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FDA, 겸상적혈구 빈혈 치료 위한 첨단치료제 2종 나란히 승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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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게비',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의약품 FDA 허가 첫 사례
아프리카 혈통 인구에서 주로 발견되는 유전병인 겸상 적혈구 빈혈증의 첨단 세포유전자 치료제 2종이 나란히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았다.
미국내 겸상 적혈구 빈혈증 환자 수는 10만명 정도로 추산된다. 이 빈혈증은 산소를 운반하는 헤모글로빈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에 생긴 돌연변이가 발생해 생긴다. 환자가 가진 잘못된 유전자가 돌연변이 헤모글로빈을 만드는 것이 병의 원인이기 때문에 정상인으로부터 줄기세포(조혈모세포)를 이식받는 것 외엔 근본적인 치료법이 없었다. 하지만 평생 면역억제제를 먹어야 하고, 합병증 등 부작용이 심각해 중증 환자에게만 제한적으로 쓰였다.
버텍스파마의 카스게비는 2020년 노벨화학상을 받은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을 적용한 세포유전자치료제다. 환자로부터 추출한 조혈모세포에서 정상 헤모글로빈(태아 헤모글로빈)의 생성을 막는 유전자를 ‘유전자가위’로 제거한 뒤 다시 재이식하는 방식이다.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를 이용한 의약품으로는 처음으로 FDA의 문턱을 넘었다.
블루버드바이오의 리프제니아도 유사한 방식으로 이 병을 고치는 세포유전자치료제다. 카스게비처럼 환자의 조혈모세포를 이용한다. 정상적인 헤모글로빈이 생성되도록 치료용 유전자(베타 글로빈)를 추가로 집어넣은 것이 카스게비와 차이점으로 꼽힌다.
두 치료제 모두 재이식한 줄기세포가 체내에서 영구적으로 활동해 한 번만 사용하면 되는 ‘원샷 치료제’다.
카스게비는 24개월의 추적관찰한 겸형 적혈구 환자 31명의 데이터가 승인 근거가 됐다. 1차 평가지표는 겸상 적혈구 빈혈증의 주요 사망원인으로 꼽히는 혈관폐쇄(VOC)를 얼마만큼 감소시켰느냐였다. 정상 적혈구는 원반형태인데 반해 겸상 적혈구 빈혈증 환자들의 적혈구는 길쭉한 낫 모양이어 서로 뒤엉켜 혈관을 막는 혈관폐쇄가 일어나기 쉽다. 카스게비로 치료받은 환자 31명 중 29명(93.5%)는 관찰 기간 동안 VOC가 발생하지 않았다.
리프제니아 또한 카스게비와 유사한 기준으로 임상을 진행했다. 리프제니아로 치료한 환자 32명 중 28명(88%)이 추적 관찰 기간(18개월) 동안 VOC를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리프제니아로 치료받은 환자 2명에게서 혈액암이 발생해 사망했다. 조사 결과, 리프제니아는 혈액암과 무관한 것으로 밝혀졌으나, FDA는 리프제니아를 승인하며 혈액암에 대한 경고를 추가했다.
가격 경쟁력에서는 카스게비가 앞선다. 치료 비용이 220만 달러(약 29억원) 대 310만 달러로 카스게비가 리프제니아 대비 더 싸다. 업계는 미국 정부 건강보험 메디케어가 겸형 적혈구 빈혈증 환지 치료 비용의 40%를 부담한 사례를 두고, 메디케어가 둘 중 더 비싼 치료법을 지원할 가능성이 희박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안전성 면에서 두 의약품 모두 좀 더 지켜봐야한다는 입장이다. 리프제니아 승인에 혈액암 관련 경고가 포함되면서 안전성면에서도 카스게비가 우세할 수 있으나, 혈액암과 리프제니아간 인과관계가 발견되지 않았다. 한 전문가는 “카스게비가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를 적용한 첫 의약품인 반면 리프제니아는 유전자치료제를 만드는 데 오랜기간 써온 바이러스 벡터를 썼다”며 “치료현장에서는 보다 익숙한 의약품을 선택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블루버드바이오가 겸형 적혈구 빈혈증과 유사한 유전병인 지중해성 빈혈 치료제로 ‘진테글로’를 이미 시판하고 관련 인프라를 갖춘 점도 의료현장에서 리프제니아를 선택하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블루버드바이오의 지난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11명이 진테글로로 치료를 받았다. 지중해성 빈혈은 겸형 적혈구 빈혈증 대비 유병 환자가 더 적은 희귀 유전병이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
카스게비·리프제니아 나란히 美 허가
FDA는 8일(미국 시간) 겸상 적혈구 빈혈증 치료제로 버텍스파마의 ‘카스게비’(Carsgevy)와 블루버드바이오의 ‘리프제니아’(Lyfgenia)를 승인했다고 밝혔다. 니콜 베둔(Nicole Verdun) FDA 생물의약품 평가 및 연구센터 사무국장은 “(새로 승인한)유전자 치료법이 이전까지 치료법에 제한됐던 겸상 적혈구 빈혈증 환자들에게 더욱 정밀하고 효과적인 치료법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미국내 겸상 적혈구 빈혈증 환자 수는 10만명 정도로 추산된다. 이 빈혈증은 산소를 운반하는 헤모글로빈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에 생긴 돌연변이가 발생해 생긴다. 환자가 가진 잘못된 유전자가 돌연변이 헤모글로빈을 만드는 것이 병의 원인이기 때문에 정상인으로부터 줄기세포(조혈모세포)를 이식받는 것 외엔 근본적인 치료법이 없었다. 하지만 평생 면역억제제를 먹어야 하고, 합병증 등 부작용이 심각해 중증 환자에게만 제한적으로 쓰였다.
