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경기 안산시에 있는 화공약품 업체 금성이엔씨 직원이 요소수 생산에 사용할 중국산 요소를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6일 경기 안산시에 있는 화공약품 업체 금성이엔씨 직원이 요소수 생산에 사용할 중국산 요소를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 내 주요 화학업체가 최근 빚어진 요소 공급 부족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생산량 확대에 나서고 있다. 이들 기업은 그러나 중국 정부 방침에 따라 자국 내 공급에 집중하기 위해 당분간은 한국으로 수출할 계획이 없다는 의견을 밝혔다. 중국이 염화칼륨·황산암모늄 등 다른 비료 원료로 수출 통제를 확대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中 요소 기업 “수출 안 할 것”

8일 중국 현지 언론에 따르면 차량용 요소를 생산하는 국유기업인 쓰촨메이칭화공은 올해 암모니아와 요소 생산량을 역대 최대 규모로 늘렸다고 지난 7일 발표했다. 이 회사는 올 들어 이달 1일까지 304일 동안 31만4500t 규모의 요소를 생산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회사 역대 최대 생산량인 2021년의 31만4300t을 넘어선 규모다. 또 다른 요소 생산기업인 밍촨그룹은 최근 요소 생산 라인을 확장했다고 발표했다. 요소 기업의 공장 가동률도 79.14%로 작년보다 12%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중국 화학제품 업체인 쓰촨메이펑은 지난 7일 중국 투자정보 플랫폼 퉁화쉰에서 한국 요소 부족 사태 대응을 묻는 투자자의 질문에 “현재 회사는 제품 수출을 당분간 진행하지 않을 것”이라며 “국내 (요소) 수요를 보호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쓰촨메이펑은 이어 “상품 판매에서 국가의 관련 정책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 정부 방침에 따라 국내 요소 수요 대응에 집중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쓰촨메이펑은 선전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중국 내 10대 요소 생산 기업 중 하나다. 중국 기업이 당국의 이번 요소 수출 제한 조치에 관해 직접 입장을 밝힌 건 처음이다.

○관영 언론 “중국인 밥그릇 지켜야”

중국 정부는 지난달부터 요소 수출 통관 심사를 보류하는 등 사실상 수출 통제에 나섰고, 인산암모늄 등 다른 화학비료 원료로 수출 통제 대상을 확대하고 있다. 중국이 주요 비료 원료에 대한 수출통제 조치에 나선 것은 글로벌 수급이 꼬인 영향이 크다. 요소의 경우 세계 최대 수출국인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유럽으로의 수출이 중단되면서 혼란이 커졌다. 요소 부족 사태에 직면한 유럽이 러시아산 요소 대신 중동산으로 대체했고, 이 여파로 인도가 중국산 요소를 싹쓸이한 것이다. 중국 펑파이신문은 이날 ‘비료를 지키는 것은 중국인의 밥그릇을 지키는 것’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비료 원료 사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요소와 인산암모늄 모두 중국에 90% 이상 의존하고 있는 한국은 중국의 이번 수출통제 조치 영향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문제는 요소와 인산암모늄으로 시작된 중국의 수출통제 조치가 다른 비료 원료로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날 중국 화학비료 포털 사이트인 중페이왕에는 염화칼륨 및 황산암모늄 가격에 관한 우려의 글이 다수 올라왔다. 염화칼륨은 지난 11월 중국의 비료원료 소비량 126만5000t 중 115만t을 차지할 정도로 내부 수요가 많은 상황이다.

베이징=이지훈 특파원/신정은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