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블랙핑크 /사진=YG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룹 블랙핑크 /사진=YG엔터테인먼트 제공
"진작에 YG 주식 사놓을걸!"

지난 6일 YG엔터테인먼트가 그룹 블랙핑크(BLACKPINK)와 완전체 활동에 대한 재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히자 업계 안팎에서 후회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날 YG엔터테인먼트(122870)의 주가는 전일 대비 25.63%(1만2300원) 오른 60300원으로 마감했다.

그간 YG는 국내 4대 가요 기획사(하이브, SM, JYP, YG) 중 가장 불안정한 흐름을 보여왔다. K팝 전성기를 이끌었던 그룹 빅뱅·2NE1이 해산했고, 베이비몬스터의 데뷔가 미뤄지다가 최근에야 5세대 아이돌 시장에 나서게 됐다. 그 사이 블랙핑크와의 전속계약 기간이 만료되고도 재계약 여부가 깜깜무소식이라 주주들의 속이 타들어 갔던 바다.

최대 캐시카우로 여겨지는 블랙핑크인 만큼 이들의 완전체 활동에 회사의 명운이 걸린 분위기였다. 이에 YG는 불확실성이 높은 멤버 개인 간 재계약 체결에 앞서 단체 활동에 대한 재계약을 우선 체결해 발표했다. 블랙핑크 완전체를 유지할 수 있는 계약이라는 점에서 가장 효율적인 선택인 셈이다.

K팝의 글로벌 인기가 정점을 달리면서 7년(공정거래위원회가 정한 표준계약서상 기간)에 한정되던 아이돌 그룹의 수명이 연장되고 있다. 7년이 도래했음에도 성장세가 우상향 중이고, 멤버·회사 간 신뢰가 뒤따르면 최대한 팀을 유지하려는 분위기다.

블랙핑크에 앞서 방탄소년단(BTS) 역시 최근 빅히트 뮤직과 전원 재계약했다고 발표했다. 이와 관련해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방탄소년단 정도 아티스트에게는 선택지가 많다. 그들이 우리랑 재계약을 선택해줬다는 것 자체가 내가 매니지먼트 수장으로서, 음반을 만드는 레이블의 수장으로서, BTS와 같이 일해왔던 역사를 인정해주고 우리가 잘했다는 걸 충분히 받아들여진 것 같아 치하받은 것 같았다"며 "20년간 매니지먼트를 한 이래 가장 행복한 시간"이라고 밝혔다.

과거와 달리 상장사인 주요 4대 기획사를 중심으로 아이돌 시장이 성장하면서 팀을 유지하는 일이 갖는 무게감이 더욱 커졌다. 방탄소년단은 지난해 단체 활동 잠정 중단을 언급했다가 그 다음 날 하이브 주가가 24.87% 급락, 하루 만에 시가총액이 2조원이나 증발한 바 있다. 이후 방탄소년단 멤버들의 군 복무가 순차적으로 시작되며 솔로 활동을 전폭 지원했고, 마침내 제대 후 완전체 활동을 영위해나갈 수 있는 유의미한 결과를 얻어냈다.
그룹 세븐틴 /사진=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룹 세븐틴 /사진=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룹 트와이스 /사진=JYP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룹 트와이스 /사진=JYP엔터테인먼트 제공
재계약 체결로 인한 팀 유지가 윈윈(Win-win, 상생)할 수 있는 선택지가 됐다는 점에도 주목할 만하다. 세븐틴은 재계약 체결 이후 K팝 최초 초동 500만장 돌파 기록을 썼고 데뷔 9년 만에 대상 가수까지 됐다. 트와이스 또한 멤버 전원이 재계약을 한 이후 미국에서 활동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K팝 걸그룹 최초로 미국 내 실물·디지털 음반 합산 판매량 100만장을 기록하는가 하면 월드투어 공연 규모를 4배 이상 성장시키며 전 세계 여성 그룹 중 처음으로 미국 로스앤젤레스 소파이 스타디움에 입성하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멤버들 역시 팀 활동을 이어가려는 의지를 보인다. 이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유지 방안이 생겨나고 있다. 블랙핑크·마마무·슈퍼주니어처럼 기존 소속사와 전원 전속계약이 아닌 단체 활동에 대한 계약만을 별도로 체결하거나, 아이콘처럼 단체로 새로운 소속사에 자리를 잡거나, 인피니트처럼 완전체 활동을 위한 기획사를 별도로 설립하는 사례 등이다.

다만 기존 회사와의 관계를 정리하는 경우 상표권에 대한 합의가 선행되어야 한다. 아이콘, 갓세븐, 인피니트 등 상표권 양도 사례가 늘어나고 있지만, IP(지식재산권)의 가치가 높아진 만큼 기획사 입장에서 이는 과거보다 더 쉽지 않은 선택이 된 것은 분명하다. 최근 큐브엔터테인먼트와 결별한 비투비는 팀 유지를 위한 단체 이적을 고려 중이었으나 회사와 상표권 논의가 마무리되지 않으면서 결국 이창섭이 홀로 새 회사로 이적했다. 차트 역주행과 함께 기적적으로 재기에 성공한 브레이브걸스는 회사를 옮긴 후 팀명을 브브걸로 변경해 활동 중이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