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7년 세계청년대회 유치 '희소식'…자승스님 소신 입적 충격도
[2023 종교계] 코로나 딛고 부활절·부처님오신날 축제
올해 종교계는 코로나19로 수년간 위축됐던 여러 의식과 종교 활동을 원래 수준으로 되돌렸다.

2027년 세계청년대회 개최지가 서울로 결정되는 반가운 소식도 있었고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을 지낸 자승스님이 분신(焚身) 입적해 충격을 안기기도 했다.

◇ 코로나19 딛고 일상 복귀한 종교계…마스크 벗고 연등행렬·부활절 행진도
방역 당국이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거리두기를 전면 해제하면서 종교 활동은 코로나19 확산 전과 같은 일상을 회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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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으로 인해 보류됐거나 파행을 겪었던 대규모 종교 행사가 성사됐다.

개신교 연합기관인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은 부활절인 4월 9일 서울 광화문 광장을 출발해 세종대로를 따라 서울광장까지 간 뒤 광화문 광장으로 돌아오는 '2023 부활절 퍼레이드'를 개최했다.

광화문 광장에서 대규모 부활절 퍼레이드를 한 것은 국내 개신교 140년 역사에서 처음 있는 일로 기록됐다.

56개 팀 약 4천명이 다양한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행진 대열에 참가했고 나들이 나온 시민과 신자들이 이를 지켜봤다.

불기 2567년(서기 2023년) 부처님오신날을 일주일 앞둔 5월 20일에는 서울 도심에서 4년 만에 대규모 연등 행렬이 열렸다.

대한불교조계종 등 불교계 종단들로 구성된 연등회보존위원회는 이날 서울 동대문(흥인지문)에서 출발해 1호선 종각역 사거리를 거쳐 조계사까지 약 2.8㎞ 구간을 이동하는 연등 행렬을 실시했다.

[2023 종교계] 코로나 딛고 부활절·부처님오신날 축제
대대적인 연등 행렬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2020년부터 사실상 중단돼 있다가 작년에 평년의 약 70% 규모로 열렸는데 올해는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전의 규모로 진행됐다.

전국 각지의 사찰이나 불교 단체 등 소속 약 5만명이 1인당 연등을 1∼2개씩 들고 종로를 수놓았으며 용, 거북 등의 모양을 형상화한 개성 넘치는 장엄등이 시민들의 시선을 붙잡았다.

◇ 교황이 젊은이들과 만나는 세계청년대회…2027년 서울 개최 확정
교황이 전 세계 젊은이들과 만나는 가톨릭 초대형 축제인 세계청년대회를 2027년 서울에서 개최한다는 방침이 확정됐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8월 6일(현지시간) 포르투갈 리스본 소재 테주 공원에서 열린 세계청년대회 폐막일 미사에서 2027년 차기 대회가 "아시아 한국 서울"에서 열린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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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두 가지를 의미한다.

우선 교황과 젊은이의 만남이라는 설명처럼 교황이 한국을 방문하게 된다.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 이후 13년 만의 한국 방문을 교황청이 약속한 셈이다.

아울러 세계 각국의 젊은이들이 2027년 서울을 비롯해 한국 여러 도시를 방문할 것으로 예상된다.

통상 세계청년대회가 열리면 각국에서 적을 때는 수십만 명, 많을 때는 수백만 명의 가톨릭 청년들이 개최지로 집결한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장인 정순택 대주교는 대미를 장식할 파견 미사를 기준으로 외국인과 내국인을 합해 적게는 40만∼50만명, 많게는 70만∼80만명이 참가할 것으로 관측했다.

차기 세계청년대회 서울 개최는 전북 부안군에서 열린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대회가 폭염 대책 미비와 태풍 상륙 등으로 파행을 겪고 있는 가운데 결정됐다.

대규모 국제 행사로 한바탕 홍역을 치른 터라 수십만명에 달하는 방문객을 어디에 수용할지, 안전 대책을 어떻게 강구할지 등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 대주교는 숙소에 관해서는 "홈스테이를 기본으로 하면서, 성당의 피정집이나 교육센터를 활용하고, 학교나 성당의 강당과 교실에 슬리핑백을 놓고 활용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가장 많은 참가자가 모일 파견미사 때는 야영이나 비박 형태로 밤을 보내게 될 것이라고 정 대주교는 덧붙였다.

현재 한국 천주교 측은 파견 미사 장소를 다각도로 검토 중이다.

◇ 자승 전 조계종 총무원장 소신 입적 '충격'
2차례 조계종 총무원장을 지내며 8년간 국내 최대 불교 종단을 이끌었던 자승스님이 자기 몸을 스스로 불태우는 방식으로 입적해 불교계 안팎에 큰 충격을 안겼다.

지난달 29일 오후 6시 50분께 경기 안성시 죽산면 칠장사 요사채(승려들이 거처하는 집)에서 화재가 발생했고 진화에 나선 소방대원들은 내부에서 불에 탄 시신을 발견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DNA 감정 결과 이 시신은 자승스님의 법구로 확인됐다.

[2023 종교계] 코로나 딛고 부활절·부처님오신날 축제
자승스님이 칠장사에 타고 간 차에서는 "검시할 필요 없다.

제가 스스로 인연을 달리할 뿐이다.

CCTV에 다 녹화돼 있으니 번거롭게 하지 마시길 부탁한다"는 등의 내용이 담긴 메모가 발견됐다.

예상을 벗어난 방식의 입적에 조계종은 당혹감과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종단 관계자들은 "최근에 만났을 때 그런 낌새가 전혀 없었다"라고 하거나 "충격이 커서 뭐라 말을 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특히 자승스님이 입적하기 이틀 전에 불교계 언론사와 만나 "나는 대학생 전법에 10년간 모든 열정을 쏟아부을 생각"이라고 말하는 등 향후 활동에 관한 의지를 피력한 터라 이번 사건은 더욱 갑작스럽게 여겨졌다.

조계종은 자승스님이 수행자로서 선택한 결과라고 규정했다.

대변인 역할을 하는 기획실장 우보스님은 "종단 안정과 전법도생을 발원하면서 소신공양 자화장으로 모든 종도들에게 경각심을 남기셨다"고 말했다.

소신공양(燒身供養)은 자기 몸을 태워 부처 앞에 바치는 것이고, 자화장(自火葬)은 장작더미 위에서 스스로 다비하는 것을 일컫는다.

조계총 총무원장 진우스님은 "(자승스님이) 정토 극락 니르바나의 세계, 깨달음의 세계를 항상 추구하셨기 때문에 그런 순간을 스스로 맞이하셨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서울 봉은사 인근에 있는 자승스님의 숙소에서는 "끝까지 함께 못해 죄송합니다.

종단의 미래를 잘 챙겨주십시요"라는 진우스님에게 보내는 당부가 적혀 있었다.

조계종은 닷새간의 종단장을 치르고 이달 3일 총본산인 조계사에서 영결식을 엄수했다.

같은 날 자승스님의 법구는 그의 재적 본사인 경기 화성시 용주사에서 출가자와 재가자 등 2천여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다비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