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소득 따지지 않고 지원…'도덕적 해이'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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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2조 상생금융' 윤곽
1억 대출 한해 연 150만원 환급
이자 캐시백 분기별 지급 유력
생사기로 자영업자 "체감 안돼"
청년·노인 등 취약계층은 빠져
은행은 지원금 배분 놓고 진통
1억 대출 한해 연 150만원 환급
이자 캐시백 분기별 지급 유력
생사기로 자영업자 "체감 안돼"
청년·노인 등 취약계층은 빠져
은행은 지원금 배분 놓고 진통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에 대한 은행권의 상생금융 지원 방식이 윤곽을 잡아가고 있다. 금융당국이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2조원 규모의 ‘실질적인’ 지원을 요구하는 만큼 은행들은 캐시백(환급) 형태로 이자를 감면해주기로 가닥을 잡았다. 지원 대상은 금리가 연 5%를 넘는 기업대출을 받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이다.
1인당 캐시백 한도는 연간 150만원으로 제한될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한계 상황에 내몰린 자영업자를 구제하기엔 역부족이란 지적과 함께 일률적인 지원으로 인한 도덕적 해이 우려도 제기된다.
애초 은행권은 2조원이란 지원 규모가 너무 큰 까닭에 자영업자·소상공인뿐만 아니라 청년과 고령자 등 취약계층까지 지원하는 안을 논의했지만 지원 대상을 좁히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지원 대상을 청년·고령층 등으로 확대하면 가계부채 문제가 악화할 수 있고, 연말까지 지원안을 확정해 내놓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대신 은행들은 개인의 경제적인 어려움과는 무관하게 연 5% 이상 금리로 기업대출을 받고 있는 모든 자영업자·소상공인에게 캐시백 방식으로 이자 감면 혜택을 제공하기로 했다.
금리 감면율은 대출 금리가 높을수록 커지도록 하되 평균 감면율을 최소 1.5%포인트 이상으로 하자는 원칙도 세웠다. 적용 금리가 연 6%인 차주보다 연 10%인 차주의 금리를 더 많이 깎아주겠다는 뜻이다.
은행들은 자영업자·소상공인 1인당 연간 지원 규모를 150만원으로 제한해도 지원 총액이 2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은행연합회와 은행들은 1인당 최대 1억원의 대출에 한해 연간 150만원을 지원하는 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상생금융 지원으로 가장 많은 혜택을 보는 자영업자라도 한 달에 12만5000원의 지원을 받는 셈이다.
캐시백 지급 시점은 일시불, 월별, 분기별 등이 논의되는 가운데 분기별 지급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가 지원을 받기 위해선 3개월 동안 우선 연 5%가 넘는 기존 금리대로 모든 대출 원리금을 갚은 뒤에야 최대 37만5000원을 돌려받을 수 있는 것이다.
경기 광명시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이모씨(32)는 “그동안 성실하게 원리금을 갚아온 차주에게는 캐시백보다는 바로 금리를 낮춰주는 방식을 적용해야 조금이라도 지원을 체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상생금융 지원 대상과 방식의 얼개가 서서히 정해지는 가운데 은행들은 2조원 규모의 지원금을 은행별로 어떻게 분담할지를 두고 진통을 겪고 있다.
2조원은 은행연합회 회원은행들의 작년 당기순이익 총액(18조9369억원)의 10.6%에 달할 정도로 큰 금액이어서 은행마다 분담 규모에 예민한 상황이다. 은행연합회는 은행별 당기순이익과 연 5%를 초과하는 개인사업자 대출 비중을 고려한 셈법을 토대로 은행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
1인당 캐시백 한도는 연간 150만원으로 제한될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한계 상황에 내몰린 자영업자를 구제하기엔 역부족이란 지적과 함께 일률적인 지원으로 인한 도덕적 해이 우려도 제기된다.
‘금리 5% 초과 대출’ 이자율 감면 방식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연합회와 20개 회원은행,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관계자가 참여한 ‘은행권 민생금융 지원방안 태스크포스(TF)’는 지난 7일 회의를 열어 상생금융 지원 대상을 ‘올해 말 기준으로 금리 연 5%를 초과하는 기업대출을 보유한 자영업자·소상공인’으로 좁히는 방안을 검토했다. 지원 규모는 금융당국이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한 2조원이다.애초 은행권은 2조원이란 지원 규모가 너무 큰 까닭에 자영업자·소상공인뿐만 아니라 청년과 고령자 등 취약계층까지 지원하는 안을 논의했지만 지원 대상을 좁히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지원 대상을 청년·고령층 등으로 확대하면 가계부채 문제가 악화할 수 있고, 연말까지 지원안을 확정해 내놓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대신 은행들은 개인의 경제적인 어려움과는 무관하게 연 5% 이상 금리로 기업대출을 받고 있는 모든 자영업자·소상공인에게 캐시백 방식으로 이자 감면 혜택을 제공하기로 했다.
금리 감면율은 대출 금리가 높을수록 커지도록 하되 평균 감면율을 최소 1.5%포인트 이상으로 하자는 원칙도 세웠다. 적용 금리가 연 6%인 차주보다 연 10%인 차주의 금리를 더 많이 깎아주겠다는 뜻이다.
“자영업자에 큰 도움 안돼” 지적도
이처럼 개인의 소득이나 자산을 고려하지 않는 일괄적인 금리 감면은 금융당국이 요구하는 2조원을 쉽게 채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은행 종노릇” 발언을 계기로 추진되는 상생금융 지원이 경제적 어려움이 없는 자영업자·소상공인에게까지 분산되는 탓에 실제 생사의 기로에 서 있는 자영업자에겐 큰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란 비판도 제기된다.은행들은 자영업자·소상공인 1인당 연간 지원 규모를 150만원으로 제한해도 지원 총액이 2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은행연합회와 은행들은 1인당 최대 1억원의 대출에 한해 연간 150만원을 지원하는 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상생금융 지원으로 가장 많은 혜택을 보는 자영업자라도 한 달에 12만5000원의 지원을 받는 셈이다.
캐시백 지급 시점은 일시불, 월별, 분기별 등이 논의되는 가운데 분기별 지급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가 지원을 받기 위해선 3개월 동안 우선 연 5%가 넘는 기존 금리대로 모든 대출 원리금을 갚은 뒤에야 최대 37만5000원을 돌려받을 수 있는 것이다.
경기 광명시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이모씨(32)는 “그동안 성실하게 원리금을 갚아온 차주에게는 캐시백보다는 바로 금리를 낮춰주는 방식을 적용해야 조금이라도 지원을 체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상생금융 지원 대상과 방식의 얼개가 서서히 정해지는 가운데 은행들은 2조원 규모의 지원금을 은행별로 어떻게 분담할지를 두고 진통을 겪고 있다.
2조원은 은행연합회 회원은행들의 작년 당기순이익 총액(18조9369억원)의 10.6%에 달할 정도로 큰 금액이어서 은행마다 분담 규모에 예민한 상황이다. 은행연합회는 은행별 당기순이익과 연 5%를 초과하는 개인사업자 대출 비중을 고려한 셈법을 토대로 은행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