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이는 대기업' 스위프트, 8개월 공연 수익만 1.3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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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일러 스위프트의 경제학
타임지 선정 '올해의 인물'
호텔·식당 등 줄호황 '낙수효과'
'스위프트노믹스' 신조어도 나와
성공 비결 '성장스토리·팬덤'
루머 등 역경 이겨내고 팝스타로
BTS도 매년 5兆 부가가치 창출
타임지 선정 '올해의 인물'
호텔·식당 등 줄호황 '낙수효과'
'스위프트노믹스' 신조어도 나와
성공 비결 '성장스토리·팬덤'
루머 등 역경 이겨내고 팝스타로
BTS도 매년 5兆 부가가치 창출
“안녕하세요! 저 테일러예요.”
지난 3월 17일 미국 애리조나주 글렌데일의 스테이트 팜 스타디움. 테일러 스위프트(34)가 등장하자 7만 석짜리 공연장은 함성으로 가득 찼다. 이날 시작해 지난달까지 북미와 남미에서 66차례 열린 스위프트의 월드투어 ‘디 에라스 투어’는 8개월 동안 10억달러(약 1조3000억원)를 벌어들여 ‘역대 월드투어 흥행 1위’에 올랐다. 내년 말까지 예정된 아시아·유럽 공연을 더하면 티켓 매출은 2조원을 훌쩍 넘어설 전망이다.
스위프트에게 ‘걸어 다니는 대기업’이란 별명이 붙은 이유다. 하버드대 등 10여 개 대학은 스위프트 관련 강의를 개설했고, 미국 주요 언론은 “스위프트 공연이 열리면 지역 경제가 살아난다”며 ‘스위프트노믹스’(스위프트+이코노믹스)란 신조어도 만들어냈다.
타임은 선정 이유로 “예술적·상업적 분야에서 핵융합과 같은 에너지를 분출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 중심엔 디 에라스 투어가 있다. 17년 가수 인생을 압축한 투어인 만큼 스위프트는 7만 명 이상 수용할 수 있는 대규모 공연장만 골랐다. 티켓은 언제나 ‘완판’이었다. 빗발치는 추가 공연 요청에 미국에서만 17회를 더했다. 워싱턴포스트 등에 따르면 스위프트의 공연 매출은 한 번에 1400만달러(약 183억원)에 달했다.
성공한 콘서트는 2~3차 수익을 낳는다. 디 에라스 투어 콘서트 실황을 담은 영화를 보면 알 수 있다. 지난 10월 개봉 후 2억5000만달러(약 3300억원) 넘게 벌어들였다. 지금껏 가장 성공한 콘서트 영화인 ‘마이클 잭슨: 디스 이즈 잇’(2억6250만달러)이 눈앞이다. 대형 공연장이 없어 월드투어 리스트에서 빠진 한국에서도 지난달 이 영화가 개봉되자 5분 만에 서울 용산CGV 아이맥스관 좌석이 매진됐다.
스위프트 혼자만 부자가 된 건 아니다. 공연이 열리는 지역의 음식점과 호텔도 돈방석에 앉았다. 스위프트 공연이 몇 차례 열리는 공연장 일대 호텔은 앉은 자리에서 2억달러씩 챙겼다. 이런 식으로 그의 공연은 올해 미국 국내총생산(GDP)을 43억~57억달러(약 5조6000억~7조4000억원)가량 늘린 것으로 추산된다.
스위프트는 어떻게 ‘걸어 다니는 대기업’이 될 수 있었을까. 멜리사 커니 메릴랜드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체재가 없는 데다 가격 변화에 대한 수요 탄력성이 낮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불황이 닥쳐도, 가격을 높게 잡아도, 스위프트의 음반과 공연에 기꺼이 지갑을 여는 ‘스위프티’(스위프트 팬덤명)가 많다는 의미다.
그 뒤엔 드라마 같은 성장 스토리와 팬들과의 유대도 있다. 18세에 컨트리 가수로 데뷔한 스위프트는 그간 수많은 역경을 겪었다. 거짓 루머와 갈등이 항상 뒤따랐다. 그는 이를 기회로 삼았다. 안티 팬들이 붙인 별명인 ‘뱀’을 오히려 자신의 상징으로 선보였다. 뮤직비디오와 가사엔 오랜 팬들만 이해할 수 있는 ‘이스터 에그’(창작자가 의도적으로 숨겨놓은 메시지)를 담았다. 팬들과의 끈끈한 유대가 스위프트를 ‘비탄력적 재화’로 바꾼 셈이다.
‘이미지 변신’도 한몫했다. 컨트리 음악을 부르던 데뷔 초에는 팬층이 백인 중장년으로 국한됐지만, 2010년대 들어 팝가수로 변신하면서 10대 소녀들이 따라붙기 시작했다.
스위프트는 ‘똘똘한 문화 콘텐츠 하나 잘 키우면, 열 기업 안 부럽다’는 걸 보여주는 대표 사례로 평가받는다. K팝 스타들도 마찬가지다. 미국 경제지 포천에 따르면 방탄소년단(BTS)은 매년 36억달러(약 4조7000억원) 이상의 경제적 효과를 창출한다. 블랙핑크도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9월까지 진행한 월드투어 ‘본 핑크’를 통해 2억6000만달러(약 3400억원)를 벌어들였다.
