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위드인] 엔씨의 구원투수? '쓰론 앤 리버티' 둘러싼 엇갈린 시선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모바일 기반 '리니지' 매출 하락으로 위기에 처한 엔씨소프트가 지난 7일 화제의 신작 '쓰론 앤 리버티'(TL)를 선보였다.
2012년 작 '블레이드&소울' 이후로 무려 11년 만에 새로운 세계관, 새로운 캐릭터로 선보이는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였다.
TL은 발매 전부터 엔씨소프트 MMORPG의 정체성과도 같았던 페이투윈(Pay to Win·결제할수록 강해지는 구조) 구도를 없애고, 일정한 금액만 결제하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방식의 수익모델(BM)을 택해 이목을 끌었다.
게임계 안팎에서는 '엔씨소프트가 드디어 변하고 있다'는 긍정적인 해석과 '그래 봤자 리니지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비관론이 교차했다.
비록 국내에 먼저 출시했지만, TL의 궁극적인 목표는 사실 한국 시장 성공이 아니다.
내년으로 예정된 글로벌 출시에서의 성공, 그중에서도 MMORPG 골수팬이 많은 북미·유럽 시장 공략이다.
TL로 '탈아입구'를 노리는 엔씨소프트의 도전이 과연 적중할 수 있을지, 출시 직후 직접 플레이하며 알아봤다.
◇ 베타 때와 크게 달라진 게임성…수동 조작의 재미 살아있어
TL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지난 베타테스트와 달리 수동 조작의 재미를 살렸다는 점이다.
지난 5월 국내에서 진행한 테스트 당시 TL은 제자리에 말뚝처럼 서서 스킬을 쓰는 리니지식 전투 방식이 도마 위에 오르며 혹평을 받았다.
제작진은 '플레이어 간 전투에서 대형을 짜는 요소를 강조하기 위해서'라는 이유를 들었지만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나 엔씨가 이전에 내놓은 '아이온'·'블레이드&소울' 같은 PC 기반 MMORPG를 해 본 이용자들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설명이었다.
결국 제작진은 출시를 몇 개월 앞둔 시점에서 이를 전면적으로 수정해 이동 중에 공격과 대부분의 스킬 사용이 가능하도록 했다.
사소한 변화라고 볼 수도 있지만, 여기에 맞춰 밸런스도 대폭 수정됐기 때문에 실제로는 매우 쾌적하고 전투가 재미있어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모바일 MMORPG를 연상시키던 자동사냥, 자동이동 요소를 완전히 없앤 것도 플랫폼 특성에 맞춘 긍정적인 변화다.
다만 위험성은 여전하다.
자동 진행되는 모바일 기반 MMORPG에 익숙한 기존의 엔씨소프트의 충성 고객들 사이에서는 적응하기 어렵다는 피드백도 나오기 때문이다.
비슷한 게임성을 가진 MMORPG 중 그래픽, 그리고 사진을 업로드하면 비슷한 얼굴을 만들어 주는 캐릭터 꾸미기 기능은 수준급이다.
결제 유무가 게임 밸런스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한 BM에서도 새로운 시도가 엿보인다.
TL의 핵심 BM은 레벨 업에 따라 추가 보상을 주는 '프리미엄 성장일지', 게임플레이 진척도에 따라 유용한 아이템을 주는 '배틀 패스' 2종이다.
프리미엄 성장일지는 하나만 사면 계속 활성화할 수 있고 배틀패스는 한 달 주기로 새로 사야 하는데,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이다.
나머지는 거래소에서 쓸 수 있는 유료 화폐 '루센트'와 게임 밸런스에 영향이 없는 치장용 아이템으로 나뉘어 있다.
이런 기조를 제작진이 유지하는 한, TL은 보기 드문 엔씨소프트의 '착한 게임' 실험으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 레벨 디자인은 아쉬워…콘텐츠 내실화가 성패 가를 듯
하지만 플레이어를 게임 안에 장기적으로 붙잡아 둘 수 있는 콘텐츠의 전반적인 깊이는 부족해 보였다.
TL의 레벨 디자인은 넓은 맵 위에 몬스터와 마을, 퀘스트 요소를 점처럼 흩뿌려 놓은 2000년대 초반 MMORPG 설계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지향점은 조금 다른 작품이지만 '원신'이나 '로스트아크' 같은 오픈월드 게임이 플레이어의 동선 곳곳에 숨겨진 아이템이나 퍼즐·수집 요소 등을 여럿 배치해 호기심을 끊임없이 유발하는 것과 대비된다.
빈약한 오픈월드 디자인은 당장 엔씨소프트 자회사 아레나넷이 11년 전에 내놓은 '길드워2'와 비교해 봐도 선명하게 드러난다.
