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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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수학 1등급을 받은 수험생 대부분이 ‘이과’ 학생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종로학원에 따르면 2024학년도 수능에서 수학 1등급 중 선택과목을 미적분, 기하으로 선택한 학생이 96.5%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2학년도 통합수능이 시작된 후 선택과목으로 ‘미적분’과 ‘기하’에 응시한 학생들을 이과생으로 구분한다. 올해 수학 1등급 내 자연계열의 비중은 통합수능이 시작한 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2022학년도(86.0%)와 2023학년도(81.4%)에는 90% 이내였다. 인문계열이 주로 선택하는 확률과 통계를 본 수험생은 1등급 중 3.5%에 불과했다.

범위를 1~3등급으로 넓혀도 전구간 자연계가 인문계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2등급에서는 자연계 비중이 71.7%, 3등급은 71.4%이었다.

전문가들은 선택과목별 표준점수 최고점 차이가 크게 벌어진 것이 이같은 불균형을 가져왔다고 분석했다. 이번 수능에서 확률과 통계(137점)와 미적분(148점)의 표준점수 차이는 11점이다. 2022학년도와 2023학년도에 3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4배 가까이 늘었다. 표준점수는 개인의 원점수가 평균 성적과 얼마나 차이 나는지 보여주는 점수다. 시험이 어려워 평균이 낮아지면 표준점수 최고점이 올라간다. 똑같이 만점을 받아도 선택과목에 따라 받을 수 있는 표준점수가 달라진다. 미적분을 택할 경우 서너 문제를 틀리더라도 확률과 통계 만점자만큼의 표준점수를 받을 수 있는 셈이다.

종로학원은 “2024학년도 수능에서 확률과 통계를 만점 받았어도 미적분, 기하에서 이보다 높은 표준 점수를 받은 학생들이 6835명이나 된다”며 “선택과목 간 유불리가 통합수능 도입 이후 가장 커졌다”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이과학생들이 인문계열 학과에 지원하는 이른바 ‘문과침공’이 거세질 것이란 진단이 나온다. 학과에 상관없이 상위권 대학에 진학하고자 하는 자연계 학생들에게는 상당히 유리한 상황이기 떄문이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몇몇 대학이 아니라 1~3등급 전구간에서 광범위하게 교차지원이 발생할 수 있다”며 “인문계 학생, 특히 변별력이 높아진 국어에서 경쟁력이 없는 문과 수험생들은 대학 결정에 더 신중을 기해야한다”고 조언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