다"고 했다. 갤러리는 아트위크 기간 동안 마이애미를 찾는 사람들도 기록하기 위해 전시장 내부에 대형 촬영기계로 사람들의 스냅샷을 찍는 '예술 뒤에 있는 기계(The Machine Behind the Art)'를 설치했다. 수퍼블루 안에는 시각 청각 촉각 후각 등 모든 감각을 일으켜 세우는 작품들로 가득하다. 팀랩의 몰입형 예술 작품 중엔 '조각과 삶 사이의 질량 없는 구름'이 가장 파격적이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방수복을 입고 들어가면, 순식간에 바닥부터 천장까지 구름으로 가득찬다. 몸 사이로 스며드는 구름은 어느 순간 환기구로 싹 빠진다. 그리곤 다시 뭉개뭉개 피어올라 온몸을 뒤덮는다. 10분여 간 이어지는 특별한 경험은 '구름 위를 걷는 느낌'과 '구름 속으로 사라지는 공포'를 동시에 느끼게 해준다. 이어지는 공간의 주인공은 천장에 매달린 3000개의 전구다. 가장 아래로 떨궈진 전구에 손바닥을 가져가면, 모든 불빛이 깜빡인다. 곧 심장 박동 소리가 크게 울린다. 설치작업을 주로 해온 로자노-헤머가 BMW의 생체 데이터 인식 기술과 협업한 '펄스 토폴로지' 작품이다. 대지예술가이자 빛의 마법사로 불리는 제임스 터렐의 'AKHU'관에선 오로지 빛의 변화를 통해 공간의 경계가 흐릿해지고 방향감각을 잃는 경험을 하게 된다. 마치 무중력 상태가 된 것 같은 느낌마저 든다. 수퍼블루 전시의 하이라이트이자 마지막 작품은 런던 기반의 미디어 아티스트이자 무대예술가, 에스 데블린의 '우리의 숲(Forest of Us)'이다. 기관지에서 폐로 이어지는 우리의 몸, 나무가 탄소를 교환하는 방식에서 시각적 대칭을 찾아내는 짧은 영화가 끝나면 스크린이 활짝 열리며 거울의 미로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어디가 어디인지 분간하기도 어렵고, 땅과 하늘의 경계마저 사라진 공간에서 사람들은 길을 잃는다. 그 혼돈 속에서 탈출구를 찾아헤매는 사람들의 모습이 사방에 비친다. 환경 문제에 관심이 많은 이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관람객들에게 환경문제를 돌아보라고 당부한 것 같다.
페이스의 '수퍼블루'는 이제는 흔해진 몰입형 전시가 앞으로 어떻게 진화해야 하는 지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전시다. 화려한 기술이 아닌 '전시에 어떤 메시지를 담느냐'와 '그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어떤 큐레이션을 할 것이냐'가 향후 몰입형 전시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수퍼블루는 말한다.
수퍼블루와 함께 하는 아티스트 중에는 한국의 강이연과 구정아, 일본의 코헤이 나와 등 글로벌 미술계에서 인정받는 작가들이 여럿 있다.
마이애미=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2021년 5월, 이 미술관 건너편에 또 하나의 랜드마크가 들어섰다. 63년 역사를 자랑하는 뉴욕 기반의 세계적인 갤러리 페이스가 세운 첫 몰입형 전시장 '수퍼블루'다. 5만㎡(약 1만5000평)의 옛 공장부지를 개조한 이곳은 페이스갤러리가 세계 최고의 몰입형 전시 기획사인 일본 창작집단 '팀랩'에 투자하면서 더욱 화제가 됐다.
