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들의 잔치'에서 '모두의 축제'로 변신한 마이애미 바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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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애미 아트위크 현장리포트
"미술시장 침체기에 2030 컬렉터 잡자"
아트바젤은 기부 플랫폼 '액세스' 첫 공개
적십자와 마이애미 자선단체에 구매액 일부 기부
디자인 마이애미 "우리는 어디 서있는가" 주제
인도 아프리카 우크라이나 작가 하이라이트
'그림 파는 페어'에서 '생각하는 미술 축제'로
언타이틀드 아트페어와 레드닷 마이애미 등
"오직 이곳에서만 경험해봐" 다채로운 대중 행사
"미술시장 침체기에 2030 컬렉터 잡자"
아트바젤은 기부 플랫폼 '액세스' 첫 공개
적십자와 마이애미 자선단체에 구매액 일부 기부
디자인 마이애미 "우리는 어디 서있는가" 주제
인도 아프리카 우크라이나 작가 하이라이트
'그림 파는 페어'에서 '생각하는 미술 축제'로
언타이틀드 아트페어와 레드닷 마이애미 등
"오직 이곳에서만 경험해봐" 다채로운 대중 행사
세계 주요 도시에서 열리는 아트페어는 '그림을 사고 파는 장터'다. 지난 50년 넘게 그랬다. 아트바젤은 그 중에서도 최고봉으로 꼽히는 아트페어다. 고향인 스위스 바젤에 이어 홍콩과 프랑스 파리, 미국 마이애미 등에 둥지를 틀었다.
'넘버원 아트페어'에서도 최고로 꼽히는 아트바젤 마이애미 비치(ABMB)가 6일(현지시간) 마이애미 비치 컨벤션 센터에서 공식 개막했다. 슈퍼리치들이 그림을 사고파는 '그들만의 리그'에서 인류의 미래를 생각하는 '모두의 축제'로 변신하겠다는 선언과 함께. 이번 아트페어에는 34개국 277개 화랑이 참가했다. 남미와 유럽 등지의 신규 갤러리 12곳이 새로 들어왔다. 노아 호로비츠 아트바젤 최고경영자(CEO)는 개막 기자간담회에서 "새로운 세대들을 위한 아트페어의 구심점 역할을 아트바젤 마이애미가 할 것"이라며 "미국은 물론 유럽, 남미, 아프리카, 아시아 문화가 모두 녹아있는 마이애미가 아트바젤의 '랜드마크 페어'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호로비츠 CEO의 설명한 아트바젤의 전략은 라이벌 '프리즈'의 행보와 상반된다. 프리즈는 올해 뉴욕 아모리쇼, 엑스포 시카고를 잇따라 인수하면서 LA를 포함해 미 대륙에서만 4개의 아트페어를 열었고, 서울 등 아시아로 무대를 넓혔다. 반면 아트바젤은 홍콩(3월), 바젤(6월), 파리(9월), 마이애미(12월) 등 3개월마다 각 대륙별로 개최하는 현행 시스템을 유지하는 등 양적 확대보다는 질적 성장에 힘을 쏟기로 했다.
아트페어가 끝나는 이달 10일까지 약 20일간 진행되는 이 프로그램엔 페이스갤러리, 하우저앤워스, 프랑소아개벌리 등 20여개 갤러리가 참여했다. 헤르난 바스, 캐서린 브래드포드, 라파엘 들라크루즈, 제니 홀저 등의 작품이 플랫폼에 올랐다. 판매 시작에 앞서 아트바젤은 마이애미 재단과 ICRC에 각각 2만5000달러의 선금을 기부하기도 했다. 호로비츠 CEO는 "전 세계의 예술 후원자들을 아트페어의 주체인 갤러리, 아티스트와 연결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했다. 아트바젤은 디지털 인프라 구축을 위해 지난해 모회사인 MCH그룹, LUMA재단, BCG X가 함께 아쿠알(Arcual)이라는 기술 회사를 세우기도 했다.
올해 아트페어 방문객들의 입장권 역시 모두 디지털로 전환하고, 아트바젤 앱 안에서 모든 행사 정보 등을 찾아볼 수 있도록 한 것도 2030세대인 새 컬렉터층을 겨냥한 전략이다.
