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을 받는 송영길 전 대표가 어제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해 조사받았다. 그는 포토라인에서 미리 준비한 5쪽 분량의 입장문을 20분간 읽으며 ‘정치적 기획수사’ 등과 같은 궤변을 늘어놓았고, 검사 신문에는 묵비권을 행사하겠다고 말했다. 정당법·정치자금법 위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수수 혐의를 받는 피의자 처지인데도, 마치 양심수인 양 항변하는 태도에 그가 한때 거대 야당을 이끈 대표가 맞는지 의심이 들 정도다. 특히 지난 5월과 6월 자신을 빨리 소환해 달라며 두 차례나 검찰에 출석하려다 돌아가는 쇼를 벌이더니, 막상 소환되자 정치 공세를 펴며 국민을 우롱하는 행태를 보이니 황당할 따름이다.

지금까지 드러난 송 전 대표의 범죄 혐의는 ‘부패 정치인’의 전형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검찰은 경선 캠프 관계자들이 2021년 3~5월 민주당 현역 의원들과 지역본부장 등에게 총 9400만원을 돈봉투에 담아 살포하는 과정에 송 전 대표가 깊숙이 개입했다고 보고 있다. 송 전 대표는 또 외곽 후원조직 ‘평화와 먹고사는문제연구소’를 통해 2020년 1월∼2021년 8월 기업 등으로부터 총 3억500만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는데, 이 중 4000만원이 부정한 청탁과 함께 받은 뇌물이라는 게 검찰 판단이다.

송 전 대표는 혐의와 관련한 취재진 질문엔 제대로 답하지 않고, 여론 호도를 위한 독설과 막말을 쏟아냈다. 검찰에 대해서는 “윤석열 검찰 하나회가 권력을 잡으니 하이에나처럼 살아있는 권력의 하수인이 돼 죽은 고기를 찾아다닌다”고 비난한 것도 모자라 “정당 내부 잔치인 2년 전 전당대회 일을 가지고 현역 국회의원을 구속한 것은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라고까지 했다. 정당과 국회의원의 중대 범죄 혐의를 수사하지 말고 덮고 가자는 것인지 기가 막힌다.

검찰은 송 전 대표를 비롯해 돈봉투를 받은 것으로 의심되는 의원들 수사에 속도를 내기 바란다. 그들이 다시 출마해서도 안 되지만, 설령 선거에 나오더라도 유권자들이 제대로 알고 투표할 근거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