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인권조례가 처음 제정된 경기도에서 이를 폐지하는 내용의 조례안이 추진되고 있다.

6일 경기도의회는 여성가족평생교육위원회 소속의 서성란(국민의힘·의왕2) 의원이 낸 '경기도 학생인권 조례 폐지조례안'을 입법예고했다.

서 의원은 조례안 추진 이유로 '경기도 학생인권조례는 상위법령의 위임이 없고, 법률 또는 상위법령의 구체적인 위임 없이 주민의 권리를 제한하고 의무를 부과해 지방자치법을 위반하고 있음'을 내세웠다.

지방자치법 28조는 지자체가 법령의 범위에서 그 사무에 관해 조례를 제정할 수 있고 주민의 권리 제한 또는 의무 부과에 관한 사항을 정할 때는 법률의 위임이 있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학생인권조례는 해당 법령이 존재하지 않아 조례 제정의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초·중등교육법에 8조에 따르면 학교규칙 제정의 권한은 학교장에 있다는 점도 내세웠다. 학생인권조례가 두발 규제 금지, 복장 자율화 등 학교규칙과 관련한 세세한 부분을 다루고 있어 상충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조례안은 서 의원 등 국민의힘 소속 도의원 47명이 참여하는 형태로 이날 도의회에 제출됐다. 해당 상임위원회를 거쳐 본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여야 의석수가 78대 77로 팽팽해 조례안이 통과할진 미지수다.

경기도교육청은 교권 침해 사례가 잇따르자 지난 9월 모든 학생의 학습권과 교사의 교육활동 보호 강화를 위한 책임과 의무를 규정한 학생인권조례 개정안을 마련했다. 서이초 교사의 사망사건을 계기로 '교권과 학습권 사이의 균형을 찾아야 한다'는 관점에서 추진해왔다.

학생인권조례는 2010년 경기도교육청이 처음 제정한 뒤 17개 시도 중 서울을 비롯한 7개 교육청이 시행해왔다. 성별·종교·가족 형태·성별 정체성·성적 지향 등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고 폭력과 위험에서 벗어날 권리 등을 주요 내용이다.

전국적으로 학생인권조례 폐지 움직임도 가시화하고 있다. 학생인권조례가 마련된 광역지방자치단체는 경기도(2010년 제정) 외에도 광주(2011년), 서울시(2012년), 전북(2013년), 충남(2020년, 제주(2021년), 인천(2021년) 등이 있다. 인천에는 인천학교구성원인권증진조례로 이름이 약간 다르다. 최근 충남도의회에선 충남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이 최근 도의회 상임위를 통과했다. 15일 본회의 표결을 앞두고 있는데, 통과된다면 학생인권조례 폐지 시점으로는 전국에서 가장 빠를 전망이다. 서울시의회에서도 지난 3월 김현기 시의회 의장 명의의 폐지안이 발의돼있다. 시의회 다수당인 국민의힘이 폐지를 주장하는 만큼 정례회 마감(22일)을 앞두고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광주광역시에서도 종교단체가 조례 폐지를 위한 주민조례청구를 접수해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전북에서는 교육청 주도로 기존 학생인권조례에서 학생 의무조항을 신설하고, 교권 관련 내용을 보완한 개정안이 추진되고 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