'길드워2'는 맵 곳곳에 방문하면 달성도를 채워 보상을 얻을 수 있는 지점이 다수 배치돼 있고, 플레이 도중에도 돌발적인 퀘스트가 발생해 플레이어를 지루하지 않게 함과 동시에 자연스러운 협동 플레이를 유발한다.
반면 TL은 퀘스트 지점 사이사이를 이동하는 것은 지루한 과정일 뿐이다.
정해진 시간마다 진행되는 미니게임 형태의 지역 이벤트가 있긴 하지만 애써 시간을 들여 참여해야 하는 '숙제'로 느껴진다.
'자동이동 기반으로 만든 게임을 억지로 수동으로 만들었다'는 일부 이용자의 비판이 납득이 간다.
심지어 몇몇 퀘스트는 '북풍이 불 때'라던가 '비가 내릴 때'만 클리어할 수 있게 만들어져 있는데, 게임을 하지 않는 제3자 눈에는 괜찮아 보일지 몰라도 하루에 게임에 쓸 수 있는 시간이 제한된 대다수 게이머에게는 좌절감을 유발하는 요소가 될 가능성이 크다.
스토리와 세계관도 상당한 공을 들였다는 생각이 들지만, 전형적인 중세 판타지풍 세계관에서 크게 달라졌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등장인물의 성격, 설정도 지극히 평면적이고 그마저도 지역 스토리를 진행하고 나면 볼 일이 없어진다.
결과적으로 5막까지 스토리를 감상하는 동안 기억에 남는 캐릭터가 거의 없었다.
◇ 글로벌 게임시장 향해 첫발 내디딘 TL…롱런 가능할까
엔씨소프트가 TL에 걸고 있는 기대는 작지 않다.
당장 모바일 '리니지' 3부작의 매출이 분기마다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고, 다른 대작 게임 'LLL'이나 '아이온2'는 아무리 빨라도 내년 하반기는 돼야 출시일을 논할 수 있는 상황이다.
비교적 약한 BM을 택한 TL이 엔씨소프트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자 차세대 IP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북미유럽 시장에서의 성공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제작진은 이를 위해 TL의 콘솔 버전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서구권 시장에서 PC만 지원하는 MMORPG로는 이용자층 확장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현재 TL이 PC 버전에서도 지원하고 있는 게임패드 조작에서 그런 제작진의 고민을 엿볼 수 있었다.
제작진의 진정성 있는 운영 방향, 오픈월드의 빈틈을 메울 수 있는 빠른 콘텐츠 추가 여부가 TL의 장기적인 흥행 여부를 가를 전망이다.
/연합뉴스
2012년 작 '블레이드&소울' 이후로 무려 11년 만에 새로운 세계관, 새로운 캐릭터로 선보이는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였다.
TL은 발매 전부터 엔씨소프트 MMORPG의 정체성과도 같았던 페이투윈(Pay to Win·결제할수록 강해지는 구조) 구도를 없애고, 일정한 금액만 결제하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방식의 수익모델(BM)을 택해 이목을 끌었다.
게임계 안팎에서는 '엔씨소프트가 드디어 변하고 있다'는 긍정적인 해석과 '그래 봤자 리니지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비관론이 교차했다.
비록 국내에 먼저 출시했지만, TL의 궁극적인 목표는 사실 한국 시장 성공이 아니다.
내년으로 예정된 글로벌 출시에서의 성공, 그중에서도 MMORPG 골수팬이 많은 북미·유럽 시장 공략이다.
TL로 '탈아입구'를 노리는 엔씨소프트의 도전이 과연 적중할 수 있을지, 출시 직후 직접 플레이하며 알아봤다.
◇ 베타 때와 크게 달라진 게임성…수동 조작의 재미 살아있어
TL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지난 베타테스트와 달리 수동 조작의 재미를 살렸다는 점이다.
지난 5월 국내에서 진행한 테스트 당시 TL은 제자리에 말뚝처럼 서서 스킬을 쓰는 리니지식 전투 방식이 도마 위에 오르며 혹평을 받았다.
제작진은 '플레이어 간 전투에서 대형을 짜는 요소를 강조하기 위해서'라는 이유를 들었지만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나 엔씨가 이전에 내놓은 '아이온'·'블레이드&소울' 같은 PC 기반 MMORPG를 해 본 이용자들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설명이었다.
결국 제작진은 출시를 몇 개월 앞둔 시점에서 이를 전면적으로 수정해 이동 중에 공격과 대부분의 스킬 사용이 가능하도록 했다.
사소한 변화라고 볼 수도 있지만, 여기에 맞춰 밸런스도 대폭 수정됐기 때문에 실제로는 매우 쾌적하고 전투가 재미있어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모바일 MMORPG를 연상시키던 자동사냥, 자동이동 요소를 완전히 없앤 것도 플랫폼 특성에 맞춘 긍정적인 변화다.
