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의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부모 세대의 사망으로 상속세를 내야 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2018년 8449명이던 상속세 신고 인원은 2022년 1만9506명으로 4년 만에 배 이상으로 늘었다. 고인의 죽음이 어느 정도 예견돼 있었더라도 상속과 그로 인한 상속세 납부는 다소 갑작스럽게 찾아오기 마련이다. 한국의 상속세는 최대 50% 누진세율이 적용돼 부담이 크지만, 준비하기에 따라 세금을 줄일 수 있는 각종 ‘공제’를 갖추고 있다. 공제 혜택을 누리기 위해 빼놓지 않고 챙겨야 할 것은 바로 ‘영수증’이다.
장례비 영수증만 잘 챙겨도…상속세 최대 500만원 절감

장례비 증빙하면 공제액 1000만원↑

한국의 상속세제는 상속 재산 규모에 따라 10~50% 누진세율이 적용된다. 상속재산이 30억원을 넘어가면서부터 최고세율이 적용된다. 하지만 상속 재산 전체가 그대로 세금 부과의 대상인 ‘과세표준’이 되는 것은 아니다. 상속세 과세표준은 상속재산에 피상속인이 상속인에게 지난 10년(상속인 외의 자는 5년) 이내 증여한 재산을 모두 더한 뒤 장례비, 공과금, 채무 등을 빼고 여기에 기초·배우자·자녀공제 등 각종 공제액을 차감해 산출한다.

상속세를 줄이는 첫 시작은 과세표준에서 빠지는 장례비와 채무, 공과금 등을 확실하게 챙기는 일이다. 장례비는 사망일부터 장례일까지 장례에 직접 소요된 금액을 뜻한다. 묘지구입비, 공원묘지 사용료, 비석, 상석 등 장례에 직접 소요된 여러 비용이 포함된다.

장례비는 증빙이 없더라도 500만원을 공제해 준다. 신용카드 전표나 현금영수증, 계좌이체증 등 증빙 자료를 보관하면 최대 1000만원까지 공제된다. 봉안당 등 봉안시설이나 자연장지에 든 비용은 증빙을 갖추면 500만원이 추가 공제된다.

과세표준 30억원을 넘어 최대 50% 누진세율을 적용받는 상속인이 추가로 1000만원을 공제받으면 절세액은 500만원에 달한다. 영수증만 잘 챙겨도 500만원의 상속세를 아낄 수 있는 셈이다.

상속개시일 당일 상속인에게 승계되는 세금과 공공요금 등도 공제 대상이다.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과세기준일은 매월 6월 1일이므로 피상속인이 이날 이후 사망한 경우 공제된다. 소득세는 사망 후 6개월이 지난 달의 마지막 날까지 신고 납부한 뒤 공과금으로 공제받을 수 있다.

간병비 공제도 요건 갖춰야

피상속인이 남긴 채무도 상속재산에서 빠진다. 피상속인의 채무를 상속인이 대신 갚아야 하기 때문이다. 국가나 금융회사처럼 신뢰성이 높은 기관에 대한 채무는 해당 기관 채무임을 확인할 수 있는 부채증명서가 있으면 상속재산에서 공제된다.

하지만 사인 또는 친족 간의 개인적 채무인 경우에는 보다 철저하게 증빙 자료를 준비해야 한다. 통상 친족 간 채무는 차용증서 정도만 작성하는 경우가 많은데, 차용증서만으로는 채무로 인정받기 어렵다. 금융거래 증빙, 채무부담계약서, 채권자확인서, 담보설정 증빙, 이자 지급에 관한 증빙 등으로 채무의 존재 사실이 객관적으로 확인돼야 한다.

자녀가 부모 대신 낸 간병비와 같은 치료비도 증빙 자료를 준비해야 과세표준에서 빠질 수 있다. 이때 거래 당사자가 명확한 병원의 경우 상속인이 카드 결제하거나 계좌 이체했을 때도 적요란에 ‘부모 병원비’ 등으로 기재했다면 비교적 수월하게 상속재산가액에서 차감될 수 있다.

하지만 간병비의 경우 신분 노출을 꺼리는 외국인 간병인이 많다 보니 현금으로 간병비를 지급하는 사례가 많아 증빙이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최대한 간병인의 인적사항과 연락처 등을 확보해두고 고용 기간과 지급 비용, 방법 등이 기재된 계약서를 작성하는 등 증빙 자료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 같은 증빙의 어려움 때문에 장기 입원한 부모의 간병비 등 병원비는 부모의 재산을 인출하거나 처분해 결제하는 것이 유리하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