사람들은 질문했다. 넓고 탄탄한 아티스트 네트워크를 가진 힘 있는 갤러리가 (이제는 너무 흔해진) 몰입형 전시장을 만든 이유가 뭐냐고. 지난 4일(현지시간) 찾아간 수퍼블루는 첫인상부터 강렬했다. 외벽 전체를 JR크로니클스의 '마이애미 벽화'로 뒤덮었기 때문이다. JR은 얼마 전 서울 롯데뮤지엄에서 아시아 첫 개인전을 열었던 프랑스 출신 튀니지계 아티스트다. 그래피티 작가로 시작해 도시 곳곳마다 대형 사진을 벽화로 거는 사진가이자 행위예술가다. 이달 초 시작된 '2023 마이애미 아트위크' 기간을 맞아 수퍼블루는 JR이 마이애미에서 몇 달간 촬영한 주민 1048명의 모습으로 외벽을 채웠다. 그는 이 작품을 위해 지난해 '사진관 트럭'을 몰고 마이애미 곳곳을 훑었다. 어린 아이부터 노인까지 다양한 직업과 계층의 사람들을 카메라에 담았다.
JR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곳 중 하나인 마이애미를 지키는 사람들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다"고 했다. 갤러리는 아트위크 기간 동안 마이애미를 찾는 사람들도 기록하기 위해 전시장 내부에 대형 촬영기계로 사람들의 스냅샷을 찍는 '예술 뒤에 있는 기계(The Machine Behind the Art)'를 설치했다. 수퍼블루 안에는 시각 청각 촉각 후각 등 모든 감각을 일으켜 세우는 작품들로 가득하다. 팀랩의 몰입형 예술 작품 중엔 '조각과 삶 사이의 질량 없는 구름'이 가장 파격적이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방수복을 입고 들어가면, 순식간에 바닥부터 천장까지 구름으로 가득찬다. 몸 사이로 스며드는 구름은 어느 순간 환기구로 싹 빠진다. 그리곤 다시 뭉개뭉개 피어올라 온몸을 뒤덮는다. 10분여 간 이어지는 특별한 경험은 '구름 위를 걷는 느낌'과 '구름 속으로 사라지는 공포'를 동시에 느끼게 해준다. 이어지는 공간의 주인공은 천장에 매달린 3000개의 전구다. 가장 아래로 떨궈진 전구에 손바닥을 가져가면, 모든 불빛이 깜빡인다. 곧 심장 박동 소리가 크게 울린다. 설치작업을 주로 해온 로자노-헤머가 BMW의 생체 데이터 인식 기술과 협업한 '펄스 토폴로지' 작품이다. 대지예술가이자 빛의 마법사로 불리는 제임스 터렐의 'AKHU'관에선 오로지 빛의 변화를 통해 공간의 경계가 흐릿해지고 방향감각을 잃는 경험을 하게 된다. 마치 무중력 상태가 된 것 같은 느낌마저 든다. 수퍼블루 전시의 하이라이트이자 마지막 작품은 런던 기반의 미디어 아티스트이자 무대예술가, 에스 데블린의 '우리의 숲(Forest of Us)'이다. 기관지에서 폐로 이어지는 우리의 몸, 나무가 탄소를 교환하는 방식에서 시각적 대칭을 찾아내는 짧은 영화가 끝나면 스크린이 활짝 열리며 거울의 미로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어디가 어디인지 분간하기도 어렵고, 땅과 하늘의 경계마저 사라진 공간에서 사람들은 길을 잃는다. 그 혼돈 속에서 탈출구를 찾아헤매는 사람들의 모습이 사방에 비친다. 환경 문제에 관심이 많은 이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관람객들에게 환경문제를 돌아보라고 당부한 것 같다.
페이스의 '수퍼블루'는 이제는 흔해진 몰입형 전시가 앞으로 어떻게 진화해야 하는 지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전시다. 화려한 기술이 아닌 '전시에 어떤 메시지를 담느냐'와 '그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어떤 큐레이션을 할 것이냐'가 향후 몰입형 전시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수퍼블루는 말한다.
수퍼블루와 함께 하는 아티스트 중에는 한국의 강이연과 구정아, 일본의 코헤이 나와 등 글로벌 미술계에서 인정받는 작가들이 여럿 있다.
마이애미=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