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공매도가 자주 금지되는 한국 시장
공매도가 지난달 6일부터 내년 6월 30일까지 금지됐다. 공매도란 증권을 빌린 뒤 이를 매도하고 추후 동일 증권을 매수해 빌린 증권을 갚는 투자 기법이다. 증권 가격이 하락하면 공매도로부터 이익이 발생하고, 아니면 손해가 발생한다. 금융시장이 위기를 겪고 있을 때(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1년 유럽 재정위기, 2020년 코로나 등) 공매도를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경우는 있었지만 평상시에 공매도가 금지된 것은 이례적이다. 최근 2차전지 관련 주식이 7월까지 급등하다가 이후 급락하자 이를 공매도 탓이라 생각하는 개인투자자의 반발을 의식한 조치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 금융당국은 글로벌 투자은행(IB)의 불법 공매도 행태를 공매도 금지 이유로 제시했지만, 불법 공매도가 이전에도 있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굳이 현시점에서 공매도를 금지한 것은 개인투자자의 반발 때문이라고 해석함이 옳을 듯하다.

금융당국이 개인투자자 1400만 명의 의견을 존중하는 것을 무조건 탓할 수는 없지만 과연 이들이 공매도에 관해 가진 집단적 인식이 합리적인지 살펴볼 필요는 있다. 만약 개인투자자의 집단적 인식이 불합리하고 금융당국이 이 인식을 따르는 정책을 항상 취한다면 결국 경제에 독을 가져올 것이다. 대중의 집단적 인식이 항상 옳지 않다는 역사적 경험은 충만하다. 중국인들은 납을 섭취하면 건강이 좋아지고 수명이 연장된다고 오랫동안 믿었고, 독일 국민은 나치 정권이 국가를 패전 위기에서 구할 것이라고 믿었다.

공매도는 주가가 상승할 때 상승 동력을 잃게 하니 언뜻 생각하기에 투자자에게 불리한 것으로 생각된다. 더구나 남들이 돈을 잃을 때 공매도 세력이 돈을 버니까 마치 하이에나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증권시장을 연구하는 전문가 대다수는 공매도 제도가 순기능을 갖고 있다고 주장한다. 공매도는 주식의 적정가 발견에 도움을 주고 주식시장의 거품을 제거하며, 투자의 위험 관리를 가능케 하고 시장의 유동성을 증가시킨다. 불법 투기 세력의 시장 조작도 차단한다. 한국, 미국, 영국, 호주 등의 증권시장을 실증 분석한 많은 연구에서도 이런 주장들의 타당성이 대체로 입증됐다. 특히 한국 증시 연구 결과에 의하면 공매도와 주가 간 뚜렷한 관계가 발견되지 않았으며, 공매도 금지가 주가 하락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더라도 일시적이란 증거도 발견됐다. 공매도는 주가가 급상승할 때 주식을 매도함으로써 주가가 더 이상 오르는 것을 막아주고, 주가가 급격히 하락할 때 주식을 매수함으로써 더 이상의 하락을 방지해준다. 주가가 일시적인 박스권 내에서 움직이니 당연히 주가 변동성이 낮아지고 주식의 과대평가나 과소평가를 막는 역할을 하게 된다. 다만 많은 개인투자자와 금융당국이 공매도 제도의 허점으로 지목한 ‘불법 공매도’(주식을 빌리지 않고 주식을 파는 거래행위)는 전문가들 역시 시장질서 교란을 근거로 근절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개인투자자들은 공매도에 관해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첫째, 공매도 금지가 주가 상승을 가져온다는 것은 환상이다. 공매도 세력은 나쁜 소식의 전달자이지 유발자가 아니다. 예를 들어, 가장 화젯거리였던 2차전지 분야의 대장주 A주식은 공매도 금지 직전 거래일에 종가 63만7000원을 기록했는데 12월 6일 종가 기준 64만1000원을 기록했다. 미미한 차이다. 공매도 금지 후 이 주식의 주가가 급등하긴 했으나 단 이틀뿐이었다. 둘째, 공매도 주체는 대부분(거래량 기준 99% 이상) 기관투자가인데 이들은 개인투자자보다 우월한 정보를 갖고 있으니 이들이 어떤 종목에 대해 공매도를 늘리면 개인투자자들은 이 종목이 과대평가됐다고 판단해 투자에 신중한 자세를 취하는 게 합리적이다. 공매도 잔고는 KRX 정보 데이터 시스템에서 항시 확인할 수 있다. 셋째, 공매도가 항상 이익을 가져온다고 믿는다면 개인투자자도 이에 참여하면 된다. 개인도 30분가량 교육을 받으면 공매도 참여가 가능하다. 넷째, 공매도가 나쁜 제도라면 왜 대다수의 금융 선진국이 이를 허용하고 이들 국가에서 공매도 거래 비중이 한국보다 월등히 높은지 스스로 물어봐야 한다. 한국처럼 공매도가 자주 금지되는 선진 금융시장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