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지 BAT로스만스 대표 "액상형 '뷰즈'로 전자담배 시장 판 흔들겠다"
한때 담배 기업은 ‘마케터의 무덤’으로 불렸다. 한국을 포함해 대부분 국가는 연초 광고 행위를 엄격히 규제한다. 최근 담배산업이 연초에서 차세대 담배로 빠르게 이동하면서 이 같은 통념도 서서히 깨지고 있다. 궐련형 액상형 등 다양한 형태로 진화 중인 전자담배 브랜드 마케팅의 중심에 김은지 BAT로스만스 대표(사진)가 있다.

김 대표는 담배 마케팅 분야에선 ‘전설’로 통한다. 유니레버에서 4년간 ‘도브’ 브랜드를 담당하다 사회생활 5년 차인 2004년 BAT그룹으로 옮겨 ‘던힐 신화’를 만들어냈다. KT&G ‘디스’와 필립모리스인터내셔널(PMI) ‘말보로’로 양분된 시장에서 ‘모던 프리미엄’ 이미지를 입힌 던힐로 점유율 1위를 찍기도 했다.

2021년 BAT로스만스 수장에 선임된 김 대표는 올 7월 또 하나의 야심작을 내놨다. 미국 액상형 전자담배 1위인 ‘뷰즈’를 한국 시장에 선보인 것이다. 이번에도 던힐 때와 상황은 비슷하다. 국내 전자담배 시장에서 BAT는 KT&G ‘릴’과 PMI ‘아이코스’에 뒤처진 3위다.

김 대표는 “릴과 아이코스는 궐련형인 데 비해 뷰즈는 액상형”이라며 “뷰즈는 미국 시장에서 이미 경쟁력을 입증했기 때문에 현재의 판을 흔들기에 손색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역전의 명수’답게 김 대표가 던진 승부수는 조금씩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국내 판매 중인 ‘뷰즈 고 800’은 출시 1개월 만에 초도 물량이 소진됐다. 김 대표는 “첫 제품이 나온 후 1주일 만에 뷰즈의 국내 액상형 담배 시장 점유율이 네 배가량 높아졌다”며 “현재 판매 지역을 수도권으로 한정하고 있는데 내년부터 전국으로 넓힐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가 강조하는 뷰즈의 마케팅 포인트는 안전성이다. 제조 단계에서 만들어진 액상 외에는 사용자가 임의로 내부 액상을 바꾸거나 리필할 수 없다. 김 대표는 “비공식 경로로 판매되는 수많은 액상담배는 어떤 성분을 넣었는지 정확히 알기 어렵다”며 “뷰즈의 안전성이 알려질수록 액상담배 사용자의 건강에 대한 위협도 사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니레버에서 BAT로스만스로 옮길 때 김 대표는 ‘은퇴 무렵에나 갈 곳에 젊은 사람이 왜 가냐’는 말을 숱하게 들었다. 올해로 BAT그룹에서만 19년을 일한 김 대표는 담배 마케팅을 이렇게 정의한다. “할 수 있는 일이 많이 없다 보니 더 현장에 가게 되고 더 많은 사람을 만날 수밖에 없어요. 가뭄을 이겨낸 과일이 더 단단하고 달콤한 법이죠.”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