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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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바이든 행정부가 특정 고가 약품의 특허를 압류할 수 있는 기준안 초안을 공개했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약값을 잡고 더 많은 제약 경쟁을 촉진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제약업계는 신약 연구개발이 크게 위축될 것이라며 크게 반대하고 있다.

7일 미 상무부 산하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는 연방 자금으로 개발된 특허의 라이선스에 대해 정부가 특허 개입권(march-in-rights)을 행사할 수 있는지 여부를 평가하는 ‘특허 개입권 행사 고려를 위한 기관 간 지침 초안’을 공개했다. 정부기관이 약의 가격을 포함해 신약 특허를 압류할 수 있는 조건들을 구체화했다는 설명이다.

CNBC는 “이제 정부가 (의약품 특허를 압류할 때) 처음으로 의약품 가격을 고려할 수 있게 된 것”며 “정부가 이 권한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제약사에 큰 여파를 미칠 수 있다”고 평가했다. CNBC는 라엘 브레이너드 백악관 국가경제보좌관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그가 “제약회사가 (연방 기금을 지원받은) 의약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판매하지 않을 경우, 다른 회사가 이를 더 저렴하게 공급할 수 있도록 허용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미국은 1990년대 만들어진 베이돌액트법을 통해 연방 정부 등의 지원을 받은 연구 결과물에 대한 권한을 기업이나 대학 등이 소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제약의 경우 연방 기금을 지원받아 회사가 신약을 발명할 경우, 신약 특허를 회사가 소유하게 된다. 민간의 연구를 활성화하고, 연구 결과를 빠르게 상업화할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 제정된 법이다.

그러나 연방 정부는 특정한 경우 이 특허를 기관으로부터 압류할 수 있는 ‘특허 개입권’도 가지고 있다. 특허를 보유한 대상이 국가의 보건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해 국가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등이다. 다만 기준이 모호해 보다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그간 제기됐다. 실제 행사된 적도 없다.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3월부터 특허 개입권 행사에 대해 검토해 왔다. 미국 시민들의 세금을 투입해 개발된 신약 가격이 일반인들이 구매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치솟았기 때문이다. 보건정책연구기관인 카이저가족재단(KFF)에 의하면 미국인 10명 중 3명이 필요한 약값을 지불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2024년 대선에서 미국 약값 인하를 핵심 공약 중 하나로 내걸었다.

이 초안은 내년 2월까지 60일 간의 의견 수렴 기간을 거친다.

제약사들은 바이든 행정부가 특허 개입권을 행사하면 제약산업이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의약품 특허를 압류하면 회사의 수익이 감소하고, 또다른 신약 개발에 투자할 수 있는 금액이 줄어든다는 주장이다.

화이자와 일라이 릴리, 존슨앤존슨 등 미 제약사들이 소속된 미국 의약연구제조업협회(PRMA)는 “행정부는 정부 연구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못하고 방치돼 있던 시대로 돌아가고 있다”며 “치료법을 발명하고 발전시켜 온 공공과 민간의 협력에 의존하는 미국의 환자들에게 결국 손해”라고 비판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