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세계 예술 수도는 파리도, 뉴욕도 아닌 마이애미다 [마이애미 아트위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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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격전지 된 디자인 디스트릭트
소외 지역에 디자인과 패션, 미술관 결합
아트바젤과 시너지 내며 10년 만에 '상전벽해'
소외 지역에 디자인과 패션, 미술관 결합
아트바젤과 시너지 내며 10년 만에 '상전벽해'
마이애미. 미국 플로리다주 동남쪽 끝자락에 있는 이 도시를 말할 때, 사람들은 대개 이런 이미지를 떠올린다. 끝없이 펼쳐진 해변과 내리쬐는 태양, 부자들의 초호화 별장, 미국드라마(미드)의 세계화를 이끈 ‘CSI 범죄수사대’의 도시….
여기에 하나 더 붙일 게 생겼다. ‘세계 예술 수도’. 적어도 12월엔 그렇다. 2002년 시작한 세계적인 아트페어 ‘아트바젤 마이애미 비치(ABMB)’ 때문만은 아니다. 이 기간 마이애미는 도시 전체가 예술 무대가 된다. 세계에서 가장 잘 나가는 명품 브랜드와 갤러리 등 100여 곳이 모여 있는 ‘디자인 디스트릭트’를 중심으로 수십 여개의 갤러리들이 저마다의 ‘쇼’를 펼친다. 매일 밤마다 음악과 영화와 미식이 함께 하는 아트 이벤트가 열린다.
마이애미를 대표하는 루벨미술관, 드라크루즈 컬렉션, 페레즈, ICA(마이애미 현대미술관·Institute of Contemporary Art), 바스미술관 등은 수십 년 쌓은 내공으로 지금 이 시대에 가장 주목해야 할 작가들을 소개한다. ‘미국과 중남미를 잇는 관문’이란 지리적 특성이 낳은 다양성도 마이애미 예술의 자랑거리다.
‘친절’도 이 도시의 매력 포인트다. 날씨도, 사람도 그렇다. 마이애미-데이드 주정부는 12월 내내 도심 어디든 갈 수 있는 무료 셔틀버스를 운영하고, 매주 목요일엔 무료 아트투어도 제공한다. 마이애비 해변가 호텔 12개를 연계한 아트페어도 12월 내내 열린다. 아트페어는 전 세계 어딘가에서 쉼 없이 열리지만, ‘엄마’ 역할을 하는 아트바젤 기간에 맞춰 ‘아들’뻘 아트페어 20여개가 동시다발로 열리는 도시는 마이애미 뿐이다. 이들이 내놓는 작품들은 유럽과 미국의 다른 지역, 아시아 국가들의 아트페어와는 결이 다르다. ‘길거리 예술’부터 회화, 조각, 가구 공예품에 이르기까지 분야도 다양하고, 중남미 아시아 아프리카 등 작가의 출신지역도 서로 다르다.
장소도 그렇다. 어떤 페어는 강 위에서, 다른 축제는 모래 사장에서, 또 다른 행사는 한적한 동네의 임시 텐트에서 열린다. 혹여 답답한 부스 안에 욱여넣은 그림들을 한참 지켜보다 지친다면? 페어장 문만 열면 끝없이 펼쳐진 마이애미 해변과 따뜻한 햇살이 기다린다. 마이애미 해변에서 차로 20분 거리인 디자인 디스트릭트로 넘어가면 파리와 밀라노 뺨치는 마이애미의 ‘럭셔리 바이브’도 느껴볼 수 있다. ‘12월의 예술 수도’로 떠나보자.
이런 마이애미가 예술에 처음 눈을 뜬 건 10여년전이었다. 오랜기간 예술인들의 ‘뒷배’가 되어준 ‘큰손’ 컬렉터들이 연대해 작품을 마이애미시에 기증하고, 이걸로 미술관을 만든 게 시초였다. 부동산 개발사 등 기업가와 디자이너, 예술가와 자선 사업가들이 힘을 모았다. 매년 6월 스위스 바젤에서 열리는 ‘아트바젤’을 2002년 마이애미로 들여온 뒤 이들과 함께 지역 아트페어를 만든 주역도 이들이었다. 마이애미의 변신을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곳이 ‘디자인 디스트릭트’다. 마이애미 북쪽 해변과 국제공항의 중간쯤 되는 노스이스트 42번가에 자리잡은 이곳은 명품 쇼핑몰과 디자인 가구 쇼룸, 미술관과 레스토랑, 라이프 스타일 숍의 천국이다. 이 모든 점포를 걸어서 10분 안에 만날 수 있다.
