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신임 대법원장이 1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강당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이솔 기자
조희대 신임 대법원장이 1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강당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이솔 기자
조희대 신임 대법원장(66)이 11일 취임 일성으로 '재판 지연'을 비롯한 사법부 당면 과제에 대한 신속한 해결 의지를 밝혔다.

조 대법원장은 이날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사법부는 기본권을 수호하는 최후의 보루"라며 "모든 국민은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지는데도 법원이 이를 지키지 못해 국민의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들이 지금 법원에 절실하게 바라는 목소리를 헤아려 볼 때, 재판 지연 문제를 해소해 분쟁이 신속하게 해결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조 대법원장은 인사청문 과정에서도 사법부의 가장 시급한 과제로 재판 지연을 꼽았다. 그는 "사소한 부분에서부터 재판 제도와 법원 인력의 확충과 같은 큰 부분에 이르기까지 각종 문제점을 찾아 함께 개선해나가야 한다"며 법원 구성원을 향해 재판 지연 문제를 해결하는 데 힘을 모으자고 호소했다.

전임 김명수 전 대법원장은 법관들의 승진 사다리였던 '고법부장 승진 제도'를 폐지해 엘리트 법관들의 이탈을 부추겼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에 법조계 안팎에서는 법관의 성과에 따라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인사제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조 대법원장은 "재판 업무가 중요한 만큼 그 일을 하는 법원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의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며 "업무 환경의 변화를 세심히 살펴 효율적이면서도 공정한 인사운영제도를 마련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법관 증원은 말할 것도 없고, 사법보좌관과 참여관 등 법원 공무원의 전문성과 역할을 강화할 방안도 함께 고민해 보겠다"고도 말했다.

조 대법원장은 또 재판과 사법 정보의 공개 범위를 넓혀 재판의 투명성을 높이는 한편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비롯해 누구나 쉽게 사법 제도에 접근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법원에 전자소송과 지능형 사법 서비스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도입하는 데도 힘을 쏟기로 했다.

조 대법원장은 "마음을 열고 사법부 구성원, 나아가 국민 여러분과 소통하는 데에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며 "국민 여러분도 사법부의 노력을 응원해 주시고, 대법원장의 책임을 다할 수 있게 변함없는 관심과 가르침을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조 대법원장은 취임식 이후 곧바로 정식 업무를 시작했다. 1957년생인 그는 대법원장 정년(70세) 규정에 따라 임기 6년을 다 채우지 못하고 3년6개월만 일하게 된다. 2027년 5월 퇴임하는 윤석열 대통령보다 한 달 뒤에 임기를 마친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