이선아/오현우 기자 suna@hankyung.com
지난 3월 17일 미국 애리조나주 글렌데일의 스테이트 팜 스타디움. 테일러 스위프트(34)가 등장하자 7만 석짜리 공연장은 함성으로 가득 찼다. 이날 시작해 지난달까지 북미와 남미에서 66차례 열린 스위프트의 월드투어 ‘디 에라스 투어’는 8개월 동안 10억달러(약 1조3000억원)를 벌어들여 ‘역대 월드투어 흥행 1위’에 올랐다. 내년 말까지 예정된 아시아·유럽 공연을 더하면 티켓 매출은 2조원을 훌쩍 넘어설 전망이다.
스위프트에게 ‘걸어 다니는 대기업’이란 별명이 붙은 이유다. 하버드대 등 10여 개 대학은 스위프트 관련 강의를 개설했고, 미국 주요 언론은 “스위프트 공연이 열리면 지역 경제가 살아난다”며 ‘스위프트노믹스’(스위프트+이코노믹스)란 신조어도 만들어냈다.
○공연 한 번에 180억원씩 벌어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지난 6일 스위프트를 ‘올해의 인물’로 선정한 건 이런 이유에서다. 찰스 3세 영국 국왕,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 등 쟁쟁한 후보들을 제쳤다. 96년 역사의 ‘타임지 올해의 인물’에 연예인이 단독으로 이름을 올린 것도, 가수 본업으로 선정된 것도 모두 스위프트가 처음이다.타임은 선정 이유로 “예술적·상업적 분야에서 핵융합과 같은 에너지를 분출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 중심엔 디 에라스 투어가 있다. 17년 가수 인생을 압축한 투어인 만큼 스위프트는 7만 명 이상 수용할 수 있는 대규모 공연장만 골랐다. 티켓은 언제나 ‘완판’이었다. 빗발치는 추가 공연 요청에 미국에서만 17회를 더했다. 워싱턴포스트 등에 따르면 스위프트의 공연 매출은 한 번에 1400만달러(약 183억원)에 달했다.
성공한 콘서트는 2~3차 수익을 낳는다. 디 에라스 투어 콘서트 실황을 담은 영화를 보면 알 수 있다. 지난 10월 개봉 후 2억5000만달러(약 3300억원) 넘게 벌어들였다. 지금껏 가장 성공한 콘서트 영화인 ‘마이클 잭슨: 디스 이즈 잇’(2억6250만달러)이 눈앞이다. 대형 공연장이 없어 월드투어 리스트에서 빠진 한국에서도 지난달 이 영화가 개봉되자 5분 만에 서울 용산CGV 아이맥스관 좌석이 매진됐다.
○불황에도 지갑 여는 ‘팬덤 경제’
스위프트는 그렇게 억만장자가 됐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최근 4년간 △음원 판매(4억달러) △티켓 판매(3억7000만달러) △스트리밍 저작권(1억2000만달러) △음반 판매(8000만달러) 등으로 10억달러가량을 거둬들였다.스위프트 혼자만 부자가 된 건 아니다. 공연이 열리는 지역의 음식점과 호텔도 돈방석에 앉았다. 스위프트 공연이 몇 차례 열리는 공연장 일대 호텔은 앉은 자리에서 2억달러씩 챙겼다. 이런 식으로 그의 공연은 올해 미국 국내총생산(GDP)을 43억~57억달러(약 5조6000억~7조4000억원)가량 늘린 것으로 추산된다.
스위프트는 어떻게 ‘걸어 다니는 대기업’이 될 수 있었을까. 멜리사 커니 메릴랜드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체재가 없는 데다 가격 변화에 대한 수요 탄력성이 낮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불황이 닥쳐도, 가격을 높게 잡아도, 스위프트의 음반과 공연에 기꺼이 지갑을 여는 ‘스위프티’(스위프트 팬덤명)가 많다는 의미다.
그 뒤엔 드라마 같은 성장 스토리와 팬들과의 유대도 있다. 18세에 컨트리 가수로 데뷔한 스위프트는 그간 수많은 역경을 겪었다. 거짓 루머와 갈등이 항상 뒤따랐다. 그는 이를 기회로 삼았다. 안티 팬들이 붙인 별명인 ‘뱀’을 오히려 자신의 상징으로 선보였다. 뮤직비디오와 가사엔 오랜 팬들만 이해할 수 있는 ‘이스터 에그’(창작자가 의도적으로 숨겨놓은 메시지)를 담았다. 팬들과의 끈끈한 유대가 스위프트를 ‘비탄력적 재화’로 바꾼 셈이다.
‘이미지 변신’도 한몫했다. 컨트리 음악을 부르던 데뷔 초에는 팬층이 백인 중장년으로 국한됐지만, 2010년대 들어 팝가수로 변신하면서 10대 소녀들이 따라붙기 시작했다.
스위프트는 ‘똘똘한 문화 콘텐츠 하나 잘 키우면, 열 기업 안 부럽다’는 걸 보여주는 대표 사례로 평가받는다. K팝 스타들도 마찬가지다. 미국 경제지 포천에 따르면 방탄소년단(BTS)은 매년 36억달러(약 4조7000억원) 이상의 경제적 효과를 창출한다. 블랙핑크도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9월까지 진행한 월드투어 ‘본 핑크’를 통해 2억6000만달러(약 3400억원)를 벌어들였다.
이선아/오현우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