버텍스파마의 카스게비는 2020년 노벨화학상을 받은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을 적용한 세포유전자치료제다. 환자로부터 추출한 조혈모세포에서 정상 헤모글로빈(태아 헤모글로빈)의 생성을 막는 유전자를 ‘유전자가위’로 제거한 뒤 다시 재이식하는 방식이다.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를 이용한 의약품으로는 처음으로 FDA의 문턱을 넘었다.
블루버드바이오의 리프제니아도 유사한 방식으로 이 병을 고치는 세포유전자치료제다. 카스게비처럼 환자의 조혈모세포를 이용한다. 정상적인 헤모글로빈이 생성되도록 치료용 유전자(베타 글로빈)를 추가로 집어넣은 것이 카스게비와 차이점으로 꼽힌다.
두 치료제 모두 재이식한 줄기세포가 체내에서 영구적으로 활동해 한 번만 사용하면 되는 ‘원샷 치료제’다.
임상 결과는 대등…부작용에서 소폭 차이
FDA는 각사가 제출한 임상결과를 근거로 카스게비와 리프제니아를 승인했다.카스게비는 24개월의 추적관찰한 겸형 적혈구 환자 31명의 데이터가 승인 근거가 됐다. 1차 평가지표는 겸상 적혈구 빈혈증의 주요 사망원인으로 꼽히는 혈관폐쇄(VOC)를 얼마만큼 감소시켰느냐였다. 정상 적혈구는 원반형태인데 반해 겸상 적혈구 빈혈증 환자들의 적혈구는 길쭉한 낫 모양이어 서로 뒤엉켜 혈관을 막는 혈관폐쇄가 일어나기 쉽다. 카스게비로 치료받은 환자 31명 중 29명(93.5%)는 관찰 기간 동안 VOC가 발생하지 않았다.
리프제니아 또한 카스게비와 유사한 기준으로 임상을 진행했다. 리프제니아로 치료한 환자 32명 중 28명(88%)이 추적 관찰 기간(18개월) 동안 VOC를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리프제니아로 치료받은 환자 2명에게서 혈액암이 발생해 사망했다. 조사 결과, 리프제니아는 혈액암과 무관한 것으로 밝혀졌으나, FDA는 리프제니아를 승인하며 혈액암에 대한 경고를 추가했다.
둘 중 누가 시장 강자 될까
업계는 동일한 날 승인을 받은 두 첨단의약품 중 어느 약이 겸상 적혈구 빈혈증 치료제 시장을 선점할지에 주목하고 있다.가격 경쟁력에서는 카스게비가 앞선다. 치료 비용이 220만 달러(약 29억원) 대 310만 달러로 카스게비가 리프제니아 대비 더 싸다. 업계는 미국 정부 건강보험 메디케어가 겸형 적혈구 빈혈증 환지 치료 비용의 40%를 부담한 사례를 두고, 메디케어가 둘 중 더 비싼 치료법을 지원할 가능성이 희박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안전성 면에서 두 의약품 모두 좀 더 지켜봐야한다는 입장이다. 리프제니아 승인에 혈액암 관련 경고가 포함되면서 안전성면에서도 카스게비가 우세할 수 있으나, 혈액암과 리프제니아간 인과관계가 발견되지 않았다. 한 전문가는 “카스게비가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를 적용한 첫 의약품인 반면 리프제니아는 유전자치료제를 만드는 데 오랜기간 써온 바이러스 벡터를 썼다”며 “치료현장에서는 보다 익숙한 의약품을 선택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블루버드바이오가 겸형 적혈구 빈혈증과 유사한 유전병인 지중해성 빈혈 치료제로 ‘진테글로’를 이미 시판하고 관련 인프라를 갖춘 점도 의료현장에서 리프제니아를 선택하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블루버드바이오의 지난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11명이 진테글로로 치료를 받았다. 지중해성 빈혈은 겸형 적혈구 빈혈증 대비 유병 환자가 더 적은 희귀 유전병이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