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양육을 위해 새벽과 공휴일 근무를 거부한 ‘워킹맘’의 본채용을 거절한 것은 부당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사업주에게 근로자의 일·가정 양립 지원을 위한 배려 의무가 있다는 점을 인정한 첫 판례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는 최근 도로관리용역업체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원고는 육아기 근로자에 대한 배려 의무를 다하지 않아 본채용을 거부했다고 볼 여지가 상당하다”며 이같이 판단했다.

A씨는 고속도로 영업소에서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근무하는 일근직 근로자로 일했다. 원고는 2017년 4월 고속도로 관리용역을 낙찰받으면서 종전 업체의 고용을 승계했다. 새 회사는 A씨에게 초번 근무와 공휴일 근무를 지시했고, 이를 거부하자 평가 점수를 낮게 매겨 본채용 거부를 통보했다.

1심은 원고 패소 판결했으나, 2심에서 판결이 엇갈렸다. 대법원은 1심 판단이 맞다고 봤다. 대법원 관계자는 “기업이 육아기 근로자 자녀의 양육을 지원할 책무를 부담한다는 점을 분명히 확인하고 그 판단 기준을 마련한 첫 판결”이라고 밝혔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