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연계증권(ELS) 발행 시장에 ‘한파’가 닥쳤다.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주가연계증권(ELS)에 대해 불완전 판매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ELS의 위험(리스크) 대비 수익률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퍼지고 있다. 시장금리 상승으로 수익률이 ELS와 큰 차이 없으면서도 원금 보장이 되는 대체 상품이 많이 나왔기 때문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ELS 발행액은 2조7755억원이었다. 월별 ELS 발행액은 2021년 3월 6조377억원으로 단기 고점을 찍었고, 이후 추세적으로 내리막을 탔다. 지난해 4월 4조855억원어치가 발행됐고, 이후에는 최근까지 월별 발행액이 4조원을 넘어선 적이 없었다. 연간 월평균 발행액은 2021년 4조1025억원을 기록했고, 올 들어서는 지난달까지 2조6215억원으로 절반 정도에 불과했다.

ELS에는 ‘녹인형’과 ‘노 녹인형’ 두 가지 종류가 있다. 녹인형은 상품 유지 기간(보통 3년)에 기초자산 값이 녹인지점(보통 설정일 당시의 50%) 아래로 떨어진 적이 없거나, 녹인지점 아래로 떨어진 적이 있는 경우 설정일 당시의 70~80% 이상으로 회복된 상태에서 만기를 맞으면 약속한 원리금을 주는 상품이다. 노 녹인형은 별도의 녹인 구간 없이 만기일에 기초자산 값이 설정일의 60~70% 이상이면 약속한 원리금을 준다. 이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손실이 난다.

홍콩H지수는 ELS에서 가장 많이 이용되는 기초자산 중 하나다. 이 지수는 2021년 2월 17일 고점(12,228.63)부터 지난달 말(5,857.54)까지 52.10% 하락했다. 고점과 가까운 시기에 발행된 상품 중 상당수가 손실 위험에 처했다는 뜻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최근 파생결합사채(ELB) 등 원금 보장이 되는 상품에 투자해도 연 5% 정도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경우가 많아 6~8% 수익을 주는 ELS의 상대적 매력도가 떨어졌다”며 “ELS보다는 ELB를 찾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도 “ELS로 연 8% 수익을 얻는다고 해도 금융소득세 최고세율을 적용받으면 실질 수익률은 4% 정도밖에 안 된다”며 “손실 리스크를 감안하면 ELS에 투자하는 게 ‘남는 장사’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서울 강남 지역의 한 프라이빗뱅커(PB)는 “미·중 갈등이 대두된 뒤에는 중국을 투자 대상에서 배제하고 보는 사람이 많아졌다”며 “최근 증권가 애널리스트 중에는 중국 증시 반등을 전망하는 사람도 많지만 투자자들의 분위기는 이와 다르다”고 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