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올리브영, 수천억 과징금 폭탄 피했다…유통업계 파장은? [하수정의 티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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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제재수위 확 낮춰
"시장지배적 사업자 불확실" 판단
온라인-오프라인 경쟁구도 첫 인정
쿠팡 행정소송에 영향 줄 듯
"시장지배적 사업자 불확실" 판단
온라인-오프라인 경쟁구도 첫 인정
쿠팡 행정소송에 영향 줄 듯
납품업체에 대한 '갑질 논란'에 휩싸였던 CJ올리브영이 수 천억원 과징금 폭탄을 피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CJ올리브영이 헬스·뷰티(H&B)업계의 시장지배적 사업자인지 불확실하다"고 판단하면서다.
이번 사건은 공정거래법상 온라인-오프라인 시장의 경쟁구도를 인정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파장이 적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CJ올리브영은 2019년부터 최근까지 매대 판촉 행사를 진행하면서 '랄라블라'·'롭스' 등 경쟁사 행사에는 참여하지 말라고 납품업체에 강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할인 행사를 위해 싸게 납품받은 상품을 행사가 끝난 뒤에도 정상가로 판매하면서 8억원 가량의 차액을 납품업체에 돌려주지 않은 사실도 드러났다.
당초 공정위는 심사보고서에서 CJ올리브영이 시장 지배력 지위를 남용했다고 판단하고 전·현직 대표를 검찰에 고발하고 최대 과징금 5800억원을 부과하는 등 중징계 의견을 냈다.
공정거래법은 시장에서 한 회사의 점유율이 50%를 넘거나 세 개 이하 사업자의 점유율이 75% 이상일 때 시장 지배적 사업자가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할 경우 매출의 최대 6%까지 과징금을 부과하기 때문에 개별 건에 과징금을 매기는 대규모유통업법보다 제재 수위가 높다.
CJ올리브영은 오프라인 H&B 시장에선 점유율이 70%를 넘어 압도적 1위 사업자지만 쿠팡, 네이버, 마켓컬리 등 화장품을 유통하는 온라인 경쟁업체를 포함하면 12% 정도로 내려간다.
결국 공정위는 CJ올리브영에 공정거래법상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 혐의가 아닌 대규모 유통업법상 우월적 지위 남용 혐의를 적용해 과징금을 대폭 줄여 부과할 수 밖에 없었다.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행위에 대해선 판단을 유보하고 '심의절차종료'라는 애매한 결정을 내렸다.
쿠팡은 지난 7월 공정위에 CJ올리브영을 ‘납품업체에 대한 갑질’ 혐의로 신고한 바 있다. 쿠팡은 신고서에서 “CJ올리브영이 중소 화장품업체의 쿠팡 거래를 막았다”며 "CJ올리브영과 쿠팡이 서로를 경쟁 상대로 여기고 있다”고 명시했다.
이는 CJ올리브영을 공격한 신고였지만, 사실상 공정위로 하여금 온라인-오프라인의 경쟁구도를 인식하게 해 쿠팡이 CJ를 도와준 셈이 됐다는 해석도 나온다.
특히 유통업계에선 공정위가 CJ올리브영 제재 배경을 설명하면서 "오프라인과 온라인 판매채널 간 경쟁구도가 강화되는 상황인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밝힌 것에 주목하고 있다.
온-오프라인간 '시장획정'(시장의 범위를 구분) 기준을 다시 세우는 신호탄이 될 수 있어서다.
LG생활건강 등에 대한 갑질 혐의로 소송이 걸려있는 쿠팡에게도 이 같은 공정위의 판단이 호재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공정위는 2021년 쿠팡이 LG생활건강에 광고 강매 등 경영 간섭을 했다며 과징금 32억9700만원을 부과했다. 이에 쿠팡은 반발해 지난해 2월 행정소송을 제기, 최근 마지막 변론을 하고 결과를 기다리는 상황이다.
쿠팡은 이 과정에서 롯데, 신세계 등 오프라인 유통업체도 경쟁사로 인식해야 한다는 논리를 펼쳤다. LG생활건강과의 갈등이 처음 빚어진 2017~2018년 쿠팡은 G마켓과 11번가에 이은 온라인 시장 3위 사업자였으며 오프라인 유통업체를 감안하면 쿠팡의 소매시장 점유율은 2%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CJ올리브영은 공정위 제재 관련 공식 입장에서 "중소기업 브랜드 중심의 K뷰티 유통 플랫폼을 육성하는 과정에서 미처 살피지 못했던 부분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다"며 "문제가 된 부분은 내부 시스템 개선을 이미 완료했거나 완료할 예정이며, 향후 모든 진행과정을 투명하게 협력사들과 공유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
이번 사건은 공정거래법상 온라인-오프라인 시장의 경쟁구도를 인정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파장이 적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과징금 5800억 → 19억원
공정위는 7일 CJ올리브영이 대규모유통업법을 위반했다며 과징금 18억9600만원과 시정명령, 법인 고발을 결정했다고 발표했다.CJ올리브영은 2019년부터 최근까지 매대 판촉 행사를 진행하면서 '랄라블라'·'롭스' 등 경쟁사 행사에는 참여하지 말라고 납품업체에 강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할인 행사를 위해 싸게 납품받은 상품을 행사가 끝난 뒤에도 정상가로 판매하면서 8억원 가량의 차액을 납품업체에 돌려주지 않은 사실도 드러났다.
