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이어 호주서 獨 제친 K방산…세계 최대 美시장까지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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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방산 기업 연말 수주잔액 110조 넘을 듯
美·유럽보다 가격 대비 성능 압도
현지 지형·고객사 요청 맞춤 생산
신속한 공급이 '수주 잭팟' 비결
美, 전세계 군비 지출 39% 차지
KAI·한화 등 전투기 수출 공략
美·유럽보다 가격 대비 성능 압도
현지 지형·고객사 요청 맞춤 생산
신속한 공급이 '수주 잭팟' 비결
美, 전세계 군비 지출 39% 차지
KAI·한화 등 전투기 수출 공략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호주에 장갑차 레드백을 수출하게 된 것은 기적에 가까운 일로 평가된다. 이 회사 내부에서도 처음엔 “가능성이 작다”며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방위산업 국제 무대에서 한국의 인지도가 높지 않아 한화라는 사명부터 익숙하지 않았다. 호주 정부 관계자가 ‘한화(Hanwha)’를 중국 기업인 ‘화웨이(Hwawei)’라고 잘못 부를 정도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도면조차 갖추지 못한 채 호주 국방부 사업 수주전에 뛰어들었다. 사업 제안서 제출 마감을 반년 앞둔 시점이었다. 방산 선진 기업에 맞선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전략은 현지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속도전이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호주 현지에서 레드백 장갑차를 제조하겠다고 약속했다. 호주에 서식하는 붉은배과부거미인 레드백을 명칭으로 쓴 것도 호주 정부 관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독일 라인메탈은 호주 국방부의 기존 장갑차 사업을 수주한 터라 포탑 호환성과 생산 효율성에서 앞서 있었다. 그러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레드백은 호주 정부의 혹독한 현지 테스트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데 이어 가격 경쟁력에서 앞서며 ‘역전승’을 일궈냈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자동차, 조선산업이 그랬듯 불모지였던 한국 방위산업에서 글로벌 업체로 발돋움하는 기업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스톡홀름국제평화문제연구소(SIPRI)는 “늘어난 무기 수요를 생산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데, 한국과 이스라엘에는 언제든 주문에 맞춰 제조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기업이 많다”며 “한국 기업은 폴란드, 아랍에미리트(UAE) 등의 대규모 수주에 따라 향후 몇 년간 매출이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한국 특유의 ‘빨리빨리’ 정신에 감동받은 각국 정부 관계자가 많다”며 “신속한 공급은 한화가 수주를 따낼 수 있었던 주요인”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 지정학적 위기가 고조되며 지난해 세계 군비 지출은 사상 최대인 2조2400억달러로 급증했다. 내년에도 군비 증가가 예상돼 한국 기업의 수주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기업이 수주하는 국가가 다양해지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지난해까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KAI, 현대로템은 폴란드를 중심으로 대규모 수주를 따냈다. 올해는 KAI가 말레이시아에 경공격기 FA-50을 수출했고 UAE 등과 헬기 수리온 수주를 논의하며 무대를 넓혔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호주에서 잭팟을 터뜨렸고, LIG넥스원은 중동에서 추가 수주를 노리고 있다. 내년엔 우즈베키스탄 필리핀 루마니아 인도 말레이시아 등에서 발주 프로젝트가 나오며 올해보다 많은 국가에서 수주 행진을 이어갈 전망이다.
