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이어 ‘형제의 난’을 촉발했던 조양래 한국앤컴퍼니그룹 명예회장에 대한 정신감정 결과, 조 명예회장의 정신 건강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 명예회장이 2020년 건강한 정신 상태에서 차남 조현범 회장에게 경영권을 물려준 것으로 볼 수 있다는 해석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조 명예회장의 정밀 정신감정을 맡은 서울 보라매병원은 최근 감정 결과를 법원에 전달했다. 익명을 요구한 관계자는 “조 명예회장의 정신 건강에 이상이 없다는 결과가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조 명예회장을 잘 아는 또다른 업계 관계자도 “조 명예회장은 매일 출근하고 있다”며 “매주 골프, 걷기 운동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조 명예회장의 장남 조현식 한국앤컴퍼니그룹 고문과 장녀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은 조 명예회장이 조 회장에게 경영권을 물려준 것에 반발해 법원에 한정후견개시심판을 청구했다. 조 명예회장의 결정이 건강한 정신 상태에서 자발적으로 이뤄졌는지 확인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작년 4월 1심은 조 고문 측 청구를 기각했고, 조 고문 측은 이에 불복해 항고했다. 이에 따라 정밀 정신감정이 이뤄졌다. 법원은 이번 감정 결과를 토대로 다음달 심문을 진행할 예정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1심에서도 기각된 만큼 한정후견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며 “정신감정 결과가 경영권 승계의 정당성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타이어는 이날 이수일 사장(61)을 부회장으로 승진 발령하는 인사를 단행했다. 이 부회장은 조 회장에 이어 2021년부터 한국타이어 사장을 맡았다. 조 회장 경영 체제를 강화한 인사라는 분석이 나온다. 계열사 부당지원과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기소된 조 회장이 최근 보석으로 풀려났지만 곧바로 경영에 참여하기는 어려운 상황도 반영됐다.

한국타이어 측은 “이 부회장은 주요 완성차 브랜드와 전략적 파트너십 확대, 글로벌 교체용 타이어 매출 증가, 세계 최초 전기차 전용 타이어 ‘아이온’ 출시 등 괄목할 만한 실적 성장을 이뤄냈다”고 설명했다. 한국타이어는 올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일규/배성수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