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소부장 국산화에 K바이오 미래 달렸다
아미코젠이 핵심 바이오 소재인 배지와 레진 국산화에 뛰어든 건 2020년이다. 한·일 무역분쟁 탓에 일본에 의존하던 바이오 소재 수입이 막힌 게 계기였다. 셀트리온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국내 바이오의약품 생산업체와 중소 바이오기업이 뭉쳤다. 바이오 소부장 연대협력협의체를 구성하고 국산화에 시동을 걸었다. 당시 바이오 소부장(소재·부품·장비)은 거의 100% 외국산에 의존했다.

'독과점' 글로벌 기업에 도전장


아미코젠은 지난 3년간 1000억원을 쏟아부었다. 인천 송도에는 배지 공장을, 전남 여수에는 레진 공장을 세웠다. 연 매출 1000억원 남짓이던 바이오 효소업체인 이 회사에는 모험에 가까운 도전이었다. 세포 먹이인 배지, 단백질 정제 원료인 레진은 바이오 소부장 중에서도 진입장벽이 높은 원자재다. 마진율이 70%에 이르는 고부가 시장인 배지와 레진은 미국 사이티바와 셔모피셔, 독일 머크 등 글로벌 기업 서너 곳이 독과점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순항했다. 내년 양산을 계획하고 있을 정도가 됐다. 셀트리온 삼성바이오로직스 등이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시험 생산 기회를 주는 등 소부장 국산화에 힘을 보탠 결과였다.

문제는 앞으로다. 제품 개발엔 성공했지만, 아직 셀트리온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국내 의약품 제조사를 고객사로 확보하지 못했다. 국내 의약품 제조사가 기존에 쓰던 외국산 원·부자재를 국산으로 바꾸게 하는 데 장애물이 적지 않아서다. 의약품의 특수성 때문이다.

허가 조건이 까다로운 바이오 의약품은 원자재가 바뀌어도 당국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원·부자재가 바뀌면 허가받은 것과 다른 의약품이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바이오의약품은 살아있는 생물을 기반으로 제조되는 탓이다. 이 때문에 가격이 싸다고, 혹은 제품력이 더 좋다고 원자재를 함부로 바꾸지 않는다.

바이오 소부장이 표준화돼 있지 않은 것도 걸림돌이다. 바이오의약품 제조사가 소부장 업체로부터 납품받는 원·부자재에 대한 스펙 기준이 제각각인 이유다. 이 때문에 시장을 독과점하고 있는 글로벌 소부장 기업 제품이 사실상 표준이나 마찬가지다. 중소 소부장 기업이 글로벌 기업을 넘기 어려운 배경이다.

정부가 바이오 소부장 중장기 육성 대책을 마련 중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다음달께 60개 소부장 핵심 품목의 단계적 지원 등을 담은 로드맵을 내놓을 계획이다. 지난 7일에는 국내 바이오 소부장 업계의 의견 수렴을 위해 간담회도 열었다.

K바이오 경쟁력의 원천

이날 참석 기업들은 이구동성으로 국내에서 납품 실적을 쌓을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을 요청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등에 납품한 실적만 있어도 해외 시장을 뚫기가 한결 수월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바이오 소부장 수요 기업인 국내 바이오 의약품 제조사가 국산 원·부자재를 쓰도록 유도하는 지원책 역시 절실하다. 국산 소부장 제품의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품질 인증제 도입도 검토해볼 만하다.

바이오 의약품 산업이 커지면서 바이오 소부장 산업도 급팽창하고 있다. 소부장은 산업의 젖줄 같은 존재다. 우리나라가 반도체·자동차·가전 시장의 글로벌 강자가 된 데는 소부장의 뒷받침이 한몫했다. 이제 바이오가 그 바통을 이어받을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