다만 위험성은 여전하다.
자동 진행되는 모바일 기반 MMORPG에 익숙한 기존의 엔씨소프트의 충성 고객들 사이에서는 적응하기 어렵다는 피드백도 나오기 때문이다.
비슷한 게임성을 가진 MMORPG 중 그래픽, 그리고 사진을 업로드하면 비슷한 얼굴을 만들어 주는 캐릭터 꾸미기 기능은 수준급이다.
결제 유무가 게임 밸런스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한 BM에서도 새로운 시도가 엿보인다.
TL의 핵심 BM은 레벨 업에 따라 추가 보상을 주는 '프리미엄 성장일지', 게임플레이 진척도에 따라 유용한 아이템을 주는 '배틀 패스' 2종이다.
프리미엄 성장일지는 하나만 사면 계속 활성화할 수 있고 배틀패스는 한 달 주기로 새로 사야 하는데,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이다.
나머지는 거래소에서 쓸 수 있는 유료 화폐 '루센트'와 게임 밸런스에 영향이 없는 치장용 아이템으로 나뉘어 있다.
이런 기조를 제작진이 유지하는 한, TL은 보기 드문 엔씨소프트의 '착한 게임' 실험으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 레벨 디자인은 아쉬워…콘텐츠 내실화가 성패 가를 듯
하지만 플레이어를 게임 안에 장기적으로 붙잡아 둘 수 있는 콘텐츠의 전반적인 깊이는 부족해 보였다.
TL의 레벨 디자인은 넓은 맵 위에 몬스터와 마을, 퀘스트 요소를 점처럼 흩뿌려 놓은 2000년대 초반 MMORPG 설계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지향점은 조금 다른 작품이지만 '원신'이나 '로스트아크' 같은 오픈월드 게임이 플레이어의 동선 곳곳에 숨겨진 아이템이나 퍼즐·수집 요소 등을 여럿 배치해 호기심을 끊임없이 유발하는 것과 대비된다.
빈약한 오픈월드 디자인은 당장 엔씨소프트 자회사 아레나넷이 11년 전에 내놓은 '길드워2'와 비교해 봐도 선명하게 드러난다.
'길드워2'는 맵 곳곳에 방문하면 달성도를 채워 보상을 얻을 수 있는 지점이 다수 배치돼 있고, 플레이 도중에도 돌발적인 퀘스트가 발생해 플레이어를 지루하지 않게 함과 동시에 자연스러운 협동 플레이를 유발한다.
반면 TL은 퀘스트 지점 사이사이를 이동하는 것은 지루한 과정일 뿐이다.
정해진 시간마다 진행되는 미니게임 형태의 지역 이벤트가 있긴 하지만 애써 시간을 들여 참여해야 하는 '숙제'로 느껴진다.
'자동이동 기반으로 만든 게임을 억지로 수동으로 만들었다'는 일부 이용자의 비판이 납득이 간다.
심지어 몇몇 퀘스트는 '북풍이 불 때'라던가 '비가 내릴 때'만 클리어할 수 있게 만들어져 있는데, 게임을 하지 않는 제3자 눈에는 괜찮아 보일지 몰라도 하루에 게임에 쓸 수 있는 시간이 제한된 대다수 게이머에게는 좌절감을 유발하는 요소가 될 가능성이 크다.
스토리와 세계관도 상당한 공을 들였다는 생각이 들지만, 전형적인 중세 판타지풍 세계관에서 크게 달라졌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등장인물의 성격, 설정도 지극히 평면적이고 그마저도 지역 스토리를 진행하고 나면 볼 일이 없어진다.
결과적으로 5막까지 스토리를 감상하는 동안 기억에 남는 캐릭터가 거의 없었다.
◇ 글로벌 게임시장 향해 첫발 내디딘 TL…롱런 가능할까
엔씨소프트가 TL에 걸고 있는 기대는 작지 않다.
당장 모바일 '리니지' 3부작의 매출이 분기마다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고, 다른 대작 게임 'LLL'이나 '아이온2'는 아무리 빨라도 내년 하반기는 돼야 출시일을 논할 수 있는 상황이다.
비교적 약한 BM을 택한 TL이 엔씨소프트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자 차세대 IP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북미유럽 시장에서의 성공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제작진은 이를 위해 TL의 콘솔 버전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서구권 시장에서 PC만 지원하는 MMORPG로는 이용자층 확장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현재 TL이 PC 버전에서도 지원하고 있는 게임패드 조작에서 그런 제작진의 고민을 엿볼 수 있었다.
제작진의 진정성 있는 운영 방향, 오픈월드의 빈틈을 메울 수 있는 빠른 콘텐츠 추가 여부가 TL의 장기적인 흥행 여부를 가를 전망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