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홈쇼핑 '아쇼라' 방송 화면. 현대홈쇼핑 제공
현대홈쇼핑 '아쇼라' 방송 화면. 현대홈쇼핑 제공
TV홈쇼핑업계가 방송제작 현장에 디지털 기술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제작 비용을 낮추고 소비자에게 다양한 체험형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서다. 일각에선 디지털 기술이 어색하게 적용될 경우 쇼호스트와 소비자의 소통을 방해할 것이란 우려도 있었지만, 기술 고도화 덕분에 긍정적인 반응이 더 크다는 분석이다.

◆AI 도입하니 매출 두 배…소비자 반응도 빨라져

11일 홈쇼핑 업계에 따르면 현대홈쇼핑이 업계 최초로 이미지 생성 인공지능(AI)을 적용해 제작한 '아쇼라(서아랑의 쇼핑 라이브)'가 일반 방송 대비 좋은 실적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9~10월 두 달간 아쇼라 방송 주문액을 분석한 결과, 방송 1회(2시간)당 주문금액은 평균 20억 원을 기록했다. 같은 시간대 진행한 동일 상품군(패션) 판매 방송 평균 주문액(10억 원) 대비 두 배 높은 금액이다.

특히 의미 있는 건 주문건수가 급증하는 시간대가 앞당겨졌다는 점이다. 통상 2시간 분량의 패션 방송은 영상이 송출되기 시작하고 65분이 지나야 주문건수가 절정을 찍는 양상을 보인다. 이번에 AI 기술을 적용한 방송은 방송 시작 이후 35분이 지나서 주문건수가 최고점을 찍었다. 현대홈쇼핑 관계자는 "쇼호스트가 방송을 진행하는 동안 AI가 다양한 코디를 보여주고 소비자들의 질문에 답해준다"며 "이 때문에 구매자들의 고민 시간이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대홈쇼핑은 향후 디지털 기술을 통해 제작비의 15~20%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AI 기술을 활용하면 한 명의 쇼호스트만 출연하더라도 다양한 착장을 보여줄 수 있어 인건비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통상 패션 상품을 판매할 때는 다양한 코디를 보여주기 위해 2명의 쇼호스트가 동시에 출연한다.

◆미디어월 도입하고 AI가 만든 음악 송출

LED월을 활용한 GS샵의 방송 화면. GS샵 제공
LED월을 활용한 GS샵의 방송 화면. GS샵 제공
현대홈쇼핑 방송제작비용은 디지털 기술 도입을 통해 사실상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2020년 226억 원, 2021년 224억 원, 2022년 218억 원으로 매년 소폭 감소했는데, 인건비 등 제반 비용이 오른 것을 고려하면 실질적으로는 더 큰 폭으로 줄었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현대홈쇼핑은 이 시기 스튜디오에 미디어월 도입을 마무리했다. 미디어월에 디지털 이미지를 띄우면 판매 상품에 따라 스튜디오를 새로 꾸밀 필요가 없어 제작 비용이 크게 줄어든다. 현대홈쇼핑은 AI 기술 고도화를 위해 올해 초 'AI 태스크포스(TF)'를 신설했다. 회사는 이 TF에 전문인력을 추가 배치해 내년에는 공식 팀으로 개편할 예정이다.

현대홈쇼핑 외에 다른 TV홈쇼핑 업체들 역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제작비 줄이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디어 환경 변화로 TV 시청자 수가 줄어드는 와중에 송출수수료 부담까지 커지고 있어 고정 비용을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TV홈쇼핑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TV홈쇼핑 업체가 낸 송출 수수료 규모는 1조9065억원으로, 방송 매출액(거래액) 대비 65.7%에 달했다.

GS샵 역시 작년 8월부터 방송 스튜디오에 발광다이오드(LED)월을 도입하고 있다. 모든 스튜디오에 LED월이 설치되면 연간 5억5000만원 수준의 제작비를 아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영상과 함께 송출되는 배경음악(BGM)에 들이는 비용도 줄어들고 있다. KT알파는 지난 4월부터 AI가 창작한 음악을 방송 BGM으로 송출하고 있다. ‘밝은’ ‘통통 튀는’ ‘솔직한’ ‘즐거운’ 등 방송 프로그램 콘셉트에 맞는 키워드를 입력하면 AI가 음악을 만들어낸다.

KT알파 관계자는 "AI 도입 전에는 음원을 사용할 때마다 저작권을 별도로 내야 했다"며 "AI 도입 이후에는 음원 사용료가 42% 줄었다"고 말했다. KT알파는 향후 AI성우 기술을 도입해 AI 활용범위를 넓힐 예정이다.

이미경 기자 capital@hankyung.com