미국 시장에 가장 적극적인 기업은 KAI다. 미 공군과 해군이 기존 항공기 노후화 등으로 고전술 입문기와 훈련기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2~3년 내 도입할 예정인 전투기는 총 500여 대다. KAI는 경공격기 FA-50을 바탕으로 수출에 공을 들이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미국 정부의 차세대 장거리 자주포(ERCA) 사업에 참여해 현지 시장을 노크한다. 또 영국 자주포 사업에선 록히드마틴 등과 함께 팀을 꾸려 참여하는 등 협업도 늘리고 있다. LIG넥스원은 한국투자프라이빗에쿼티와 8일 미국 로봇기업인 고스트로보틱스 지분 60%를 3149억원에 매입한다고 공시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도면조차 갖추지 못한 채 호주 국방부 사업 수주전에 뛰어들었다. 사업 제안서 제출 마감을 반년 앞둔 시점이었다. 방산 선진 기업에 맞선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전략은 현지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속도전이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호주 현지에서 레드백 장갑차를 제조하겠다고 약속했다. 호주에 서식하는 붉은배과부거미인 레드백을 명칭으로 쓴 것도 호주 정부 관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독일 라인메탈은 호주 국방부의 기존 장갑차 사업을 수주한 터라 포탑 호환성과 생산 효율성에서 앞서 있었다. 그러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레드백은 호주 정부의 혹독한 현지 테스트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데 이어 가격 경쟁력에서 앞서며 ‘역전승’을 일궈냈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자동차, 조선산업이 그랬듯 불모지였던 한국 방위산업에서 글로벌 업체로 발돋움하는 기업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가성비, 빠른 생산이 장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국항공우주산업(KAI), LIG넥스원, 현대로템, 한화오션 등 국내 5대 방산기업의 장점은 가성비, 신속한 공급 능력, 고객사 요청을 반영한 주문 제작 등으로 요약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K-9 자주포, 현대로템의 K-2 전차는 현지 지형에 맞춰 탑재 무기를 재빠르게 개조했다. 각 국가의 요청에 따라 에어컨 등 편의 시설을 갖추는 ‘디테일’도 강점이다.스톡홀름국제평화문제연구소(SIPRI)는 “늘어난 무기 수요를 생산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데, 한국과 이스라엘에는 언제든 주문에 맞춰 제조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기업이 많다”며 “한국 기업은 폴란드, 아랍에미리트(UAE) 등의 대규모 수주에 따라 향후 몇 년간 매출이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한국 특유의 ‘빨리빨리’ 정신에 감동받은 각국 정부 관계자가 많다”며 “신속한 공급은 한화가 수주를 따낼 수 있었던 주요인”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 지정학적 위기가 고조되며 지난해 세계 군비 지출은 사상 최대인 2조2400억달러로 급증했다. 내년에도 군비 증가가 예상돼 한국 기업의 수주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기업이 수주하는 국가가 다양해지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지난해까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KAI, 현대로템은 폴란드를 중심으로 대규모 수주를 따냈다. 올해는 KAI가 말레이시아에 경공격기 FA-50을 수출했고 UAE 등과 헬기 수리온 수주를 논의하며 무대를 넓혔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호주에서 잭팟을 터뜨렸고, LIG넥스원은 중동에서 추가 수주를 노리고 있다. 내년엔 우즈베키스탄 필리핀 루마니아 인도 말레이시아 등에서 발주 프로젝트가 나오며 올해보다 많은 국가에서 수주 행진을 이어갈 전망이다.
○‘방산 대국’ 미국 시장 진출 기대
한국 방산기업의 눈은 꿈의 시장인 미국으로 향하고 있다. 미국은 전 세계 군비 지출의 39%를 차지하는 방산 대국이다. 매출 기준 100대 방산기업 중 42곳이 미국 기업으로, 현지 경쟁도 치열하다. 명실상부 세계 최고이자 방산의 본고장인 미국 시장을 뚫으면 전 세계에 ‘K방산’의 위상을 드러낼 수 있다. 미국과 우방국은 물론이고 세계 각국의 ‘러브콜’도 쏟아질 것으로 전망된다.미국 시장에 가장 적극적인 기업은 KAI다. 미 공군과 해군이 기존 항공기 노후화 등으로 고전술 입문기와 훈련기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2~3년 내 도입할 예정인 전투기는 총 500여 대다. KAI는 경공격기 FA-50을 바탕으로 수출에 공을 들이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미국 정부의 차세대 장거리 자주포(ERCA) 사업에 참여해 현지 시장을 노크한다. 또 영국 자주포 사업에선 록히드마틴 등과 함께 팀을 꾸려 참여하는 등 협업도 늘리고 있다. LIG넥스원은 한국투자프라이빗에쿼티와 8일 미국 로봇기업인 고스트로보틱스 지분 60%를 3149억원에 매입한다고 공시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