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오른쪽)이 7일(현지시간) 그리스 아테네를 방문해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왼쪽)을 만나 정상회담을 하고 관계 개선을 공식 선언하기로 했다. 두 정상이 지난 7월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에서 악수하고 있다. AP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오른쪽)이 7일(현지시간) 그리스 아테네를 방문해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왼쪽)을 만나 정상회담을 하고 관계 개선을 공식 선언하기로 했다. 두 정상이 지난 7월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에서 악수하고 있다. AP
지중해의 오랜 앙숙인 튀르키예와 그리스가 관계 개선을 공식 선언하기로 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6일 그리스 일간 카니메리니와의 인터뷰에서 "아테네에서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와 함께 우호 선린 공동선언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양국 정상은 7일 아테네서 회담한 뒤 선언문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양국 관계의 새 페이지를 열고 상생해야 한다"며 "에게해 문제와 불법 이주 문제, 그리스 내 튀르키예 소수민족 문제 등을 선의에 기반한 대화로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그리스는 튀르키예의 적이 아닌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동맹의 소중한 회원국으로, 서로의 권리와 이익을 존중해야 한다"며 에게해 및 동부 지중해 지역에서 에너지 부문의 협력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튀르키예와 그리스는 모두 나토 회원국이지만 '에게해의 영원한 앙숙'으로 불릴 정도로 오랫동안 갈등을 빚어 왔다.

그리스는 400년 가까이 튀르키예의 전신인 오스만제국의 지배를 받았다. 1950년대 소련의 영향력 확대를 저지하기 위해 연대하기도 했으나, 지난 수십년간 에게해 섬 영유권과 영공 침범, 지중해 자원 탐사, 키프로스 문제 등을 놓고 대립해왔다.

'지중해의 앙숙' 튀르키예-그리스, 관계 개선 선언한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난해 미국산 F-16 전투기 구매 문제와 관련해 그리스가 이를 방해한다며 양국 간 회담을 중단하기도 했다.

양국 간 해빙 무드가 조성된 것은 올 2월 대지진이 튀르키예를 강타하면서다. 지난 7월에는 나토 정상회의에서 두 정상이 만나는 등 관계 개선에 급물사을 탔다.

한편 에르도안 대통령은 전날 카타르에서 열린 걸프협력회의(GCC) 정상회의 참석 후 귀국하는 길에서 취재진에게 F-16 구매와 관련해 "미국이 이 조치(전투기 판매안)를 의회에서 통과시켜야 우리도 동시에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튀르키예 의회에 계류 중인 스웨덴의 나토 가입안 비준을 F-16 거래와 연계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