그 중 한명이 갤러리현대의 이승택 작가였다. 그가 만든 '지구놀이'는 아트바젤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작품중 하나였다. 지구를 7m 높이의 거대 풍선으로 구현했다. 그 옆에는 이승택 작가가 전 세계를 돌며 설치했던 지구놀이 시리즈 6장의 사진들이 걸렸다. 아트바젤의 입장료는 75달러에서 4500달러까지 다양하다. '부자들의 놀이터'란 편견을 깨기 위해 티켓도 세분화했다. 1일권(일반75달러·학생과 노인은 58달러), 디자인 마이애미 통합권(110달러), 3일권과 주요 갤러리 및 미술관 입장권(630달러), VIP티켓(2200~3500달러) 등으로 나눴다.
아트바젤 마이애미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 컬렉터들의 사랑을 받아온 흑인 작가 아모아코 보아포의 35만달러짜리 작품이 개막 이틀이 되도록 팔리지 않은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갤러리 컨설팅 전문가인 토마스 댄지거 변호사는 "이름값 있는 갤러리들도 판매가를 낮추고 부스에 더 많은 작품을 내걸었다"며 "전체적인 판매 속도나 가격은 하락세"라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ABMB에선 VIP 공개 첫날 이번 박람회 최고가 작품이 팔렸다. 프랭크 스텔라의 검은회화 '델타'가 4500만달러(약 600억원)에 새 주인을 맞은 것. 하우저앤워스 갤러리는 필립 거스턴의 걸작 '밤의 화가'(1979년)를 한 개인에게 2000만달러(약 264억원)에 팔았다. 첫날엔 조지 콘도의 '웃는 귀족'(240만달러), 헨리 테일러의 '메이드 인 멕시코'(100만달러) 등이 팔렸다. 1000만달러(약 130억원)를 넘는 고가 작품은 잘 팔리지 않았지만, 10만~30만달러의 작품들은 빠르게 손바뀜됐다. 갤러리현대는 신성희, 유근택 등 '뉴 페이스' 작가들의 작품을 판매한 데 이어 4억원대 이건용 추상화와 3억원대 정상화·이승택의 작품 등도 팔았다. 시카고에서 온 아트 딜러 제임스 스미슨(48)은 "지난해 7만달러짜리 작품을 샀던 고객이 올해 700만달러 그림 매입에 나서는 등 전체 시장은 침체돼도 살 사람들은 여전히 지갑을 열고 있다"고 말했다.
VIP공개 첫날에는 마이애미의 오랜 예술 후원가인 돈과 메라 루벨 부부, 마티 마겔리스, 베스 드우디와 호르헤 페레즈 등이 참석했다. 미 서부의 유명 기업가인 스티브 윈, 파벨라 조이너는 물론 레오나르도 디캐프리오, 세레나 윌리엄스, 자레드 레토 등 유명인사들도 행사장을 찾았다. 건축가와 손 잡은 부스들도 마이애미 아트위크의 화제였다. 루이비통은 건축가 프랭크 게리와 함께 만든 한정판 가방과 트렁크 등을 아트바젤 부스에서 3일간 첫 공개했다. 아만리조트는 신사업인 '아만 인테리어'의 첫 작품으로 일본 건축가 구마 겐고가 디자인한 테이블과 의자를 디자인 마이애미 부스에서 최초로 선보였다. 도시 전역에서 열린 수많은 무료 이벤트와 위성 박람회도 사람들로 북적였다. 중저가 그림과 새로운 작가 발굴에 힘 쏟는 해변 아트페어 '언타이틀드'는 20~40대 컬렉터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아트바젤이 열리는 컨벤션 센터 옆 보태니컬 공원에서 열린 '트라이베카 영화제'는 영화배우 로버트 드 니로와 사진작가 JR크로니클스와 대담 프로그램으로 많은 관람객을 끌어모았다. 이밖에 잉크 마이애미, 아프리킨 아트페어 등 무료 행사와 핀타 마이애미 등은 중남미에 아직 미발굴된 작가들은 물론 그들의 문화와 고민을 알리는 페어를 기획했다. 이 뿐만 아니다. "마이애미엔 지금 빈방이 없다"는 뜻의 '노 배컨시, 마이애미 비치'는 12개 마이애미 해변가 호텔들이 연계해 대형 모래 작업 등 설치 미술을 선보였다. 파에나 호텔이 건물 앞 해변가에 설치한 모래 미로는 입장객들이 행사 내내 긴 줄을 늘어섰다.
