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주가로 돌아갔다"…개미들 한숨 깊어진 까닭 [진영기의 찐개미 찐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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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행하면 750억 번다는데"
엔씨 바라보는 불안한 눈빛
엔씨소프트 신작 TL 출시 후 주가 '하락'
게이머·주주 "흥행 성공할까" 의문
"주가 하락에 대한 우려 과해…성과 확인엔 시간 필요"
엔씨 바라보는 불안한 눈빛
엔씨소프트 신작 TL 출시 후 주가 '하락'
게이머·주주 "흥행 성공할까" 의문
"주가 하락에 대한 우려 과해…성과 확인엔 시간 필요"
'엔씨는 10년 전이면 몰라도 지금 이 게임이 흥행하긴 어려워 보인다', '주가도 게임도 10년 전으로 돌아간 것 같다', '금요일 저녁 피크타임인데, 서버 한가한 것 같다', 'PC방 점유율 두 자릿수도 안된다면서요' …. (게임 커뮤니티에서 이용자들의 글)
엔씨소프트의 희망, '쓰론 앤 리버티(TL)'가 출시됐다. 하지만 게이머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재미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주주들도 이대론 주가가 오르기 어렵다며 우려 섞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흥행 여부를 살피려면 시간이 필요하다는 조언을 내놨다.
9일 게임 업계에 따르면 엔씨소프트의 신작 TL은 지난 7일 오후 8시부터 국내 서비스를 시작했다. TL은 엔씨소프트가 2012년 출시한 PC 대규모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블레이드&소울' 이후 11년 만에 신규 지식재산(IP)으로 선보이는 MMORPG다. 아울러 TL은 모바일 기반으로 제작된 '리니지M', '리니지W' 등과 달리 PC와 콘솔(게임기) 플랫폼을 겨냥해 개발됐다. 국내 게임 시장에선 모바일이 대세지만 북미와 유럽에선 콘솔의 비중이 절반에 달한다.
리니지 이후 새로운 프랜차이즈에 목말라 있던 게이머,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린 배경이다. 일각에선 TL이 실적, 주가 부진에 빠진 엔씨소프트를 구할 것이라는 희망 섞인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엔씨소프트의 주가는 신작 TL에 웃고 울고 있다. 지난 5월 TL의 베타테스트 기간 게이머들은 TL이 리니지에서 발전한 게 없다며 혹평했다. 당시 주가는 52주 신저가까지 추락했다. 베타테스트 후 엔씨소프트는 개선 작업에 돌입했다. 지난달 엔씨소프트는 TL 출시 전 개선 사항을 공개했다. 자동사냥을 없애고, 확률형 아이템을 배제하는 등 초강수를 던졌다. 그 후 주가는 하루에만 8% 넘게 오르는 등 시장이 크게 호응했다.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까. 정식 출시 후 주가는 다시 급락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엔씨소프트는 이번 주(4~8일) 15.12% 급락했다. TL의 국내 서비스가 시작된 후 전날엔 8% 넘게 떨어졌다. 이번 주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는 엔씨소프트 주식을 각각 470억원, 334억원어치 팔아치웠다. 개인은 800억원 가까이 순매수하며 주가를 떠받치고 있다.
엔씨소프트의 주가는 23만8500원으로 지난 10월 장중 기록했던 최저가 21만2500원까지 근접한 상태다. 엔씨소프트는 2021년 1월 주당 100만원을 돌파하면서 황제주로 등극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10만원대로 떨어질 위기를 앞두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은 엔씨소프트의 10만원대 주가수준이 2012~2015년인 점을 들어 '10년 전 주가'라고 평가하고 있다.
엔씨소프트 주주들은 온라인 종목토론방에 모여 불만을 늘어놓고 있다. 한 투자자는 "해외 게임 퀄리티가 워낙 높아서 TL이 성공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게이머들은 렉 문제, 타격감 부재 등을 언급하며 우려섞인 눈빛을 보내고 있다.
