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불사조네"…'올드보이 귀환'에 삼성맨들도 깜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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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보이 CEO 복귀에 대기업 직원들
"꺼진 불도 다시 보자"
연말 인사시즌 '기술통 OB'들의 귀환
"위기돌파, 신사업발굴 리더십 필요"
반도체 배터리 전문가 전영현 부회장
삼성 신사업 단장 맡아
HBM 키운 이석희도 SK온 CEO로
삼성 출신 이윤태는 LX세미콘으로
"꺼진 불도 다시 보자"
연말 인사시즌 '기술통 OB'들의 귀환
"위기돌파, 신사업발굴 리더십 필요"
반도체 배터리 전문가 전영현 부회장
삼성 신사업 단장 맡아
HBM 키운 이석희도 SK온 CEO로
삼성 출신 이윤태는 LX세미콘으로
"꺼진 불도 다시 보자."
주로 관가에서 인사철에 회자되는 말이다. 퇴임한 선배 관료가 정권 교체 이후 장·차관, 대통령실 수석 등 실세로 화려하게 복귀하는 사례가 잦기 때문이다. 이 격언이 최근 산업계에서도 통용되고 있다. 경영 2선으로 물러났던 올드보이(OB)들이 2~3년 만에 주요 그룹 전면에 다시 등판하고 있어서다. 이들은 기술에 대한 높은 이해도와 경영 경험을 겸비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위기 돌파, 신기술 발굴, 미래 사업 강화를 동시에 추진할 수 있는 관록의 리더십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표적인 'OB의 귀환' 사례로 전영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꼽힌다. 전 부회장은 지난해 3월 삼성SDI CEO 임기를 마치고 경영 2선으로 물러나 현재까지 이사회 의장을 맡았다.
그런데 지난달 27일 단행된 삼성전자의 '2024년 사장단 인사'에서 신사업 개발 조직인 '미래사업기획단'의 수장으로 임명됐다. 미래사업기획단은 2009년 이건희 당시 삼성 회장의 지시로 신설돼 5대 신수종사업을 발표한 '신사업추진단'에 비견될 정도로 핵심적인 조직으로 꼽힌다. 삼성 관계자는 "전 부회장에게 역할을 키울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7일 SK그룹의 이차전지 계열사 SK온의 신임 CEO에 임명된 이석희 사장도 약 1년 2개월 만에 경영 전면에 등장했다. 2018년 12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SK하이닉스 CEO를 맡았던 이 사장은 지난해 10월까지 미국 자회사 '솔리다임' 이사회 의장으로 재직하다가 물러났다.
LX그룹의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 기업)로 세계 3위권 디스플레이구동칩(DDI) 개발사인 LX세미콘 CEO로 낙점된 이윤태 사장에 대해서도 '화려한 등장'이란 평가가 나온다. 이 사장은 2014년부터 2020년까지 삼성전기 CEO를 맡아 전장부품과 반도체기판 등을 주력사업으로 키운 성과를 냈다. 이밖에 LG전자 MC사업본부장을 끝으로 2년 전 은퇴했다가 이번 인사에서 LG에너지솔루션으로 복귀한 이연모 부사장도 'OB의 귀환' 사례로 꼽힌다.
이석희 사장 역시 전 부회장에 못지 않은 탄탄한 엔지니어 경력을 쌓아왔다. 서울대 무기재료공학 학·석사, 스탠퍼드대 재료공학 박사로 출신으로 세계적인 반도체기업 인텔에서 재직했다. KAIST 전기 및 전자공학과 교수를 거쳐 SK하이닉스 CEO에 오르기 전엔 D램개발부문장, 미래기술연구원장 등을 역임했다. 최근 SK하이닉스가 주도하고 있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사업을 키운 일등 공신으로 이 사장이 꼽힌다. 글로벌 네트워크까지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윤태 사장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기판 등 정보기술(IT) 부품 핵심 분야를 두루 거친 대표적인 '팔방미인'형 기술통이다. 삼성전자의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 기업) 역할을 하는 시스템LSI사업부에서 개발실장을 맡았고 삼성디스플레이에선 당시 핵심 제품이었던 액정표시장치(LCD) 개발실을 총 지휘했다. 삼성전기에선 전장용 MLCC(적층세라믹커패시터) 등 현재 주력으로 떠오른 제품의 사업화를 주도했다.