마이애미=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넘버원 아트페어'에서도 최고로 꼽히는 아트바젤 마이애미 비치(ABMB)가 6일(현지시간) 마이애미 비치 컨벤션 센터에서 공식 개막했다. 슈퍼리치들이 그림을 사고파는 '그들만의 리그'에서 인류의 미래를 생각하는 '모두의 축제'로 변신하겠다는 선언과 함께. 이번 아트페어에는 34개국 277개 화랑이 참가했다. 남미와 유럽 등지의 신규 갤러리 12곳이 새로 들어왔다. 노아 호로비츠 아트바젤 최고경영자(CEO)는 개막 기자간담회에서 "새로운 세대들을 위한 아트페어의 구심점 역할을 아트바젤 마이애미가 할 것"이라며 "미국은 물론 유럽, 남미, 아프리카, 아시아 문화가 모두 녹아있는 마이애미가 아트바젤의 '랜드마크 페어'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호로비츠 CEO의 설명한 아트바젤의 전략은 라이벌 '프리즈'의 행보와 상반된다. 프리즈는 올해 뉴욕 아모리쇼, 엑스포 시카고를 잇따라 인수하면서 LA를 포함해 미 대륙에서만 4개의 아트페어를 열었고, 서울 등 아시아로 무대를 넓혔다. 반면 아트바젤은 홍콩(3월), 바젤(6월), 파리(9월), 마이애미(12월) 등 3개월마다 각 대륙별로 개최하는 현행 시스템을 유지하는 등 양적 확대보다는 질적 성장에 힘을 쏟기로 했다.
○"그림 사면서 기부도 해볼까"
아트바젤은 이번 페어 개막을 열흘 앞둔 지난 달 27일 갤러리, 예술가, 수집가와 비영리 단체를 연결하는 '액세스 바이 아트 바젤'을 공식 발표했다. 아트바젤 마이애미 입장권을 산 사람은 온라인으로 플랫폼에 접속해 그림을 구입한 뒤 구매액의 일부(최소 10%부터)를 국제적십자위원회(ICRC) 또는 마이애미 재단 중 선택해 기부할 수 있게 했다.아트페어가 끝나는 이달 10일까지 약 20일간 진행되는 이 프로그램엔 페이스갤러리, 하우저앤워스, 프랑소아개벌리 등 20여개 갤러리가 참여했다. 헤르난 바스, 캐서린 브래드포드, 라파엘 들라크루즈, 제니 홀저 등의 작품이 플랫폼에 올랐다. 판매 시작에 앞서 아트바젤은 마이애미 재단과 ICRC에 각각 2만5000달러의 선금을 기부하기도 했다. 호로비츠 CEO는 "전 세계의 예술 후원자들을 아트페어의 주체인 갤러리, 아티스트와 연결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했다. 아트바젤은 디지털 인프라 구축을 위해 지난해 모회사인 MCH그룹, LUMA재단, BCG X가 함께 아쿠알(Arcual)이라는 기술 회사를 세우기도 했다.
올해 아트페어 방문객들의 입장권 역시 모두 디지털로 전환하고, 아트바젤 앱 안에서 모든 행사 정보 등을 찾아볼 수 있도록 한 것도 2030세대인 새 컬렉터층을 겨냥한 전략이다.
○비엔날레인가, 아트페어인가
마이애미는 아트바젤에 제 2의 고향이다. 스위스의 작은 도시 바젤을 벗어나 첫 해외 아트페어 장소로 낙점한 곳이 마이애미다. 오랫동안 '미국과 중남미의 연결통로'였던 마이애미에서 이들은 비엔날레에 버금가는 '메리디안 섹션'을 2019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멕시코에서 활동하는 큐레이터 마갈리 아이올라 타마요 미술관장에게 박람회 전시 부스에 들어가는 입구의 대형 공간을 내주고 대규모 설치와 영상 작품, 공연 등을 할 수 있게 한 것. 거대하고 다채로운 작품들이 마치 박물관 전시를 방불케 하는데, 올해도 아이올라 관장은 18명의 다국적 작가들을 한 데 모았다.그 중 한명이 갤러리현대의 이승택 작가였다. 그가 만든 '지구놀이'는 아트바젤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작품중 하나였다. 지구를 7m 높이의 거대 풍선으로 구현했다. 그 옆에는 이승택 작가가 전 세계를 돌며 설치했던 지구놀이 시리즈 6장의 사진들이 걸렸다. 아트바젤의 입장료는 75달러에서 4500달러까지 다양하다. '부자들의 놀이터'란 편견을 깨기 위해 티켓도 세분화했다. 1일권(일반75달러·학생과 노인은 58달러), 디자인 마이애미 통합권(110달러), 3일권과 주요 갤러리 및 미술관 입장권(630달러), VIP티켓(2200~3500달러) 등으로 나눴다.