다만 엔씨소프트에 대한 우려는 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통상 게임주는 신작이 출시되면 그간의 기대감이 빠지면서 하락하는 경향이 있다. 이승훈 IBK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게이머, 유튜버의 평가가 엇갈리며 시장에서 부정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며 "최근 게임주 전반적으로 주가가 올라가 있던 상황이기에 낙폭이 더 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부 매체는 TL이 출시 20분 만에 6만여명에 달하는 동시접속자를 모았다고 보도했다. 사전 이벤트로 생성된 캐릭터가 20만개 이상인 것을 감안하면 아쉬운 성과다. 아울러 2018년 7월 출시된 '로스트아크'의 국내 서비스 초반 최고 동시접속자, 35만명과 차이가 두드러진다. 엔씨소프트 측은 "동시접속자 수에 관해 확인해줄 수 없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TL의 흥행을 가늠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기존의 게임과 달리 TL은 초반 성과에 집중한 형태가 아니기 때문에 성패를 판단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엔씨소프트는 리니지 시리즈와 달리 TL에는 확률형 아이템을 배제하고 배틀패스를 도입했다.
TL이 내년 750억원의 매출을 거둘 것이란 전망도 있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오랜만에 출시되는 PC MMORPG 대작이고 낮아진 비즈니스 모델로 플레이 유저(사용자)가 예상외로 많이 몰릴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신작 공개 후 서버 약 10대 분량이 찰 경우 충분히 성공한 것으로 판단한다"며 "서버 1대당 1만∼1만5000명의 유저가 들어갈 수 있으므로 서버 10대가 꽉 찰 경우 동시 접속자 수는 10만∼15만명 정도인 셈"이라고 추산했다.
이렇게 가정했을 때 이들 사용자의 절반이 월 1만9900원 상당의 배틀패스 상품을 매월 구매하면 국내 연간 매출은 약 480억원, 월 2만9900원의 초기 성장패스 상품 등 추가 아이템까지 구입한다면 내년 TL 관련 국내 매출은 750억원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했다.
해외 시장에서의 성과도 중요하다. 엔씨소프트는 아마존게임즈와의 퍼블리싱 계약을 통해 TL을 내년 글로벌 시장에도 출시할 예정이다. 엔씨소프트는 TL의 글로벌 비공개테스트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 연구원은 "만약 TL이 국내에서 괜찮은 성과를 거둔다면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공 기대감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
엔씨소프트의 희망, '쓰론 앤 리버티(TL)'가 출시됐다. 하지만 게이머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재미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주주들도 이대론 주가가 오르기 어렵다며 우려 섞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흥행 여부를 살피려면 시간이 필요하다는 조언을 내놨다.
9일 게임 업계에 따르면 엔씨소프트의 신작 TL은 지난 7일 오후 8시부터 국내 서비스를 시작했다. TL은 엔씨소프트가 2012년 출시한 PC 대규모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블레이드&소울' 이후 11년 만에 신규 지식재산(IP)으로 선보이는 MMORPG다. 아울러 TL은 모바일 기반으로 제작된 '리니지M', '리니지W' 등과 달리 PC와 콘솔(게임기) 플랫폼을 겨냥해 개발됐다. 국내 게임 시장에선 모바일이 대세지만 북미와 유럽에선 콘솔의 비중이 절반에 달한다.
