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께끼 감춰둔 그림…에르메스도 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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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찬 히다카 개인전
작품에 동서양 문화 함께 담아
그림 속 시계·옷엔 비밀 메시지
에르메스가 찜한 영국 작가
도쿄 이어 내년엔 파리서 전시
다루기 힘든 오일 템페라 사용
"요즘 그림들 패스트푸드 같아
느린 준비 과정도 내겐 예술"
작품에 동서양 문화 함께 담아
그림 속 시계·옷엔 비밀 메시지
에르메스가 찜한 영국 작가
도쿄 이어 내년엔 파리서 전시
다루기 힘든 오일 템페라 사용
"요즘 그림들 패스트푸드 같아
느린 준비 과정도 내겐 예술"
사다리를 오르는 여인과 바로 옆 발레복을 입은 채 뒤돌아선 아이. 영국 작가 크리스찬 히다카(46)의 작품 ‘골든 스테이지’다. 이 그림에는 자세히 봐야만 읽을 수 있는 몇 가지 수수께끼가 숨어 있다.
좌우 벽에 빼곡히 들어찬 문양에는 이슬람 문화가 녹아 있다. 사람들이 입은 옷에 그려진 디자인은 피카소 작품이다. 하이라이트는 그림 속 시계다. 시계가 가리키는 시간은 8시24분. 이 그림뿐만 아니라 전시장에 걸린 그림 속 모든 시계는 같은 시간을 표시한다. 20시24분, 즉 새해 ‘2024’를 의미한다.
수수께끼를 풀어나가는 듯한 재미를 주는 히다카의 작품 30여 점이 한국을 찾았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 갤러리바톤에서 열리고 있는 개인전 ‘황금기’에서다. 아시아에서는 2년 만에 여는 개인전이다. 전시 개막에 맞춰 한국을 찾은 히다카를 현장에서 만났다.
히다카는 ‘에르메스가 찜한 작가’로 요즘 상한가를 치는 화가다. 지난해 에르메스재단의 도움으로 일본 도쿄 아틀리에 에르메스에서 ‘도쿄 르 포럼 에르메스’ 2인전을 치렀다. 내년엔 프랑스 파리의 에르메스 쇼윈도에 작품을 전시한다.
그는 이슬람부터 불교, 민간신앙까지 여러 종교와 문화를 한 그림에 섞어 넣는다. 이번 전시에서도 서양 배경에 거북이, 두루미 같은 동양적 소재를 녹인 작품을 내걸었다. 일본과 영국 혼혈인 히다카의 출생 배경이 영향을 미쳤다. 그는 “동서양이 만난 나의 출생 배경을 그림에 표현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번 전시에 자화상도 걸었다. 우산을 쓴 채 허리를 구부린 고통스러운 표정을 한 남성에 그의 얼굴을 담았다. 이 그림에도 다양한 시대의 다양한 문화를 넣었다. 바닥에 그려 넣은 거북이로 인간의 깊은 번뇌를 표현했고, 천장에 배치한 두루미를 통해 인간이 고민을 떨쳐내고 새로운 세상으로 날아간다는 의미를 담았다.
이번 전시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작품은 중국 스타일의 산수화다. 영국 작가인 그가 중국풍 그림을 그린 데는 다 이유가 있다. 10년 전 중국 여러 도시를 여행할 때의 기억을 잊을 수 없어서다. 그는 주로 송나라 시대 그림을 모티브로 삼아 기억 속 중국 풍경을 화폭에 담아냈다.
히다카의 산수화는 다양한 시각에서 본 풍경을 섞은 게 특징이다. 그가 봤던 각각 다른 풍경들을 한 그림에 넣었다. 산책로를 따라 걷는 과정에서 풍경이 바뀌는 걸 표현하기 위해 그림에 산책로를 새겼다. 그는 이 그림에 대해 “산속에 놓인 산책로는 사람들을 좋은 작품으로 안내해주는 갤러리의 역할과 비슷하다”고 했다.
