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용진의 의료와 사회] 윤석열 정부에서 약 배송이 허용돼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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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용진 서울대병원 공공진료센터 교수
![[권용진의 의료와 사회] 윤석열 정부에서 약 배송이 허용돼야 하는 이유](https://img.hankyung.com/photo/202312/07.34757050.1.jpg)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후생성은 2025년 이후 법개정을 통해 약국에 방문하지 않고 거의 모든 약을 인터넷에서 구매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지난달 24일 발표했다. 호주, 영국, 프랑스, 독일, 캐나다, 미국 등 비대면진료를 시행하고 있는 나라들은 대부분 의약품의 인터넷 구매가 가능하다. 시범사업에서조차 약 배송을 허용하지 못하는 우리나라와 대조적이다. 이러다가 원격의료 분야에서는 정보기술(IT) 후진국이라고 얕보던 일본에까지 밀리는 ‘원격의료 후진국’이 될 판이다.
지역구 출마를 준비하는 국회의원이 약사회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을 문제라고 할 수는 없다. 정치적 심판은 국민이 하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판단은 중립적이고 미래지향적이어야 한다. 시범사업에서 약 배송조차 허용하지 못하는 복지부가 의약품 판매에 대한 디지털 전환을 원천적으로 막아버리는 야당 법안에 혹여 동의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복지부의 비대면진료 대상 확대에 대한 발표 후 가장 먼저 반대 성명을 낸 곳은 약사회였다. 약사회 말대로라면 약사회가 원치도 않았는데 복지부가 스스로 약 배송을 금지하고 있는 것이다. 만약 복지부가 디지털헬스케어 법안 논의 과정에서 신 의원 안을 찬성한다면 이 정부의 강력한 모토이자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추진하겠다는 주요 정책인 ‘디지털 헬스케어’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문재인 정부의 초대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같은 동네 약사회장 출신이었다. 윤석열 정부는 다르다. 약계에 정치적 빚이 없는 윤 정부만이 약업계 카르텔을 깰 수 있다. 이 정부에서 의약품 정책을 개혁해야 하는 이유다. 이 정부가 실패한다면 우리는 디지털 헬스케어 후진국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영원히 따라잡지 못할 수도 있다. 소아나 노인이 야간에 비대면진료를 받고 약국을 찾아 헤매야 한다면 접근성 확보라는 비대면진료의 가치는 사라지게 된다. 복지부는 국민이 왜 가치 없는 일에 비용을 낭비해야 하는지 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