당초 공정위는 심사보고서에서 CJ올리브영이 시장 지배력 지위를 남용했다고 판단하고 전·현직 대표를 검찰에 고발하고 최대 과징금 5800억원을 부과하는 등 중징계 의견을 냈다.
공정거래법은 시장에서 한 회사의 점유율이 50%를 넘거나 세 개 이하 사업자의 점유율이 75% 이상일 때 시장 지배적 사업자가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할 경우 매출의 최대 6%까지 과징금을 부과하기 때문에 개별 건에 과징금을 매기는 대규모유통업법보다 제재 수위가 높다.
○온라인-오프라인 경쟁구도 인정
하지만 지난 달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된 전원회의 심의 과정에서 공정위 주장에 대한 헛점을 지적하는 의견이 잇따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온라인 시장이 급격히 커지고 오프라인에 다양한 유통채널이 있는 상황에서 CJ올리브영의 경쟁상대를 랄라블라와 롭스로 한정해 시장지배적 사업자라고 판단하기는 무리라는 지적이 주를 이뤘던 것으로 전해졌다.CJ올리브영은 오프라인 H&B 시장에선 점유율이 70%를 넘어 압도적 1위 사업자지만 쿠팡, 네이버, 마켓컬리 등 화장품을 유통하는 온라인 경쟁업체를 포함하면 12% 정도로 내려간다.
결국 공정위는 CJ올리브영에 공정거래법상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 혐의가 아닌 대규모 유통업법상 우월적 지위 남용 혐의를 적용해 과징금을 대폭 줄여 부과할 수 밖에 없었다.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행위에 대해선 판단을 유보하고 '심의절차종료'라는 애매한 결정을 내렸다.
○쿠팡 갑질혐의 소송에 영향주나
관련업계에선 공정위의 CJ올리브영 제재와 묘하게 얽혀있는 쿠팡이 어떤 영향을 받을지 주목하고 있다.쿠팡은 지난 7월 공정위에 CJ올리브영을 ‘납품업체에 대한 갑질’ 혐의로 신고한 바 있다. 쿠팡은 신고서에서 “CJ올리브영이 중소 화장품업체의 쿠팡 거래를 막았다”며 "CJ올리브영과 쿠팡이 서로를 경쟁 상대로 여기고 있다”고 명시했다.
이는 CJ올리브영을 공격한 신고였지만, 사실상 공정위로 하여금 온라인-오프라인의 경쟁구도를 인식하게 해 쿠팡이 CJ를 도와준 셈이 됐다는 해석도 나온다.
특히 유통업계에선 공정위가 CJ올리브영 제재 배경을 설명하면서 "오프라인과 온라인 판매채널 간 경쟁구도가 강화되는 상황인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밝힌 것에 주목하고 있다.
온-오프라인간 '시장획정'(시장의 범위를 구분) 기준을 다시 세우는 신호탄이 될 수 있어서다.
LG생활건강 등에 대한 갑질 혐의로 소송이 걸려있는 쿠팡에게도 이 같은 공정위의 판단이 호재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공정위는 2021년 쿠팡이 LG생활건강에 광고 강매 등 경영 간섭을 했다며 과징금 32억9700만원을 부과했다. 이에 쿠팡은 반발해 지난해 2월 행정소송을 제기, 최근 마지막 변론을 하고 결과를 기다리는 상황이다.
쿠팡은 이 과정에서 롯데, 신세계 등 오프라인 유통업체도 경쟁사로 인식해야 한다는 논리를 펼쳤다. LG생활건강과의 갈등이 처음 빚어진 2017~2018년 쿠팡은 G마켓과 11번가에 이은 온라인 시장 3위 사업자였으며 오프라인 유통업체를 감안하면 쿠팡의 소매시장 점유율은 2%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 CJ올리브영 "내부 시스템 개선"
한편 CJ올리브영은 공정위 제재와 관련한 불확실성을 벗고 본업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됐다.증권업계에선 CJ그룹의 후계작업 정점에 있는 CJ올리브영이 내년 이후 기업공개(IPO) 작업을 재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CJ올리브영은 공정위 제재 관련 공식 입장에서 "중소기업 브랜드 중심의 K뷰티 유통 플랫폼을 육성하는 과정에서 미처 살피지 못했던 부분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다"며 "문제가 된 부분은 내부 시스템 개선을 이미 완료했거나 완료할 예정이며, 향후 모든 진행과정을 투명하게 협력사들과 공유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