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9월 발생한 서해 공무원 이대준 씨 피살사건에 대한 감사원의 최종 감사 결과는 충격적이다. 지난해 중간 발표 때 얼개가 나오긴 했지만, 국가가 이래도 되는지 다시 한번 묻지 않을 수 없다. 해양수산부 공무원이 차가운 바다에서 38시간 동안 표류하다가 북한군 총격에 숨진 뒤 시신이 소각될 때까지 문재인 정부의 모든 관련 기관이 방치했다. 국가위기관리센터장은 상황이 종료되지도 않았는데 퇴근했고, 통일부 실무자는 윗선에 보고조차 하지 않았으며, 군당국은 통일부의 일이라고 떠넘겨 버렸다. 해경은 수영실험 결과도 왜곡 발표했다. 상상을 초월한 국기 문란 행위다.

게다가 이씨가 피살·소각된 이후부터는 관계기관들이 일사불란하게 조직적 은폐에 급급하며 자진 월북으로 몰아갔다. 국가안보실이 ‘시신 소각 보안’ 지침을 내리자 국방부는 합참에 자료 삭제를 지시했고, 영구 보존용 보고서까지 지워버렸다. 전문가 의견을 수렴하면서 이씨의 도박, 빚, 이혼 등 부정적인 사생활 정보만 제공했고, 전문가 답변도 짜깁기해 월북으로 몰아가는 인격 살인마저 저질렀다. 국가 권력이 조직적으로 나서 진실을 조작, 개인에게 월북 책임을 덮어씌우는 패륜을 서슴지 않은 이유는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당시 문재인 정권은 남북한 이벤트에 목을 매고 있었다. 정권 수뇌부가 월북몰이를 논의할 때 사전 녹화한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종전 선언’ 유엔 연설이 방송됐고, 사건은 그 다음날 발표됐다. 사건 인지 시간을 실제보다 늦춰 언론에 거짓으로 알린 것도 드러났는데, 이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당시 문 대통령은 사건 발생 뒤 유족에게 “진실을 밝혀내도록 직접 챙기겠다”고 해놓고 정보 공개 요청조차 거부하고, 감사원의 서면 조사 요구엔 “무례하다”고 했다. 문 정권 인사들과 더불어민주당은 ‘정권 청부 감사’라고 생떼를 쓰고 있다. 이 사건과 관련해 문 정권 고위 인사들이 수사를 받고 재판 중에 있다. 법리에 따른 엄정한 재판이 이뤄져야 함은 물론이다. 최종 감사원 조사에선 국정 최고책임자가 어떤 보고를 받고 지시를 내렸는지에 대해선 빠져 있는데, 이 부분도 낱낱이 밝혀져야 한다. 한 개인의 억울한 죽음을 규명하는 데 성역이 있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