한 경제단체 부회장은 "세대교체의 물결 속에서도 OB들이 구원투수로 등장하고 있다는 것은 경영 환경이 녹록지 않다는 방증"이라며 "한국 기업들이 신구 경영자의 조화를 통해 위기를 헤쳐나갈 수 있는 힘을 키워야한다"고 말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주로 관가에서 인사철에 회자되는 말이다. 퇴임한 선배 관료가 정권 교체 이후 장·차관, 대통령실 수석 등 실세로 화려하게 복귀하는 사례가 잦기 때문이다. 이 격언이 최근 산업계에서도 통용되고 있다. 경영 2선으로 물러났던 올드보이(OB)들이 2~3년 만에 주요 그룹 전면에 다시 등판하고 있어서다. 이들은 기술에 대한 높은 이해도와 경영 경험을 겸비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위기 돌파, 신기술 발굴, 미래 사업 강화를 동시에 추진할 수 있는 관록의 리더십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영 전면에 등장한 올드보이 경영자들
8일 산업계에 따르면 삼성, SK, LG, LX 등 최근 연말 정기인사를 마무리한 주요 그룹에서 OB 경영자가 핵심 계열사 부회장, 대표(CEO) 등에 임명되는 사례가 계속 나오고 있다. 4대 그룹 관계자는 "OB들이 경영 일선에 복귀하는 사례가 나오면서 은퇴한 선배들에 대한 시각이 달라지고 있다"며 "일부 OB들에 대해선 '불사조'라는 수식어까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대표적인 'OB의 귀환' 사례로 전영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꼽힌다. 전 부회장은 지난해 3월 삼성SDI CEO 임기를 마치고 경영 2선으로 물러나 현재까지 이사회 의장을 맡았다.
그런데 지난달 27일 단행된 삼성전자의 '2024년 사장단 인사'에서 신사업 개발 조직인 '미래사업기획단'의 수장으로 임명됐다. 미래사업기획단은 2009년 이건희 당시 삼성 회장의 지시로 신설돼 5대 신수종사업을 발표한 '신사업추진단'에 비견될 정도로 핵심적인 조직으로 꼽힌다. 삼성 관계자는 "전 부회장에게 역할을 키울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7일 SK그룹의 이차전지 계열사 SK온의 신임 CEO에 임명된 이석희 사장도 약 1년 2개월 만에 경영 전면에 등장했다. 2018년 12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SK하이닉스 CEO를 맡았던 이 사장은 지난해 10월까지 미국 자회사 '솔리다임' 이사회 의장으로 재직하다가 물러났다.
LX그룹의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 기업)로 세계 3위권 디스플레이구동칩(DDI) 개발사인 LX세미콘 CEO로 낙점된 이윤태 사장에 대해서도 '화려한 등장'이란 평가가 나온다. 이 사장은 2014년부터 2020년까지 삼성전기 CEO를 맡아 전장부품과 반도체기판 등을 주력사업으로 키운 성과를 냈다. 이밖에 LG전자 MC사업본부장을 끝으로 2년 전 은퇴했다가 이번 인사에서 LG에너지솔루션으로 복귀한 이연모 부사장도 'OB의 귀환' 사례로 꼽힌다.
HBM 키운 이석희 등 기술통 CEO 경력자 '각광'
올해 연말 인사에서 경영 일선에 복귀한 OB 경영자들의 공통점은 총수일가의 신임을 받는 '기술통 CEO'란 점이다. 전 부회장은 삼성전자 메모리반도체와 삼성SDI의 배터리 사업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이끈 산 증인으로 평가 받는다. 2010년대 중반 삼성 반도체 OB들이 한 목소리로 전 부회장을 '차기 DS부문장'으로 추천했을 정도다. KAIST 석·박사 출신으로 삼성전자에서 D램개발실장 등 엔지니어의 핵심 보직을 두루 거쳤다.이석희 사장 역시 전 부회장에 못지 않은 탄탄한 엔지니어 경력을 쌓아왔다. 서울대 무기재료공학 학·석사, 스탠퍼드대 재료공학 박사로 출신으로 세계적인 반도체기업 인텔에서 재직했다. KAIST 전기 및 전자공학과 교수를 거쳐 SK하이닉스 CEO에 오르기 전엔 D램개발부문장, 미래기술연구원장 등을 역임했다. 최근 SK하이닉스가 주도하고 있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사업을 키운 일등 공신으로 이 사장이 꼽힌다. 글로벌 네트워크까지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윤태 사장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기판 등 정보기술(IT) 부품 핵심 분야를 두루 거친 대표적인 '팔방미인'형 기술통이다. 삼성전자의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 기업) 역할을 하는 시스템LSI사업부에서 개발실장을 맡았고 삼성디스플레이에선 당시 핵심 제품이었던 액정표시장치(LCD) 개발실을 총 지휘했다. 삼성전기에선 전장용 MLCC(적층세라믹커패시터) 등 현재 주력으로 떠오른 제품의 사업화를 주도했다.
"신구 조화로 위기돌파 체력 키워야"
산업계에선 기술통 OB들의 귀환은 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불확실한 경영 환경을 헤쳐나갈 수 있는 관록과 미래 기술에 대한 선구안을 지닌 경영자에 대한 수요가 계속 커지고 있어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등 국내 주요 그룹 총수들이 '위기 돌파'와 최근 신사업 준비를 위한 '기술 경영'을 동시에 강조하는 것과도 맥이 닿아있는 것으로 분석된다.한 경제단체 부회장은 "세대교체의 물결 속에서도 OB들이 구원투수로 등장하고 있다는 것은 경영 환경이 녹록지 않다는 방증"이라며 "한국 기업들이 신구 경영자의 조화를 통해 위기를 헤쳐나갈 수 있는 힘을 키워야한다"고 말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