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종우 한투 센터장 "내년 한국 증시 상승 여력 10% 안돼"
"내년 한국 증시는 올 연말 대비 상승 여력이 10%가 안될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 경제가 둔화 추세이고, 소비심리도 좋지 않아 상승 동력이 크지 않습니다. "

6일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사진)은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내년 코스피 예상 밴드를 2200~2650선으로 전망했다. 이달 들어 2500선을 오르락내리락 하는 코스피지수에 비하면 밴드 상단 대비 10% 내외의 상승폭이다.

유 센터장은 내년 점차 둔화되는 미국 경제를 상단 제한 근거로 들었다. 그는 "시장에서는 금리 하락이 증시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하지만, 금리 하락 배경은 결국 경기 둔화가 있다"면서 "경기가 식어가면서 인플레이션과 노동시장 열기도 가라앉으면 금리 하락에도 주식시장이 상승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결국 증시가 상승하려면 기업들의 실적이 얼마나 잘 나오는지가 관건이라고 분석했다. 유 센터장은 "국내 증시가 미국보다 긍정적인 점은 느린 속도나마 회복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수출 중심 산업이 회복을 주도하고, 내수 소비가 둔화되면서 주가도 업종별 차별화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국내 증시의 가장 큰 변수로는 국내 부동산 경기를 꼽았다. 187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와 각종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 부실 등을 감안하면 부동산 경기에 따라 한국 경제와 주식시장이 받는 충격이 클 수 있어서다. 그는 "부동산은 부의 효과를 비롯해 실질소비와 자금운용에 영향을 주기에 부동산 경기가 위축될 시 내국인의 투자 여력도 약해질 수 있다"면서 "내년도 해외 수출이 개선되더라도 국내 경기 불확실성으로 주식시장의 상승세를 저해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내년 4월 총선 이후 PF 관련된 사안들이 대주단 협의를 통해 순차적으로 해결되길 기대하고 있다"면서 "만약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고 한꺼번에 문제가 터진다면 국내 경기가 받는 타격이 어마어마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글로벌 경기에서는 미국 대선, 미국 소비 둔화 속도, 중국 경기 개선 여부, 연준 기준금리 인하 시기, 고용 지표 등이 변수로 꼽혔다. 유 센터장은 "2024년 1분기부터 미 경선을 위한 프로세스가 진행될 예정"이라며 "민주당과 공화당 중 어느쪽이 승기를 잡느냐에 따라 미중 패권 경쟁, 중동 정책, 리쇼어링 관련 정책 방향이 달라지는 만큼 주목해야한다"고 전했다.

내년 증시에서는 반도체를 최우선 업종으로 추천했다. 그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내년에 확연한 이익 개선세를 나타낼 전망"이라면서 "올해 연간 순이익 추정치가 양사 3조원 안팎이었지만 내년에는 34조원 수준으로 큰 폭 개선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들 기업의 이익 회복을 바탕으로 주가 상승세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해석이다. 또한 인공지능(AI) 발달에 따른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증가 기대감도 반도체 주가를 받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내수소비업종, 은행업종, 건설업종 등은 주의해야한다고 조언했다. 금리가 떨어지면 은행 순이자 마진이 축소되다보니 전망이 밝지 않고, 내수 비중 높은 유통주들은 회복 요소가 뚜렷하게 없어서다. 여기에 주택비중 높은 건설업종도 부동산PF 리스크가 높다는 단점이 있다. 그는 "사실 같은 업종이더라고 내수 중심인지, 수출 중심인지에 따라 전망이 갈린다"면서 "수출 중심 기업은 실적 개선세가 나타날 것을 기대하기 때문에 전망도 밝다"고 말했다.

윤아영 / 정희원 기자 youngmon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