이 거리를 만든 사람은 부동산 개발회사 다르카(Darca)의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크레이그 로빈스. 10년 전만 해도 우범지대였던 이곳엔 이제 경찰서 대신 에르메스 매장이, 술집 대신 갤러리가 들어서 있다. 마이애미를 ‘예술이 흐르는 매력 도시’로 만들기 위해 ICA 미술관 부지 등 금싸라기 땅을 기부하고 명품 브랜드들을 한데 모은 그에겐 “예술과 디자인에는 세상을 바꿀 힘이 있다”는 믿음이 있었다. 현재 이 구역에 들어선 패션 브랜드는 80여 곳. 여기에 디자인 숍과 가구 매장,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 등을 합치면 130여개로 불어난다. 이들 숍과 숍 사이에는 13개 미술관·갤러리, 30여개 레스토랑·카페들이 자리잡고 있다. ○의자 하나, 주차장 외벽도 예술
디자인 디스트릭트를 돌아보려면 노스이스트 38번가와 39번가 사이에 있는 ‘버키 돔’에서 시작하는 게 좋다. 미국의 건축가이자 발명가, 시인, 그리고 멘사의 두 번째 회장이었던 리처드 버크민스터(1895~1983)의 상징과도 같았던 ‘돔’을 첨단 소재로 재탄생시킨 작품이다. 그 주변에 놓인 자그마한 의자와 테이블 하나하나 디자이너와 건축가의 손이 닿은 작품들이다. 지금 이 공간은 몽글몽글 거품이 피어오른 듯한 가구와 공공 설치 작품으로 채워져 있다. 디자인 디스트릭트로부터 디자인상을 받은 라라 보힌크의 ‘유토피아’ 시리즈다. 나무 위와 거리마다 코르크로 만든 그의 작품들이 설치됐다. 보도엔 사무엘 로스의 벤치 디자인들도 놓였다. JR크로니클스가 마이애미에 사는 1048명의 모습을 촬영한 영상작품은 이 구역 정글플라자에서 매일 상영되고 있다. ICA의 주차장은 꼭 챙겨봐야 할 ‘핫스폿’이지만, 까딱하면 그냥 지나치고 만다. 800대를 주차할 수 있는 7층짜리 건물의 외벽이 캔버스여서다. 이 구역을 개발하던 초기 뉴욕 현대미술관(MoMA)에 의뢰해 여러 아티스트들의 초현실주의 작품 등을 내걸었다.
○럭루이비통·까르띠에도 참여
‘12월의 아트 마이애미’는 공공 프로젝트가 끌고, 민간이 미는 형태로 움직인다. 세계 최대 명품그룹인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는 아트위크 기간인 6일부터 5일간 아트갤러리 팝업 컬처하우스를 열어 크루즈 보글, 글레네이샤 해리스, 아멜리아 브릭스, 해롤드 카우디오 등의 작품을 전시한다.
까르띠에는 7일부터 22일까지 ‘타임 언리미티드’ 전시를 기획했다. 한정판 시계를 전시하고 브랜드 시계 제작 과정을 실감형 미디어로 보여주는 행사다. 리모와는 마이애미 아티스트 TYPOE와 협업해 이 구역에 영구 설치된 맞춤형 샹들리에를 제작했다. 12월은 마이애미 갤러리들에겐 그동안 갈고닦은 실력을 뽐낼 ‘기회의 시간’이다. 제프리 데이치 갤러리와 가고시안은 올해도 협업 전시를 한다. 벌써 여덟번째다. 올해 주제는 ‘형태들(Forms)’. 오페라갤러리는 얼마 전 작고한 보테로의 전시를 기획했다.