○숨 고르기 미술시장…600억짜리는 첫날 판매
세계 미술시장은 지난 몇 년간 미술시장의 호황을 이끌었던 단기 투기꾼들이 빠져나가면서 차분해진 모양새다. 중동과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불안감, 높은 이자율 등도 이런 흐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아트바젤 마이애미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 컬렉터들의 사랑을 받아온 흑인 작가 아모아코 보아포의 35만달러짜리 작품이 개막 이틀이 되도록 팔리지 않은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갤러리 컨설팅 전문가인 토마스 댄지거 변호사는 "이름값 있는 갤러리들도 판매가를 낮추고 부스에 더 많은 작품을 내걸었다"며 "전체적인 판매 속도나 가격은 하락세"라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ABMB에선 VIP 공개 첫날 이번 박람회 최고가 작품이 팔렸다. 프랭크 스텔라의 검은회화 '델타'가 4500만달러(약 600억원)에 새 주인을 맞은 것. 하우저앤워스 갤러리는 필립 거스턴의 걸작 '밤의 화가'(1979년)를 한 개인에게 2000만달러(약 264억원)에 팔았다. 첫날엔 조지 콘도의 '웃는 귀족'(240만달러), 헨리 테일러의 '메이드 인 멕시코'(100만달러) 등이 팔렸다. 1000만달러(약 130억원)를 넘는 고가 작품은 잘 팔리지 않았지만, 10만~30만달러의 작품들은 빠르게 손바뀜됐다. 갤러리현대는 신성희, 유근택 등 '뉴 페이스' 작가들의 작품을 판매한 데 이어 4억원대 이건용 추상화와 3억원대 정상화·이승택의 작품 등도 팔았다. 시카고에서 온 아트 딜러 제임스 스미슨(48)은 "지난해 7만달러짜리 작품을 샀던 고객이 올해 700만달러 그림 매입에 나서는 등 전체 시장은 침체돼도 살 사람들은 여전히 지갑을 열고 있다"고 말했다.
○셀럽과 건축가 손잡은 위성행사들
12월에 열리는 아트바젤 마이애미의 매력 중 하나는 좀처럼 만나기 힘든 유명 예술가들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다는 점이다. 한때 마이애미에 살았던 프랑스 작가 장 미셸 오토니엘은 한국 국제갤러리가 마련한 단독부스에 나타났다. 헤르난 바스 등 남부 플로리다에서 작업하는 유명 작가들의 스튜디오 방문 프로그램도 마련됐다.VIP공개 첫날에는 마이애미의 오랜 예술 후원가인 돈과 메라 루벨 부부, 마티 마겔리스, 베스 드우디와 호르헤 페레즈 등이 참석했다. 미 서부의 유명 기업가인 스티브 윈, 파벨라 조이너는 물론 레오나르도 디캐프리오, 세레나 윌리엄스, 자레드 레토 등 유명인사들도 행사장을 찾았다. 건축가와 손 잡은 부스들도 마이애미 아트위크의 화제였다. 루이비통은 건축가 프랭크 게리와 함께 만든 한정판 가방과 트렁크 등을 아트바젤 부스에서 3일간 첫 공개했다. 아만리조트는 신사업인 '아만 인테리어'의 첫 작품으로 일본 건축가 구마 겐고가 디자인한 테이블과 의자를 디자인 마이애미 부스에서 최초로 선보였다. 도시 전역에서 열린 수많은 무료 이벤트와 위성 박람회도 사람들로 북적였다. 중저가 그림과 새로운 작가 발굴에 힘 쏟는 해변 아트페어 '언타이틀드'는 20~40대 컬렉터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아트바젤이 열리는 컨벤션 센터 옆 보태니컬 공원에서 열린 '트라이베카 영화제'는 영화배우 로버트 드 니로와 사진작가 JR크로니클스와 대담 프로그램으로 많은 관람객을 끌어모았다. 이밖에 잉크 마이애미, 아프리킨 아트페어 등 무료 행사와 핀타 마이애미 등은 중남미에 아직 미발굴된 작가들은 물론 그들의 문화와 고민을 알리는 페어를 기획했다. 이 뿐만 아니다. "마이애미엔 지금 빈방이 없다"는 뜻의 '노 배컨시, 마이애미 비치'는 12개 마이애미 해변가 호텔들이 연계해 대형 모래 작업 등 설치 미술을 선보였다. 파에나 호텔이 건물 앞 해변가에 설치한 모래 미로는 입장객들이 행사 내내 긴 줄을 늘어섰다.
마이애미=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