히다카는 요즘 유화를 그리는 작가들이 잘 사용하지 않는 ‘오일 템페라’를 자주 쓴다. 준비하는 데 오래 걸린다는 이유로 다들 꺼리는 오일 템페라를 쓰는 이유에 대해 “고전적 느낌을 주는 데 최적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요즘 그림 중엔 패스트푸드 같은 작품이 많은데, 나는 오랜 준비 과정도 예술의 일부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번 전시에 작품과 함께 벽화도 제작했다. 전시 2주 전 방한해 갤러리 벽에 직접 그렸다. 영국에서 먼저 전시관 모형을 만드는 등 미리 준비했다. 그는 “고대 사람들이 동굴 벽에 벽화를 그린 것처럼, 나도 ‘나의 공간’을 표현하는 방식으로 벽화를 택했다”고 말했다. 전시는 오는 12월 23일까지.
최지희 기자 mymasaki@hankyung.com
좌우 벽에 빼곡히 들어찬 문양에는 이슬람 문화가 녹아 있다. 사람들이 입은 옷에 그려진 디자인은 피카소 작품이다. 하이라이트는 그림 속 시계다. 시계가 가리키는 시간은 8시24분. 이 그림뿐만 아니라 전시장에 걸린 그림 속 모든 시계는 같은 시간을 표시한다. 20시24분, 즉 새해 ‘2024’를 의미한다.
수수께끼를 풀어나가는 듯한 재미를 주는 히다카의 작품 30여 점이 한국을 찾았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 갤러리바톤에서 열리고 있는 개인전 ‘황금기’에서다. 아시아에서는 2년 만에 여는 개인전이다. 전시 개막에 맞춰 한국을 찾은 히다카를 현장에서 만났다.
히다카는 ‘에르메스가 찜한 작가’로 요즘 상한가를 치는 화가다. 지난해 에르메스재단의 도움으로 일본 도쿄 아틀리에 에르메스에서 ‘도쿄 르 포럼 에르메스’ 2인전을 치렀다. 내년엔 프랑스 파리의 에르메스 쇼윈도에 작품을 전시한다.
그는 이슬람부터 불교, 민간신앙까지 여러 종교와 문화를 한 그림에 섞어 넣는다. 이번 전시에서도 서양 배경에 거북이, 두루미 같은 동양적 소재를 녹인 작품을 내걸었다. 일본과 영국 혼혈인 히다카의 출생 배경이 영향을 미쳤다. 그는 “동서양이 만난 나의 출생 배경을 그림에 표현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번 전시에 자화상도 걸었다. 우산을 쓴 채 허리를 구부린 고통스러운 표정을 한 남성에 그의 얼굴을 담았다. 이 그림에도 다양한 시대의 다양한 문화를 넣었다. 바닥에 그려 넣은 거북이로 인간의 깊은 번뇌를 표현했고, 천장에 배치한 두루미를 통해 인간이 고민을 떨쳐내고 새로운 세상으로 날아간다는 의미를 담았다.
이번 전시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작품은 중국 스타일의 산수화다. 영국 작가인 그가 중국풍 그림을 그린 데는 다 이유가 있다. 10년 전 중국 여러 도시를 여행할 때의 기억을 잊을 수 없어서다. 그는 주로 송나라 시대 그림을 모티브로 삼아 기억 속 중국 풍경을 화폭에 담아냈다.
히다카의 산수화는 다양한 시각에서 본 풍경을 섞은 게 특징이다. 그가 봤던 각각 다른 풍경들을 한 그림에 넣었다. 산책로를 따라 걷는 과정에서 풍경이 바뀌는 걸 표현하기 위해 그림에 산책로를 새겼다. 그는 이 그림에 대해 “산속에 놓인 산책로는 사람들을 좋은 작품으로 안내해주는 갤러리의 역할과 비슷하다”고 했다.
히다카는 요즘 유화를 그리는 작가들이 잘 사용하지 않는 ‘오일 템페라’를 자주 쓴다. 준비하는 데 오래 걸린다는 이유로 다들 꺼리는 오일 템페라를 쓰는 이유에 대해 “고전적 느낌을 주는 데 최적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요즘 그림 중엔 패스트푸드 같은 작품이 많은데, 나는 오랜 준비 과정도 예술의 일부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번 전시에 작품과 함께 벽화도 제작했다. 전시 2주 전 방한해 갤러리 벽에 직접 그렸다. 영국에서 먼저 전시관 모형을 만드는 등 미리 준비했다. 그는 “고대 사람들이 동굴 벽에 벽화를 그린 것처럼, 나도 ‘나의 공간’을 표현하는 방식으로 벽화를 택했다”고 말했다. 전시는 오는 12월 23일까지.
최지희 기자 myma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