이런 파티에 미식이 빠질 수 없다. 디자인 디스트릭트를 둘러보면 요즘 뉴욕에서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이 된 한국식 스테이크 하우스 ‘꽃(cote)’ 간판이 보인다. 아트위크 때 이곳에선 맛깔나는 음식과 함께 ‘큰손’들이 자신의 컬렉션을 소개하는 ‘아트 애프터 다크’(1인 900달러) 프로그램을 만날 수 있다.
마이애미=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마이애미를 대표하는 루벨미술관, 드라크루즈 컬렉션, 페레즈, ICA(마이애미 현대미술관·Institute of Contemporary Art), 바스미술관 등은 수십 년 쌓은 내공으로 지금 이 시대에 가장 주목해야 할 작가들을 소개한다. ‘미국과 중남미를 잇는 관문’이란 지리적 특성이 낳은 다양성도 마이애미 예술의 자랑거리다.
‘친절’도 이 도시의 매력 포인트다. 날씨도, 사람도 그렇다. 마이애미-데이드 주정부는 12월 내내 도심 어디든 갈 수 있는 무료 셔틀버스를 운영하고, 매주 목요일엔 무료 아트투어도 제공한다. 마이애비 해변가 호텔 12개를 연계한 아트페어도 12월 내내 열린다. 아트페어는 전 세계 어딘가에서 쉼 없이 열리지만, ‘엄마’ 역할을 하는 아트바젤 기간에 맞춰 ‘아들’뻘 아트페어 20여개가 동시다발로 열리는 도시는 마이애미 뿐이다. 이들이 내놓는 작품들은 유럽과 미국의 다른 지역, 아시아 국가들의 아트페어와는 결이 다르다. ‘길거리 예술’부터 회화, 조각, 가구 공예품에 이르기까지 분야도 다양하고, 중남미 아시아 아프리카 등 작가의 출신지역도 서로 다르다.
장소도 그렇다. 어떤 페어는 강 위에서, 다른 축제는 모래 사장에서, 또 다른 행사는 한적한 동네의 임시 텐트에서 열린다. 혹여 답답한 부스 안에 욱여넣은 그림들을 한참 지켜보다 지친다면? 페어장 문만 열면 끝없이 펼쳐진 마이애미 해변과 따뜻한 햇살이 기다린다. 마이애미 해변에서 차로 20분 거리인 디자인 디스트릭트로 넘어가면 파리와 밀라노 뺨치는 마이애미의 ‘럭셔리 바이브’도 느껴볼 수 있다. ‘12월의 예술 수도’로 떠나보자.
마이애미의 중심이 된 '디자인 디스트릭트'
마이애미는 오랜 세월 부자들의 휴양지였다. 1년 내내 따뜻한 날씨와 멋진 풍광 덕분이다. 엘비스 프레슬리, 실버스타 스탤론, 샤킬 오닐, 엘리자베스 테일러, 레오나르도 디캐프리오, 저스틴 비버는 그래서 마이애미에 둥지를 틀었다.이런 마이애미가 예술에 처음 눈을 뜬 건 10여년전이었다. 오랜기간 예술인들의 ‘뒷배’가 되어준 ‘큰손’ 컬렉터들이 연대해 작품을 마이애미시에 기증하고, 이걸로 미술관을 만든 게 시초였다. 부동산 개발사 등 기업가와 디자이너, 예술가와 자선 사업가들이 힘을 모았다. 매년 6월 스위스 바젤에서 열리는 ‘아트바젤’을 2002년 마이애미로 들여온 뒤 이들과 함께 지역 아트페어를 만든 주역도 이들이었다. 마이애미의 변신을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곳이 ‘디자인 디스트릭트’다. 마이애미 북쪽 해변과 국제공항의 중간쯤 되는 노스이스트 42번가에 자리잡은 이곳은 명품 쇼핑몰과 디자인 가구 쇼룸, 미술관과 레스토랑, 라이프 스타일 숍의 천국이다. 이 모든 점포를 걸어서 10분 안에 만날 수 있다.