리니지 이후 새로운 프랜차이즈에 목말라 있던 게이머,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린 배경이다. 일각에선 TL이 실적, 주가 부진에 빠진 엔씨소프트를 구할 것이라는 희망 섞인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엔씨소프트의 주가는 신작 TL에 웃고 울고 있다. 지난 5월 TL의 베타테스트 기간 게이머들은 TL이 리니지에서 발전한 게 없다며 혹평했다. 당시 주가는 52주 신저가까지 추락했다. 베타테스트 후 엔씨소프트는 개선 작업에 돌입했다. 지난달 엔씨소프트는 TL 출시 전 개선 사항을 공개했다. 자동사냥을 없애고, 확률형 아이템을 배제하는 등 초강수를 던졌다. 그 후 주가는 하루에만 8% 넘게 오르는 등 시장이 크게 호응했다.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까. 정식 출시 후 주가는 다시 급락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엔씨소프트는 이번 주(4~8일) 15.12% 급락했다. TL의 국내 서비스가 시작된 후 전날엔 8% 넘게 떨어졌다. 이번 주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는 엔씨소프트 주식을 각각 470억원, 334억원어치 팔아치웠다. 개인은 800억원 가까이 순매수하며 주가를 떠받치고 있다.
엔씨소프트의 주가는 23만8500원으로 지난 10월 장중 기록했던 최저가 21만2500원까지 근접한 상태다. 엔씨소프트는 2021년 1월 주당 100만원을 돌파하면서 황제주로 등극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10만원대로 떨어질 위기를 앞두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은 엔씨소프트의 10만원대 주가수준이 2012~2015년인 점을 들어 '10년 전 주가'라고 평가하고 있다.
엔씨소프트 주주들은 온라인 종목토론방에 모여 불만을 늘어놓고 있다. 한 투자자는 "해외 게임 퀄리티가 워낙 높아서 TL이 성공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게이머들은 렉 문제, 타격감 부재 등을 언급하며 우려섞인 눈빛을 보내고 있다.
다만 엔씨소프트에 대한 우려는 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통상 게임주는 신작이 출시되면 그간의 기대감이 빠지면서 하락하는 경향이 있다. 이승훈 IBK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게이머, 유튜버의 평가가 엇갈리며 시장에서 부정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며 "최근 게임주 전반적으로 주가가 올라가 있던 상황이기에 낙폭이 더 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부 매체는 TL이 출시 20분 만에 6만여명에 달하는 동시접속자를 모았다고 보도했다. 사전 이벤트로 생성된 캐릭터가 20만개 이상인 것을 감안하면 아쉬운 성과다. 아울러 2018년 7월 출시된 '로스트아크'의 국내 서비스 초반 최고 동시접속자, 35만명과 차이가 두드러진다. 엔씨소프트 측은 "동시접속자 수에 관해 확인해줄 수 없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TL의 흥행을 가늠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기존의 게임과 달리 TL은 초반 성과에 집중한 형태가 아니기 때문에 성패를 판단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엔씨소프트는 리니지 시리즈와 달리 TL에는 확률형 아이템을 배제하고 배틀패스를 도입했다.
TL이 내년 750억원의 매출을 거둘 것이란 전망도 있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오랜만에 출시되는 PC MMORPG 대작이고 낮아진 비즈니스 모델로 플레이 유저(사용자)가 예상외로 많이 몰릴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신작 공개 후 서버 약 10대 분량이 찰 경우 충분히 성공한 것으로 판단한다"며 "서버 1대당 1만∼1만5000명의 유저가 들어갈 수 있으므로 서버 10대가 꽉 찰 경우 동시 접속자 수는 10만∼15만명 정도인 셈"이라고 추산했다.
이렇게 가정했을 때 이들 사용자의 절반이 월 1만9900원 상당의 배틀패스 상품을 매월 구매하면 국내 연간 매출은 약 480억원, 월 2만9900원의 초기 성장패스 상품 등 추가 아이템까지 구입한다면 내년 TL 관련 국내 매출은 750억원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했다.
해외 시장에서의 성과도 중요하다. 엔씨소프트는 아마존게임즈와의 퍼블리싱 계약을 통해 TL을 내년 글로벌 시장에도 출시할 예정이다. 엔씨소프트는 TL의 글로벌 비공개테스트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 연구원은 "만약 TL이 국내에서 괜찮은 성과를 거둔다면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공 기대감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