이 거리를 만든 사람은 부동산 개발회사 다르카(Darca)의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크레이그 로빈스. 10년 전만 해도 우범지대였던 이곳엔 이제 경찰서 대신 에르메스 매장이, 술집 대신 갤러리가 들어서 있다. 마이애미를 ‘예술이 흐르는 매력 도시’로 만들기 위해 ICA 미술관 부지 등 금싸라기 땅을 기부하고 명품 브랜드들을 한데 모은 그에겐 “예술과 디자인에는 세상을 바꿀 힘이 있다”는 믿음이 있었다. 현재 이 구역에 들어선 패션 브랜드는 80여 곳. 여기에 디자인 숍과 가구 매장,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 등을 합치면 130여개로 불어난다. 이들 숍과 숍 사이에는 13개 미술관·갤러리, 30여개 레스토랑·카페들이 자리잡고 있다. ○의자 하나, 주차장 외벽도 예술
디자인 디스트릭트를 돌아보려면 노스이스트 38번가와 39번가 사이에 있는 ‘버키 돔’에서 시작하는 게 좋다. 미국의 건축가이자 발명가, 시인, 그리고 멘사의 두 번째 회장이었던 리처드 버크민스터(1895~1983)의 상징과도 같았던 ‘돔’을 첨단 소재로 재탄생시킨 작품이다. 그 주변에 놓인 자그마한 의자와 테이블 하나하나 디자이너와 건축가의 손이 닿은 작품들이다. 지금 이 공간은 몽글몽글 거품이 피어오른 듯한 가구와 공공 설치 작품으로 채워져 있다. 디자인 디스트릭트로부터 디자인상을 받은 라라 보힌크의 ‘유토피아’ 시리즈다. 나무 위와 거리마다 코르크로 만든 그의 작품들이 설치됐다. 보도엔 사무엘 로스의 벤치 디자인들도 놓였다. JR크로니클스가 마이애미에 사는 1048명의 모습을 촬영한 영상작품은 이 구역 정글플라자에서 매일 상영되고 있다. ICA의 주차장은 꼭 챙겨봐야 할 ‘핫스폿’이지만, 까딱하면 그냥 지나치고 만다. 800대를 주차할 수 있는 7층짜리 건물의 외벽이 캔버스여서다. 이 구역을 개발하던 초기 뉴욕 현대미술관(MoMA)에 의뢰해 여러 아티스트들의 초현실주의 작품 등을 내걸었다.
○럭루이비통·까르띠에도 참여
‘12월의 아트 마이애미’는 공공 프로젝트가 끌고, 민간이 미는 형태로 움직인다. 세계 최대 명품그룹인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는 아트위크 기간인 6일부터 5일간 아트갤러리 팝업 컬처하우스를 열어 크루즈 보글, 글레네이샤 해리스, 아멜리아 브릭스, 해롤드 카우디오 등의 작품을 전시한다.
까르띠에는 7일부터 22일까지 ‘타임 언리미티드’ 전시를 기획했다. 한정판 시계를 전시하고 브랜드 시계 제작 과정을 실감형 미디어로 보여주는 행사다. 리모와는 마이애미 아티스트 TYPOE와 협업해 이 구역에 영구 설치된 맞춤형 샹들리에를 제작했다. 12월은 마이애미 갤러리들에겐 그동안 갈고닦은 실력을 뽐낼 ‘기회의 시간’이다. 제프리 데이치 갤러리와 가고시안은 올해도 협업 전시를 한다. 벌써 여덟번째다. 올해 주제는 ‘형태들(Forms)’. 오페라갤러리는 얼마 전 작고한 보테로의 전시를 기획했다.
이런 파티에 미식이 빠질 수 없다. 디자인 디스트릭트를 둘러보면 요즘 뉴욕에서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이 된 한국식 스테이크 하우스 ‘꽃(cote)’ 간판이 보인다. 아트위크 때 이곳에선 맛깔나는 음식과 함께 ‘큰손’들이 자신의 컬렉션을 소개하는 ‘아트 애프터 다크’(1인 900달러) 프로그램을 만날 수 있다.
마이애미=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